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처음 맞는 일요일 입니다. 낮에는 벽안님이 가족들과 함께
작은 미니버스를 몰고 <사명당의집>에 왔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쌀
400 킬로그램를 상계동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모처럼 쉬는 일요일 가족 모두 시간을 내 오시니, 당나라 때 온 가족이
도인이 되어 불도를 닦았던 방거사 집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세한 일지는 벽안님이 따로 올립니다.
오후에는 운경행님이 어묵(오뎅) 한 봉지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다음 주 을지로 따비에서 거사님들에게 어묵탕을 보시하기 위해 오늘
미리 예행연습을 했습니다. 120명분을 준비해야 하니, 한 사람에게 돌아갈
어묵의 양을 가늠하며, 대파며 멸치 무우 북어머리 등 국맛을 낼 재료를 짰습니다.
처음 제영법사와 저는 오뎅을 그냥 물에 끓여 어묵탕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운경행님이 오늘 시험삼아 조리하는 과정을 보니, 단연 임금님표 어묵탕입니다.
저녁에는 운경행님이 만든 오뎅국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오뎅의 품질이
좋아 쫄깃쫄깃했으며, 무우 파 멸치 김 등으로 맛을 내니 맛이 좋았습니다.
겨울철 거사님들에게 좋은 보시가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엄경희님이 언니(임경홍)와 언니의 자녀(중2 강민주, 초등5 강수민,
초2 강우찬)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초코파이도 사가지고 오셨네요.
이렇게 해서 오늘은 100여명의 거사님들이 오신 가운데, 엄경희님 가족들과
보리님, 운경행님이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백설기 250쪽은 보리님이, 밀감 500개는 엄경희님이, 커피는 운경행님과
강민주양이, 초코파이와 칫솔(110개)은 엄마 임연홍님과 딸 강수민양과
아들 강우찬군이 맡아서 보시를 했습니다. 이외 거사봉사대 해룡거사님,
병순거사님, 김종문 거사님이 커피와 둥굴레차 100여잔을 보시하는데
손을 보태주셨습니다. 칫솔은 지난 연말 <반갑다연우야> 봉사단의
법전화 황채운 단장님이 보내주신 것입니다.
특히 오늘은 어린 강수민양과 강우찬군이 단연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밝은 인사와 환한 웃음으로 초코파이를 드리니, 굳어 있는
거사님들 얼굴이 모두 환하게 펴졌습니다. 천진불의 미소로 굴다리 안이
그 어느 때보다 환했습니다.
두 지팡이를 짚고 걷는 한 거사님은 다리가 좀 어떠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오늘같이 푸근한 날이 2월 말까지만 가주면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이 거사님은 몇 년 전 아주 추운 겨울날,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을 때,
'추우면 그냥 추운가 보다' 하고 지낸다고 말했던 분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진정이 담긴 목소리로 새해 인사와 함께 복을 빌어 주었습니다.
그 외 보시를 하는 동안, 여러 거사님들이 새해인사와 감사의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거사님들의 소박하고 진심이 담긴 인사는 우리에게 새삼 사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며, 선한 말이 가져오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부처님은 법구경 첫 장에서 <선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따른다>고 했습니다. 법문을 함께 나누어준 을지로 보살님들께 합장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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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운경행 작성시간 16.01.04 낯설어하지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맛있게 드세요"라고 일일이 밝게 인사하던 우찬군, 키가 커서 커피 젓기 힘들었을 민주학생, 만화그리기가 밥먹는거 보다 좋다고 고개 끄덕이던 수민학생.. 감사한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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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진행 작성시간 16.01.04 추운겨울에도 따비는 쉴 수가 없군요. 벽안님, 운경행님, 엄경희님....법사님, 그리고 선생님
추운날씨라서 더욱 훈훈한 서사시입니다. ()()()
따비에 대해 한동안 (뭐지???) 하는 풀리지 않는 막연한 아픔같은게 있었습니다.
"작은 차이가 큰차이를 가져온다?" '낼 지구가... 한그루 나무를 심겠다?'...right!
나투신 보살님들께 경배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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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碧眼 김경숙 작성시간 16.01.04 요리박사 운경행님의 작품이 그 힘을 발휘하네요...
거사님들이 오뎅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더욱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꼬마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오셨네요..
아이들의 맑은 미소가 거사님들 마음은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