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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험

재난시 개의 효용

작성자스탠리(미국/대구)|작성시간12.05.09|조회수1,086 목록 댓글 26

안녕하세요.

selco의 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자가 총기가 많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점을 이해하고 보셔야 합니다. 항상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만 이야기에서

필요한 부분을 유추해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제 경험상 개가 공격을 하거나 움직일 시, 샷건 정도가 아니면 사실 총으로도 개를

혹은 그런 종류의 동물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공격성을 가진 개일 경우

말이죠. 애완견은 물리적으론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 짓는 역할 정도 )

 

제 지인중의 한 사람은 개를 키우라는 제안을 받아들여 독일산 경비견인 셰퍼드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데 왠만한 무기론 제압하기가 힘들어보일 정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주더군요.

앉은 키가 거의 1미터가 넘어가더군요.  ( 그런데 밥그릇이 찜통만해요 !!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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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애완견이 없었다. 지금도 개는 키우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재난시에 그들의 개는 놓아줬거나 아마도 개를 잡아 먹었을 것이다.

 

내가 개에 대해 믿고 있던 것들은 대다수 잘못된 믿음이었다. 개가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실효성이 없었다.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울 상황에서 아무도 개를 총으로

쏘는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재미로 쏴 죽이기도 했다.

 

그래서 집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개가 그 가족들을 보호하리라는 생각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재난이 없는 시절의 집에 들어온 도둑이나 강도는 사람들을 쉽게 죽이지도 않았으며 개가 공격할

정도의 시간적인 망설임도 있었지만 재난시는 완전히 달랐다.

 

개가 공격을 하는데도 총으로 쏘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은 대다수 재난(여기선 전쟁)발생 후 몇 주를

넘기지 못하고 다 죽었다. 생명체를 총으로 쏠 수 없는 사람들은 대다수 어디론가 숨어서 주위에서

사라졌다.

 

어떤 가족들은 개를 밖에 내놓고 더 이상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재난 발생 후 일정 시간이 흐르자

음식을 사람이외의 것에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개를 먹는 것에 관해서는 크게 할말이 없다. 개는 동물일 뿐이고 굶주림은 사람들이 뭐든지 먹도록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재난 기간동안 뭘먹고 살았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내가 먹어본 고기류중에 가장 보기 드문것은 "물쥐"였다. 내가 먹은 고기중에 개고기가 있었는지는

알수가 없다.

 

지금의 나는 개를 먹는 것에 당연히 반대를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걸리게 되면 의견은 바뀌기

마련이다.

 

내가 사는 거리에 재난기간 동안 개를 계속해서 키운 사람이 있었는데 그 개는 재난이 종료되고

몇 해있다가 죽었다. 나는 배가 고파도 그 개를 잡아먹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 개가 그들

에게 가진 의미와 중요성 같은...그런 것들 때문이었던걸로 기억한다.

(Selco란 사람은 그래도 뭔가 인간적인 면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나의 강의중에 개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나는 그 사람에게 그의 개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그 사람은 전쟁 발발전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흔한 잡종견이었다. 그의 아이들은 개와

잘 지냈지만 아이들이 자라서 유소년 정도가 되자 개는 크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개의 이름은

리노였는데 더 이상 아이들이 관심이 없자 그 집의 가장 연장자가 개를 키우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그 개와 산책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봐왔다.

 

전쟁이 시작되자 가족들은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느라 그 개에 대해 거의 잊버버렸다.

그 집에는 다른 친지가 같이 지내기 위해 들어오자 식량,위생문제 같은 것이 중요하게 되었고 집안

은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 개는 아직 할아버지가 키우고 있었는데 이 노인은 가족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급량에

서 조금씩 남겨 그 개를 주고 있었다.

 

어쨋든 그 노인은 어느날 병이 들게 되었다. 그는 고혈압과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난 상황에서

그 모든 스트레스와 압박감들이 그의 병을 빨리 진행시켰던 것이다. 그는 침대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약 2개월간 그 노인은 침대에 누워있었고 리노는 그 사람의 발치에 누워 꼼짝하지 않았다. 개와

할아버지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된 것이다. 내가 개에 대해서 물어본 그 사람이 말하길 둘 다 외롭고

크게 그룹내에서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친해진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 노인에게 짐이 된다느니, 쓸모가 없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그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 노인네는 자신이 별로 쓸모가 없다고 느꼈던것 같다.

 

그 사람(개주인)이 이야기 하기를 그 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전쟁의 한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고 했다.

무너지는 사회와 가정 말이다.

