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 유엄(藥山惟儼:745~828)선사는 마조스님에게서 깨달음을 얻어
20년을 모셨다. 당나라 덕종(德宗) 정원 초 예양의 유약산(萸藥山)에
살았으므로 사람들은 스님을 약산선사라 불렀다.
당시 정승 이고(李翶)는 벼슬이 높아 세도도 대단했지만, 학식도 높았다.
이고가 몇 번 만나자고 연락했으나 선사는 응하지 않았다.
마침내 참지 못한 이고는 약산을 찾았다.
약산은 돌아보지도 않고 경만 보고 있었다.
이고가 보니 약산은 몰골이 초라한 노인이었다.
정승 이고는 절을 하지 않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
“얼굴을 보니 천리의 소문만 못하구나.”
이에 선사가 정승을 불렀다.
“상공(相公)!”
정승이 대답하니 선사가 말했다.
“어째서 귀만 소중히 여기고 눈은 천히 여깁니까?”
정승이 얼른 절을 하고 나서 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약산선사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가 다시 물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습니다.(雲在天 水在甁)”
(조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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