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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이야기

저승사자도 그를 보지 못하리..

작성자햇빛엽서|작성시간12.12.18|조회수701 목록 댓글 4

▒ 이야기 1

 

홍주 태안사 주지는 경(經)과 논(論)을 강론하는 강사였는데 오직 마조스님을 비방하기만 하였다.

하룻밤은 삼경에 귀신사자가 와서 문을 두드리니, 주지가 물었다.

"누구시오?"

"귀신세계의 사자인데 주지를 데리러 왔다."

"내가 이제 예순 일곱인데 40년 동안 경론을 강의하여 대중들에게 공부를 하게 하였으나

 말다툼만 일삼고 수행은 미처 하지 못했으니, 하루 밤 하루 낮만 말미를 주어 수행케 해 주시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정신차려 하루동안 말미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40년 동안 공부했던 도움이라고나 할까?

"40년 동안 경론을 강의하면서도 수행을 못 했다면 이제사 다시 수행을 해서 무엇에 쓰겠는가?

 한창 목마른데 우물을 파는 격이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자신을 탓할지언정 남을 원망치는 말라.

 지금 어서 빨리 가자. 만일 늦으면 저 왕께서 나를 꾸짖을 것이다."

 

그러자 둘째 사자가 말했다.

"저 왕께서 벌써 이런 사실을 아실 터이니, 이 사람에게 수행케 해준들 무방하지 않겠는가?"

첫째 사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하루쯤 수행하도록 놓아 주겠소. 우리들이 돌아가서 왕에게 사뢰어

허락해 주시면 내일 다시 오겠고, 만일 허락치 않으시면 잠시 뒤에 다시 오겠소."

사자들이 물러간 뒤에 주지가 이 일을 생각했다.

'귀신 사자는 허락했으나 나는 하루 동안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가?' 아무 대책도 없었다.

날이 밝기를 기다릴 겨를도 없이, 개원사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니 문지기가 말했다.

"누구시오?" "태안사 주지인데 스님께 문안을 드리러 왔소."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니, 주지는 곧 마조스님께로 가서

앞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고 온 몸을 땅에 던져 절을 한 뒤에 말했다.

"죽음이 닥쳐왔는데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스님께서 저의 남은 목숨을 자비로써 구제해 주십시오."

스님께서는 그를 곁에 서 있게 하였다.

날이 새자 귀신 사자는 태안사로 가서 주지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다시 개원사로 와서 주지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이때 마조스님과 주지는 사자를 보았으나

사자는 스님과 주지를 보지 못했다. <마조록>


※띳사장로 - 부잣집 아들 출가. 동생이 결혼했는데 부인이 사악한 여인
  혹시 형이 환속하면 재산을 빼앗길까 염려 청부살인 하려고 하자
  돌로 무릎을 쪼개서 걷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자기 죽이러 온 사람에게
  "딱 하루만 시간을 달라. 내가 이런 몸으로 어떻게 도망가겠는가?"
  굉장히 뚜렷한 고통을 관찰의 대상으로 위빠사나를 통해서 아라한 되고
  환희심에서 우러나오는 게송을 읊고 돌아가심.
  (몸의 고통을 대상으로 깨달은 사례 경전에 많이 나옴)

  <일묵스님의 대념처경 /bbs>

 

[월호스님 해설] 저승사자가 끌고가는 것은 육신이 아니라 '분별심(애착,아상.나 너 구분)'이다.

맑고 고요한 물은 물이 있는지 없는지 안 보이고, 물결이 일어야 비로소 느껴지듯이

무심(無心)공부를 체득하면 생사에 자재하여 '영혼('나'라는생각)'을 남겨두지 않고 완전한 죽음에 이르른다.

이것이 반열반(빠리닙바나), 불생불멸(不生不滅)의 경지이다.
 

