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접어든지 어언 석달이 넘고 곧 입춘이 몇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땅속에서 봄기운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시기가 입춘이랍니다.
대지엔 이추위에도 용케 견디고 있는 잡풀들이 양지바른 곳에 푸릇푸릇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날 아침 나무위 새들의 지저귐이 그리도 다정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마치 출근길에 인사라도 하듯이...
포근한 몇일중 주말..
오늘은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문현'님과 함께 쌀보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일찍 '사명당의집'에 도착한 저는 12월회계를 잠시 살펴보고
오랫만에 풍물시장도 짧게 살펴보고, 제영님과 문현님과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2시쯤 제영님이 제차 뒷좌석에 쌀을 실어주셨습니다.
종로노인무료급식소(원각)에 갈 쌀 40 kg ,,
삼양동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에 갈 쌀 60 kg
-----------------------------------------------------------------------------------
먼저 복잡한 청계천을 피해 종로길로 해서 탑골공원뒤 무료급식소 '원각'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주말에 차량이 많아 좀 복잡하긴 했지만 종로길은 차량흐름이 순탄했습니다.
탑골공원을 돌아 낙원상가 초입 좁은 골목길에는 주차되어있는 차량과
군데군데 모여서 장기,바둑을 두는 사람들과 훈수를 두고 있는 사람들,
식사를 마치고 공원주변을 서성이는 어르신들로 혼잡했습니다.
미리 연락을 드린터라 '원각' 고영배실장께서 문앞에 나와계셨습니다.
비상등을 켠 차가 '원각'앞에 정차하고 문현님이 40 kg 들이 한자루를 차에서 꺼내니
대기하고 계시던 고실장께서 가뿐히 쌀자루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고 바로 2층으로 쌀을 가지고 올라가셨습니다.
창고로 옮기지 않고 쌀자루를 바로 2층으로 올리는 것으로 봐서 쌀 재고가 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달 이맘때쯤에 어김없이 쌀 40kg를 가지고 나타나는 우리가
지금은 마치 믿을만한 식구처럼 느끼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거의 1년째 한달도 거르지 않고 쌀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
자신들과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약속이나 한듯이
한번도 어기지않고 나타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다른 어느때보다도 고실장님의 미소속에서 느끼는 묘한 느낌이였습니다..
2분도 채 되지 않는 만남속에 오가는 공감입니다...
-----------------------------------------------------------------------------------------
차를 돌려 낙원상가를 지나 성북동을 지나 정릉길을 거쳐 삼양동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원장님께 연락해두었더니 김옥성목사님께서 센터에 나와계셨습니다.,
10kg 들이 쌀 포대 6개(총60kg)를 준비했는데
문현씨가 먼저 10kg 쌀포대 3개를 양어깨에 나누어 메고 3층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한참만에 목사님과 문현씨가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문현씨가 10kg 포대 2개를 한꺼번에 들다가 밑에 포대자루 하나가 손에걸려 찢어져
쌀이 좀 터져나왔습니다.
일부는 다시 쌀포대에 담아 목사님께서 안고 올라가시고
나머니 2포대는 문현씨가 어깨에 메고 올라갔습니다.
쌀포대가 터져 땅에 떨어진 쌀을 보고 목사님은 웃으시며 "본의아니게 새들에게 먹이를 주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겨울에 먹을 것이 없는 새들에게 보시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3층에 올라가니 토요일 낮시간이라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양간에 쌀을 세워놓고 차한잔씩을 했습니다.
목사님과의 짧은 대화속에
'누리과정'예산 문제가 '지역아동센터'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염려를 하셨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예산을 또 흔드니 좋은 마음에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점점 도산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말씀이십니다.
길에서 헤매는 아이들을 제도권에서 돌 볼 수 있게 하려면 시설이 더 필요한데
오히려 운영난을 못이겨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경제가 어려울 때 피해를 입는 것은 저소득.노약자.장애우.어린이등
사회적 약자들이네요.
세상이 투명하고 맑은 기운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쌀한톨. 한톨에 마음을 담아 아이들의 밥상을 통해 그 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