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습니다 - 윤동주

작성자이은주|작성시간16.11.28|조회수501 목록 댓글 3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읽고 있습니다.

딸랑(?) 셋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있어요.

그냥 만나기는 심심해서 책 한 권씩 읽자 했는데 다음 번 만남에 읽어야 하는 책이지요.

윤동주 시인은 너무나 유명해서 달리 설명이 필요 없지요. 그래서 흥미는 또 얼마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구요.

그냥 저냥 읽어나가는데 이 시의 첫 구절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잃어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시인의 말처럼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이렇게 마음결이 어수선한 것이 벌써 몇달 째예요.

다시 세밑.

그래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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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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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민숙 | 작성시간 16.11.28 네...그렇군요. 좋은 모임을 하고 계시네요.
    윤동주의 '잃어버렸습니다'를 읽으니, 정말 뭔가 허전했던 마음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네요. 우리의 의식 저 너머에는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자기도 모르게 간직되어 어느 날 무의식이라는 지층을 형성하면서 시를 쓰고자 하면 불쑥 영감처럼 어떤 시어들이 동원되곤 하는 것 같아요. 나도 매번 시를 쓰지만, 모든 시들이 다 의식 속에서 씌어지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다른 시들을 읽으며 마음에 공감되는 건, 자신의 그러한 감성과 부딪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진 한 주 열어가시길요....^^
  • 작성자이민숙 | 작성시간 16.11.29 물론, 윤동주 시인은 처참하게 잃어버린 그 어떤 시대를 살았던 거고, 그 때문에 이런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지만요.
  • 작성자양미자 | 작성시간 16.11.28 오우 시도 올리셨군요
    감상도 좋구요.
    <동주 >영화도 감동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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