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강은교

작성자이연욱|작성시간15.01.12|조회수358 목록 댓글 4

 

 

풀잎

 

강은교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않는 피를 닦으며

아, 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수 있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리얼리티 시를 쓰는 나에게 강은교 시인의 시는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표현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시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강은교 시인은 흔히 허무시인이라 불린다. 스토리가 분명한 시가 아니라 내면을 이야기한다. '풀잎' 이라는 시도 죽음을 얘기하지만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이미지를 더 보여주는 시다. 땅 속에 눕지 않아도 죽음을 알 수 있듯이 '살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같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다. 만만치 않은 시라 생각이 들고 편식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시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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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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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송경숙 | 작성시간 15.01.13 이미지만으로 삶의 순환과 어떤 경지에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네요.
  • 답댓글 작성자이연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15 이런 시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느낌으로 알아야 하는 시도 있더라구요. 해석하기 보다는요. 특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는^^
  • 작성자이민숙 | 작성시간 15.01.25 70년대 시에 미쳤을 때, 강은교의 매력에 온통 엎어졌었지요. 그때가 생각나네요. 살, 피, 뼈.....시도 때도 없이 저런 시어들이 튀어나오고, 허무, 바람, 죽음의 이미지가 꿈속까지 따라왔었어요. 강은교의 시집이 너덜너덜 해지도록 읽으며 청춘의 허무를 즐겼던 때....그러다가 결혼을 하는 바람에 그 영혼은 아기 생명 사랑...이라는 세속의 실존적 고뇌를 짊어지고 사라지고 말았는데, 이제 또 그런 시를 찾는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세월호라는 허무, 죽음, 반항적 가치.....
  • 답댓글 작성자이연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26 강은교 시인도 많이 아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시 속에 '죽음'의 이미지가 깊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편식하지 않고 잘 몰라도 다양한 시를 읽으려 노력합니다. 그 깊이를 알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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