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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후기

소장님과 함께 아이들 유골을 뿌려줬씀다..

작성자별헤는밤|작성시간14.11.11|조회수347 목록 댓글 14

지난번에 보호소 봉사를 가서 보호소 아이들, 입양캠페인 협력병원과 인연을 맺였던 아이들의 유골을 뿌려줬씀다.

그런데 아무데나 막 뿌려주고 싶지는 않아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보내줬네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 365일 보호소에 메어지내는 소장님 또한 힐링이 필요하신 분이므로..

보호소 일은 유리맘님과 보리맘님.. 베테랑 봉사자 두 분께 부탁드리고 소장님과 함께 길을 나섰씀다.

 

 

삼송 보호소는 아이들이 떠나면 이렇게 개별 화장을 해줍니다.

최근 2년간 모아진 유골함이 대략 30여 개.

그 이전의 것들은 소장님께서 꽁자님과 함께 보호소 뒷산에 뿌려주시거나 나무 밑에 묻어 주셨어요.

 

 

모아진 유골함 전체 무게가 엄청나 모두 들고 갈 수가 없으므로 봉투에 이름을 써서 골분만 넣어가기로 했씀다.

이중엔 보호소에서 외롭게 죽어간 아이들도 있고 협력병원에서 돌봐주시던 아이들도 많이 있네요.

유골함 겉면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씀다.

깜식이,호수,강호,유리,토비,장군이,반짝이,예삐,샛별이,공주..

그저 만져라도 달라고 철조망에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던 이 아이들.. 아파도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던 아이들..

그들의 골분을 만지며 봉투로 옮기니 문득 하나하나 얼굴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여기서 잠깐 저희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병원서 치료받던 아이들 몇몇만 잠시 떠올리기로 할께요.

 

 

쿠싱증후군을 앓던 13세 까칠소녀 반짝이.

 

 

초기에 손을 쓰지못해 각종 장기가 많이 부어올라 원래 자리에서 상당히 밀려났고..

최근엔 종양이 입 속부터 몸 전체에 퍼져 무척 힘겹게 살았어요.

 

 

5개월간 병원에서 지내며 잠시 호전되기도 했지만 약을 복용하는 것 외엔 별다른 치료가 없어 보호소로 돌아갔었죠.

하지만 병원 생활과 보호소 생활은 천지차이인지 결국 상태가 또 나빠지더라구요.

마지막엔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많이 아파하며 힘겹게 떠났씀다.

 

 

사슴처럼 서글픈 눈빛의 여덟살 공주입니다.

 

 

여름만되면 모낭충에 의한 고질적인 피부병으로 고생을 참 많이 했더랬죠.

 

 

얼마전 다른 병원에서 중이염 수술을 받고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이미 뇌신경까지 손상된 상태라 보호소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어 왔었씀다.

각종 검사와 응급 치료를 시행했지만 넘 늦었던걸까요.

결국 버티질 못하고 눈을 감았네요.

 

 

그렁그렁 커다란 눈이 예뻤던 예삐.

 

 

심장병과 천식으로 기침이 끊이질 않았었죠.

 

 

다행히 밥은 잘먹어서 그렇게 아프다가도 먹을 것만 주면 꼬리를 흔들며 더 달라고 애처롭게 쳐다봅니다.

 

 

먼지 날리는 보호소로 돌아가면 기침과 천식으로 고통받을 것 같아 병원과 저희집을 오가며 꾸준히 치료를 받았었고..

 

 

입양캠페인에 놀러나가 산책도 했더랬죠.

보호소에서 나와 오래 누리진 못했지만..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은 즐겁게 지내다 떠난 것 같아요.

16세 일기로 생을 마쳤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는 덜 힘들게 살다간 아이가 아니였나 싶씀다.

 

 

소장님 품에서 태어나 10년 넘게 보호소에서 살아온 샛별이예요.

태어날 때부터 아래턱이 부서져 사료를 온전히 못먹고 살았었죠.

그래도 습식 사료와 불린 사료를 먹으며 열심히 살아왔고..

그 어떤 아이들보다 카랑카랑하게 짖기도 참 잘 짖었던 것 같네요.