 

그 할아버지는 전쟁이 최악일 때 죽었다. 아무도 내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적대감과 굶주림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그 이웃이 이야기를 하기를, 진실이라고 몇번 다짐을 하면서, 그 할아버지가

죽던날의 전날밤에 그 개가 밤새도록 울었다는 것이다. 개는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한다면서 말이다.

별로 그런 말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소름이 쫙 끼쳤다.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상당수의 개들은 미리 피신을 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개들에겐 육감이 따로 있나 보다.

 

할아버지가 죽고 그 다음날 가족들은 그를 공원에 묻었다. 그리고 개는 계속 키우기로 했다. 그 다음

며칠뒤에 가족들은 그 개가 장님이 되 버린것을 발견했는데 아무도 뭔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그 개가 나쁜 사람들이 거리에서 집쪽으로 다가오면 사방으로 달리면서 숨으려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좋은 사람들이 다가오면 언제나 창문으로 달려가서 밖을 내다보는 것

같이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 개를 무슨 조기경보기 처럼 사용을 했고 실제로도 그 가족들은 그 개때문에

한두번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재난이 끝났을 때, 그 가족들은 집의 가장 좋은 자리에, 가장 좋은 음식과 이불을 준비해서 항상

무슨 전쟁 영웅처럼 그 개를 대해줬다고 한다.

 

이 개는 어느날 아침 죽은채로 발견이 되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죽을 때 누워있었던 그 자리에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개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도 확신이 없으나 이 이야기를 해준

그 사람은 이야기 도중에도 사실이라는 것을 수차례 반복하고 마지막엔 눈물까지 흘렸다.

나는 그를 그의 할아버지가 묻힌 그 공원 바로 앞에 있는 맥주집에서 만나 한 잔하면서 이 이야길

들었다. 전쟁이 끝나서도 그 공원에는 너무 많은 무덤이 있어 아예 임시시정부에서 공동묘지로

그 공원을 바꿔버렸다.

 

나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 개는 총기가 흔한 지역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들의

감각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댓글로 좀 더 토론을 해보자.

 

----------- 추가 내용 -----------------------------

재난 시 개를 데리고 함께 산다는 것은 개에 대해서도 인간 1사람의 분량으로 재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물론, 개인의 환경상 차이는 존재하겠습니다. 개에 대한 내용을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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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chagum | 작성시간 12.05.09 식량차원이 아니라면 주위에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 거의 혼자남았다던지
    한적한 시골에 가족몇명 안된다던지 할 때는 애완견 한마리 있다면 많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항상 주인곁을 지키며 때론 위험을 감지하기도 하고 주인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해냈다는 미담도 많고요,
    실제 제가 키우는 시추라는 녀석은 제가 아침 출근하느라 정기적으로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데
    몸이 아파 안일어나면 평소 잘안짖는데 계속짖어댑니다. 일요일 늦잠잘때는 안짖거든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 작성자장아찌(경북) | 작성시간 12.05.09 어릴 때 옆집에서 개를 키웠는데요. 제가 타보기도 했을 정도로 컸던 것 같습니다. 사람 말 잘 알아듣고 거의 가족... 어느날 주인이랑 같이 산에 갔다가 실종됐는데요. 일주일만에 올가미에 걸려있는 것을 구조해 냈어요. 하지만, 그 개는 계속되는 추위와 굶주림, 외로움으로 거의 반 미친개가 되어 버렸던 거지요. 되돌리려고 애를 썼지만 안되서... 어느날,..사라졌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동반자라고 생각이 된다면 아이와 다름없이 충분한 식량을 구비해야한다는 겁니다. 재난시에도 애와 똑같은 사랑을 주어야 하구요.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재난시 사람은 일주일을 굶어도 사람말을 알아듣지만,
  • 답댓글 작성자장아찌(경북) | 작성시간 12.05.09 과연 개가 일주일을 굶고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함께 슬퍼할까요? 아마 굶주림에 쓰러져 자고 있는 어린 아이를 공격할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과연 개를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던 여러분은 아이의 목을 물고 놓지 않는 (피도 철철흐르는데...) 그 상황에서 개에게 "돌이야, 거기는 물면 안된단다." 하고 있을건가요? 동물이 동물인 이유는 바로 생존을 하기 위한 본능 때문입니다.
    부디, 영혼의 동반자, 반려견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경우의 수는 생각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좀비2호[서울] | 작성시간 12.05.14 정말 그렇겠군요. 깊히 생각하게됩니다.
  • 작성자스테파노(경기) | 작성시간 13.06.16 ^^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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