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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경험

캠핑갔다 얼어죽을번했던 경험담

작성자인어|작성시간13.05.06|조회수1,140 목록 댓글 25

 

귀차니즘이 몸에 배서 집에서만 뒹굴거리기 좋아하던 3년전 어느날

 

지인들의 유혹에 넘어가 집에 신랑도 없는데 그만 나혼자 무모한 시도를 하게되였어요..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런저런 장비 장만했던 차라 좀 흥분된 상태로 짐을 싸기  시작햇죠..

 

그까이거 캠핑 별거 있어? 미쿡산 미친 소고기나 배터지게 꾸역꾸역 꾸와먹다 오는거겠지 ...

 

근데 아직 늦여름이라 별로 춥진 않겠지?  ... (텐트 하나만 있어도 1주일은 버틸것 같은 활활 타오르는 자신감.)

 

암튼 목적지에 도착하니 날씨도 화창한지라 노루도 나와서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볕쪼임 하며 풀뜯고  있었구요.

 

마땅한 살상 무기라도 있음 저거 잡아  집에 메고가서 푹 고아 먹을수도 있겠구만... 쩝쩝~ 그림의 떡이구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산속이 이렇게 좋을수가... 오길 백번 잘했네~ 으흐흐흐

 

근데 기쁨도 잠깐!!!!!!!!  그 평화로움속에 불행이 스물스물 스며들기 시작했음...

 

 

오후 5시쯤 되니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텐트 치는데

 

세상일이 쉬운거 하나도 없다는걸 그때야 알게 되였져..

..

 

저 작은 텐트 하나 치는데 1시간 걸렸어요.. ㅠㅠ ㅠㅠ 울 신랑이라도 있었으면 .. 갑자기  서럽기 시작했어요..

 

진짜 세상의 남자를 다 갖다줘도 울 신랑 하나만도 못하구나... 있을때 잘할걸.... 그런 후회가 막 들기 시작했어요...

 

설상가상 텐트 절반쯤 치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마구 퍼붓는데.. 즈그 차 끌구 온 사람들은 모두 차안에

 

피신해 들갔구만 .. 허이구~ 넘의 남자 차 얻어타고 왔더만 영 불편허네~

 

젖은 옷 갈아 입을수도 없고...그래서 구냥 그 쏘나기와1대1로 맞장을 뜨며 혈투를 벌였어요.. 드디어 텐트 다 세워지고 이젠

 

텐트 속에 들어가 뿌듯한 마음으로 비구경 할라 그랬더니 때맞춰 비가 딱 끊어주네요. 이론!! 젠장!!!!!

 

저 밑에  절반쯤 보이는 노란 텐트가 제꺼에요. 옆에 노랑애랑 사이즈 똑같애요.

 

원래 제가 한덩치 하면서도 뭐든 앙증맞은걸 좋아하는지라 텐트 또한

 

귀여운걸 샀죠. 하이고~ 또 후회막급!!!! 이렇게 작을수가..초라할수가....헉 !!!

 

다행이 비가  끊어서 행복한 마음으로 바베큐 파티하고 별무리 아래서 모닥불 피우고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어요..

 

워낙 술재주가 없는지라 캔 1개 마시니 훅 감.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텐트속에 들어와 어정거리며 거위털 침낭에 들갔음..

 

아우~ 따뜻항거~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하네요... 갑자기

 

꿈속에서 마구 헤매고 있다가 너무 추워 눈을 떠버렸어요.. 꿈이야 생시야 그러는데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가  저 넘실넘실대는 파도 속에서 자고 있었어요..

 

텐트 출입구에 달린 지퍼를 않닫았더니 간밤에 비가 쳐들어온거였어요. 누에고치처럼 꿈틀거리며 겨우 침낭에서

 

기여나와보니 전 완전 무인도에 갇한 신세가 되였던거죠. ... 아래 사진은 물 퍼낸지 10분쯤 뒤에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찍은거에여

 

.(경험이 없던지라 텐트 바닥에도 백지 한장 달랑 깔고잤음... 밑에서 한기가 엄청 올라옴..) 침낭에서 나오자 마자 체온이 뚝 떨어졌어요.

 

몸이 덜덜 떨리고 치아가 무슨 기계 돌아가듯이 다다다다다닥 부딪힘....

 

시간을 보니 새벽 3시엿어요...

