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30분동안 12장까지 읽었는데
한구절도 생각이 안나네요.
노자의 한구절 한구절은 다 명문이라 읽을 때는 좋은데
읽고 나면 그 구절이 여기서 나왔는지 저기서 나왔는지 잘 생각이 안나네요.
나이탓도 있을테고 머리탓도 있겠지요.
아마도 제일 먼저 읽은 구절이
곡신불사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골짜기 신은 죽지 않으니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을 이었는데
그 결론은 비어있으니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다. 였던 것 같습니다.
금강경에 나오는 마땅히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한다는
그 구절과 아주 흡사한 구절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내지 않고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지는 무궁하다는 것이죠.
영화 제목으로 나왔던 천장지구란 말도 나왔고
금옥만당이란 구절도 나왔지요.
금과 옥이 가득 찬 집은 지키기 힘들다 뭐 이런 구절이었는데
지키기 힘들바엔 빨리 내놓으란 말 같기도 하고 두루두루 골고루 나눠주어 비워 버리면
또 가득 찬다는 뜻 같기도 합니다.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그래서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고 있습니다.
노자에서 가장 유명한 상선약수란 말도 어제 읽은 내용중에 있었습니다.
번역하면 원 뜻이나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씀들도 있었죠.
한문을 잘 알지 못하지만 한글로 번역된 느낌과
잘 모르지만 한자로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느껴집니다.
그러니 중국어로 소리내어 읽으면 그 느낌이 또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업집 선물로 가장 많이 보내는 구절 중 하나가 금옥만당인데
사실 노자는 금옥만당에서 그치란 것이 아니고 금옥만당이 시작이니
빨리 비우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사람들은 그 끝은 자르고
앞에 말만 내세우니 세태가 이리 험난해 진 것 아닌가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은 시간은 한시간 30분이었지만 그 뒷풀이는 홍탁삼합과 계절의 진미 쭈구미데침을 곁들여
두시간 반을 하였습니다.
노자의 이야기에 살아가는 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져
밤새울뻔 했지만 자정을 넘기지 않고 잘 끝났습니다.
수레바퀴가 쓸모있는 것은 그 속이 비였기 때문이고
집이 쓸모 있는 것은 그 속이 비여 있기 때문이다는
말처럼 비워서 소용되는 한 주
내려놓아서 소용되는 한주
만들었으되 부리지 않고
이루었으되 의지하지 않는 한 주 되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주에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