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호소 똥강아지들 소식 전합니다.
명절엔 사람 사는 곳은 야단법석 시끌벅적한데..
보호소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가끔 개짖는 소리만 요란할 뿐 적막이 흐르더군요.
늘 그렇듯 병원 들러서 아픈 애들 약짓고 치료 끝난 애들 퇴원시켜 도착하면 한낮..
그때까지 사료를 못먹고 기둘리고 있는 아이들이 남아있어 밥달라 똥치우라 아우성치니 맘이 급해지네요.
우선 견사마다 똥치우고 오염된 흙 긁어내고 백여 개가 넘는 그릇들을 싹다 꺼내놓씀다.
그러면 소장님께서는 물통 여러 개와 사료통 실은 카트를 밀며 그릇들을 닦고 사료를 공급해주시죠.
바깥 견사 똥치우기가 끝나면..
컨테이너 두군데와 부엌이 딸린 방 세군데의 오줌똥 범벅 신문지를 치우고 물그릇의 물을 갈아줍니다.
글구나서 뭉친털 잘라내고..
귓병 심한 애들 귀청소하고 약 넣어주면 하루 해가 꼴딱 넘어가요.
봉사자가 없는 날이 대부분이라 오후 늦게까지 소장님 혼자 똥치우고 물주고 연탄 갈고 나면 정말 지치신대요.
특별한 기술 없이 똥치우고 물 갈아주는 봉사만 해도..
답답한 눈털 들어서 잠깐 쓸어 만져만줘도.. 애들은 배고픔도 잊고 그 곁에서 엄청 즐거워한답니다.
이런게 봉사이고 큰 힘이 되는거죠.
그런데 한겨울이다보니 바깥 견사는 물그릇들이 죄다 얼어붙었네요.
크고 작은 개님들은 입김을 호호 불어대며 얼음을 핥아먹씀다.
목이 넘 마르고 어쩔 수없으니까요.
얼마전 입양캠페인 때 캐노피 안이 엄청 추워서 애들 입김이 폴폴 날리고 무척 힘들어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얘네들은 겨울철 내내 그런 곳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
물그릇마다 혀로 만든 얼음 구멍을 보면 걍 먹먹하고 맘이 무척 아프네요.
그저 착하기만한 천사들은 열심히 얼음을 핥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 이노무 얼음이 왜케 안녹는겨.. 빨리 물이랑 사료 먹고싶다.
2. 난로 피운 따뜻한 실내 견사에서라도 지내고 싶은데 자리가 없으니 할 수 없지..
3. 엄마.. 보고싶어요ㅠㅠ
전에는 자체 소각장에서 똥치운 신문지를 많이 태우곤 했었지만..
소장님께서 자칫 불씨가 바람에 날려 불이 날까봐 두렵다시며 요즘은 비닐에 담아 쌓아두십니다.
그런데 어려운 보호소 살림에 쓰레기 차까지 불러 치우려면 돈이 많이 들기에 한번에 몰아서 버리죠.
연탄재라도 입구 바깥에 내놔야하는데..
힘쓰는 남자 봉사자가 별로 안계시니 연탄재와 쓰레기가 쌓이고 쌓여 이젠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네요ㅜㅜ
미용가능 봉사자가 해피앵두님 한 분밖에 안계시기에 산발한 애들 털이 많이 뭉쳤씀다.
눈 주변 털이라도 정리해주려고 보면 털이 눈고름과 떡져서 눈밑 살갗에 염증이 생긴 애들이 많아요.
눈 주변이 다른 살갗보다 훨씬 민감해서 정말 아플텐데 어케 견디고들 있는건지..ㅠㅠ
그래서 봉사자 많은 날 가게 되면 암껏두 안하고 오직 얼굴과 똥꼬 미용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씀다.
다행히 이번주에 개살려팀에서 단체 봉사 온다하셨고..
해피앵두님께서도 오셔서 애들 미용 많이 해주기로 하셨다네요.
언제나 고맙씀다. 개살려팀과 해피앵두님♥
힘겨운 보호소 생활에서 구제되려면 입양이라도 많이 가야하는데 것두 요즘 맘처럼 잘 안되니 참 답답함다.
하지만 힘들었던 묵은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으니 뭔가 좋은일이 생기지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모두 다 잘되겠죠?! 무조건 잘 되고말고요..
새해엔 횐님들도 보호소 천사들에게도 기쁘고 감사한 일이 철철 넘치면 좋겠씀다.
적어도 사료 걱정 안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울 모두 그저 홧팅이예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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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별헤는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03 서울에서 합니다. 상봉터미널 근처예요.
7호선 상봉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쭈욱 걸어오심 되요.
엔터식스 매장 건너편 코스트코 상봉점 왼편임다.
매주 토욜에 해요ㅎ -
작성자캐인 작성시간 15.01.03 고양이나 파주에서는 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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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별헤는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03 삼송보호소 아이들은 제가 상봉 엔터식스에 데려가서 하는 거구요..
파주에서는 파주 행동사에서 출판단지인가 그 근처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고양시에는 일산 롯데백화점 근처 미관광장에서 거리입양제를 진행하고 있씀다.
두군데 모두 삼송보호소와는 관련없지만 어쨌든 유기견 입양캠페인이고 토욜 낮에 해요. -
작성자오션 작성시간 15.01.07 하나 여쭈어 볼것이 미용봉사를 해피앵두님처럼 기술이 있으신 분들만 가능한건지..강아지용 바리깡?으로 제 강아지 대충 해주곤 하는데..그정도 실력으로는 힘든건지..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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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별헤는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07 집에서 애들 미용해주듯 눈주변이랑 똥꼬 미용해주시면 좋죠^^*
그런데 보호소 애들은 털이 많이 뭉쳐있는데다 오랜기간 목욕을 못해서 털 사이에 흙도 있고 거칠어요.
집에서 쓰는 강쥐 바리깡은 한두마리 하다보면 날이 모두 나가고 금세 고장납니다ㅠㅠ
날을 갈아서 쓰는 모우저같은 전문가용 클리퍼로 깎아줘야 여러아이들의 뭉친털을 감당할 수 있을듯해요.
기술도 기술이지만 기계가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보호소 애들 깎아주다보니 속도가 붙은 야매 미용이예용ㅋㅋㅋ
실력은 그다지 중요치 않으니 염려 안하셔도 된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