 

갑자기 볼일이 급해지기 시작햇어요. ... 밖은 칠흙 같은데 곰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와서 완전 공포에 휩싸이는데...

 

저번에 캠핑 왔다 곰한테 잡혀먹힌 백인 아저씨도 있었대요....글타고 이 급한 불을 않끌수는 없구.....

 

암튼 잘 해결은 했어유~..님들 알아서 상상하시구여~~~~

 

급한 볼일 보고나니 이젠 확실하게 깡추위가 느껴지네유~ 그렇다고 남들 다 자고 있는데 피해 끼치며  

 

자는 사람 깨워가며 넘의 텐트에 비비고 들갈수도 없구...

 

공포를 눈물로 씹어삼키며 죽음의 문턱에서 저혼자 사투를 벌였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뚝 떨어졌어요..

 

나 여기서 살아서 돌아가면 울 신랑 하늘처럼 떠받들리라!!!!!!!!!!.......

 

아침 6시쯤되자 앞 텐트의 애기가 한두번 잠깐 칭얼 대는거예요.. 어~ 저거 다시 잠이 들면 않되는데.... 저걸 울려야 되는데..

 

그래야 그 부모가 깨고 그래야 나 저 텐트에 들갈수 있는데...

 

난 일부러 덩치 큰 사냥개처럼 컹컹 거리며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어요.. 10번쯤하니 애기 심기를 건드렸는지 드디어 앙!!!!!

사이렌 터지듯이  울기 시작햇어요...

 

ㅎㅎㅎㅎㅎ 성공!!!!!!!!!!!!!!  그 부모가 부스럭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난 더 지체할새도 없이 재빨리 그 집 텐트에

 

뛰여들어가 합류함... 허이구야~ 이렇게 넓고 이렇게 뜨실수가~ 거기다 또 뜨거운 녹차 한잔 얻어 마시니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겨우 눅잦혔어요..

 

재난시 야외에서 젤로 필요한거  밥이 아니에요.  먹다 죽은 귀신 땟갈 좋은거 부러워 할때 아니더라구요.

 

얼어죽은 귀신은 시퍼래요.. 너무 무서버유~  자~아  우리가 그렇게 않될라면 일단 텐트 바닥에 깔수 있는 스폰지나 두꺼운 박스종이 .

 

글구 체온을 유지시켜줄 금박포 은박포를 준비해야겠죠. 여름에도 사람 얼어죽을수 있어요~.. 배고파 죽는것보다

 

저체온증으로 죽을 확률이 더 높아요... 배고프면 다이어트중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거고....

 

암튼 뜨신 밥과 집놔두고 밖에 나돌아댕기다가 얼어주글뻔한

 

돈 주고도 못살 비싼 생존  경험이였어요  초보님들께서도 야외에서 저같은 고생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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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신시아(제주) | 작성시간 13.05.06 슬픈얘긴데 웃음이 나오네요~ ㅋㅋ
    눈덮힌 한라산에서 침낭하나 없이 얇디얇은 은박포 부시락거리며 온몸떨며 자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동질감~~ㅋ
    고생하셨습니다~~ ^^
  • 작성자평화로운(경기) | 작성시간 13.05.07 넘 잼나게 읽었다는.. 저녁에 울신랑 읽으라해야겠어유^^
  • 작성자아무개나 | 작성시간 13.08.17 대학시절 산악부 였는데, 가끔 작은짐으로 산을 간적이 있죠
    텐트대신 비닐을 가지고 갔는데, 그래도 꼭 챙기는것이 바닥에 깔 1인용 매트였어요. 그리고 침낭, 그리고 석유버너,
    해가 지며 바닥의 한기가 장난이 아니죠.. 그래서 가끔은 묘 주변에서 자기도 했지요..
  • 작성자또랑 | 작성시간 13.11.08 우히히! 저 배꼽 빠지는줄 알 았습니다 ‥ ㅋㅋ 저두 처음 캠핑때 생각 납니다 ‥ 탠트 두시간치고 나니 밤 11시 ‥ 건강한 나날되시길 ‥
  • 작성자은구슬(충북) | 작성시간 16.10.27 산 밑에서 텐트 쳐 놓고 맨 바닥에 누워 잤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추운 밤이 없었는데. 산악회로 단체로 갔다가 밤을 눈 뜨다가 자다가 얼마나 설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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