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태극기 / 황 주석
유모차를 밀고 오신다
나도 모르게 느릿느릿 걸음이 머뭇거려
뒷걸음치다가
아예 멈춰서 기다렸다
아주머니 눈을 피해 궁금함을 들여다본다
귀하디귀한 모습들 앞에서
체면마저 망각의 강 저편으로 잊어버린 무뢰한처럼
내키는 대로
아무도 원치 않았던 한마디를 하고야 말았다
유모차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셔요
아가들 엄마는 의아한 말투로 바쁘게도 묻는다
왜요!
난 생각 없이 한 말에 오롯이 책임을 져야만 했다
애국자니까요
거기에서 왜 애국자를 찾았는지 아이러니했다
새댁들은 유모차를 밀며 점점 멀어져 가는데
메아리는 목청을 더 높인다
우리 보고 애국자래, 엄마들의 대화 억양은 낯설었지만 고마웠다
둘 둘 마주하고 곤히 잠드는 사랑
따뜻한 하늘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존중을, 감사를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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