 

 

마지막엔 아예 밥을 먹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이 진이 심각했씀다.

 

 

각종 응급 치료와 수액 처치를 받았지만 결국 이렇게 떠나고 말았어요.

 

 

심장병과 천식에 의한 발작으로 몇 년간 치료 받느라 고생이 많았던 뚜.

뚜가 떠난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뚜의 힘겨워하던 기침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뚜는 입양캠페인 횐님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장례식도 치렀답니다.

항상 잠을 제대로 못이뤘었는데 비로소 편안히 잠드는 모습을 보았네요.

 

 

살아생전 버림받고 투병 생활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무지개 건너편에서 신나게 뛰어 놀기를..

 

 

아이들 생각에 잠기는 동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랗씀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산책부터 시작했어요.

하늘과 닿는 곳.. 하늘 계단.

어쩐지 여기 와야만 했던...

 

 

하늘 계단을 올라간 후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곳 또한 경치가 훌륭했고 햇빛도 절의 일부가 되어 멋지게 쏟아집니다.

 

 

커다란 호수 주위로 산책로가 둘러쳐져있고 주말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더라구요.

호수 안에는 팔뚝보다 더 큰 잉어가 엄청 많이 놀고 있었씀다.

그런데 낚시 금지, 수영 금지..!

 

 

아이들을 받아들이려는 하늘도 멋찌고 탁트인 산책로도 참 좋았어요.

 

 

호수와 하늘색이 참 곱죠.

 

 

함께 산책하며 잠시 힐링.

 

 

날씨 또한 기막히게 좋아서 잠시 목적을 잊고 하염없이 구경만...

 

 

산책로 옆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저기 저편 단풍이 물든 산세가 무척 아름다워 보였씀다.

처음엔 물에 뿌릴까도 했지만 불법이기도 하고 차디찬 물 속에 수장시키는 것도 아닌 것 같았기에..

저 산 어딘가에 아이들의 안식처를 마련하기로 하고 소장님과 함께 올라갔어요.

 

 

얘들아..

하늘의 별도 좋지만 너무 외롭지않니..

흙과 나무 낙엽에 물들어 거름이 되고..

내년 봄엔 줄기로 태어나 후년 가을엔 낙엽이 되는 것도 참 좋겠다.

 

 

비록 너희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땅을 베개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편안히 쉬려므나..

 

 

목마르않게 호숫물 적셔가며 힘들고 고단했던 삶 이곳에 이제 내려놓아도 좋아..

 

 

바람과 햇살이 친구가 되어 항상 곁에서 쓰다듬어줄거야..

...

 

그렇게 속삭이고 기도하면서 소장님과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떠나보내줬씀다.

비록 살아생전 그렇게 원하던 가족 품에서 지낼 수는 없었지만..

소장님의 희생과 횐님들의 사랑 덕분에 이제서야 편안한 잠자리를 갖게 되었네요.

 

"사랑하는 얘들아 잘가.. 신나게 웃으며 뛰어놀아. 항상 좋은 꿈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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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보리맘 | 작성시간 14.11.14 그리고 두 달에 한번이라도 소장님이 바람쏘일 수 있음 좋겠어요. 시간되시는 분들 많이 도와주세요....
  • 작성자애기사랑하기 | 작성시간 14.11.16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



    눈물 이 멈추질 않네요 ....
  • 작성자보고싶어 | 작성시간 14.11.17 아 그곳에 가질 못해서 가슴이 답답해요~ 슬프고 가여운 아기들… 명복을 빌어요
  • 작성자금실언니 | 작성시간 14.11.17 아...눈에 익은 아이들이 여럿이네요...
    눈물나요...
    고생하셨습니다...
    애기들. 다음 생은 사람이든 멍멍이든.. 평생 사랑받는집에 태어나렴...
  • 작성자슈니알송돌 | 작성시간 15.07.10 다음생에는 아프고 가여운 유기견이 아닌
    든든한 주인품안에서 태어나길바라
    그렇게 편안하게 잠들고 먹고 열심히 뛰어놀고 눈감기를.. 꼭....!
    이 세상에서 살아가느라 수고했어 아가들아
    온 마음을 다해서 명복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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