▒ 이야기 2


 하루는 당나라 숙종 황제가 혜충 국사 처소를 방문하여 한 가지 청을 드렸다.
"서천에서 온 대이 삼장이 타심통(他心通)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다고 하니, 스님께서 한번 시험해 보십시오."
그래서 국사께서 대이 삼장을 불러 물으시기를,
"그대가 타심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다고 했는가?" 하니, 대이 삼장은 그러하다고 답했다.
국사께서는 잠시 동안 가만히 계시다가 물으시기를, "노승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고?"
"스님께서는 일국의 스승이시거늘, 어찌하여 촉천강 위에 배들이 경주하고 있는 것을 보고 계시옵니까?"
국사께서 또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지금은 노승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고?"
"스님께서는 일국의 스승이시거늘, 어찌하여 천진교 위에서 원숭이들이 서로 희롱하는 것을 보고 계십니까?"
국사께서 또 잠시 계시다가 물으셨다. "지금은 노승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고?"
그러나 이번에는 삼장이 아무리 찾아도 마음 있는 곳을 찾지 못하여,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습니다." 하자, 국사께서 큰 소리로
"타심통이 어디에 있는고?" 하고 꾸짖으셨다.


두 번째까지는 정확히 알아 맞췄는데, 세 번째 물음에서는 왜 알지 못했을까?
대이 삼장뿐 아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 도인도, 혜충 국사께서 마음 두신 곳을 바로 보기가 어렵다.

수행이 깊어 무심(無心) 삼매에 들 것 같으면 귀신도 보지 못하고, 모든 부처님과 도인도 보지 못하는 법이다.

 

후일에 어느 스님이 조주 선사께 여쭙기를,
"국사께서 세 번째는 어디에다 마음을 두셨기에 대이 삼장이 보지 못했습니까?" 하니,

조주 선사께서는 "삼장의 콧구멍 위에 있었느니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후에 다시 현사 선사께 여쭈었다.
"삼장의 콧구멍 위에 있었을진대 어찌하여 보지 못하였습니까?"
"너무 가까운 까닭에 보지 못하였느니라."

 

타심통은 상대방의 본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분별심을 보는 것인데

세 번째는 국사의 마음에 분별심이 없어서, 마음에 움직임이 없어서 보지 못한 것이다.

남의 마음을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본마음을 보는 게 더 중요하다.

 

▒ 이야기 3

 

3백 여년 전에 법일(法一)이라는 맹인 악사가 있었다. 그는 퉁소를 잘 불었다.

근처 아미타사 주지는 가난한 법일을 위하여 절에 방 한칸을 빌려 주었다.

주지가 외출한 날 법일이 주지를 기다리며 야밤에 퉁소를 불고 있자니 문득 무장한 사람이 나타나서 말을 걸었다.

"나는 재상의 사자인데 그 분이 여기에 구경차 오셨다가 법일의 통소가 유명하다 하여 듣고자 하니 같이 가보자" 하였다.
끌려가다시피 가서 한 곡조 불어주고 돌아오고 있을 때, 한 노파가 갑자기 또 나타나 말하기를,
"대감께서 1주일간 계속 연주를 바란다. 끝나는 날에는 크게 상을 내린다 하시니 유념하여 그리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노파가 법일에게 타이르기를 '이 사실을 타인에게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6일 째 마지막 가는 날..

우연히 주지스님의 눈에 뜨이게 되었다. 어떤 무장한 사람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주지스님은 즉시 제자들을 보냈으나 놓치고 말았다. 제자들이 밤 늦게 돌아올 때는 비가 내리고 심히 어두웠다.

그 때 공동묘지에서 퉁소 소리가 들려왔다. 법일이 거기에 있었다.

제자들이 큰 소리로 법일을 불렀으나 무엇에 홀린 듯 듣지 못했다.

가까히 가서 흔들면서 부르니 그 때서야 응답을 하였다. 혼이 나간 그를 데려오니 주지스님이 크게 놀라 말하기를
"장차 큰 일이 돌아오겠다. 이대로는 아니 되니 옷을 전부 벗기고, 반야심경을 전신에 붙여라."
그리고 말하기를 "법일이 너는 절대로 말을 하지 말라.

그리고 심경을 계속 속으로 외우라. 만일 입 밖으로 말을 하면 큰 변괴가 일어나리라."
아니나 다를까, 야밤에 무장을 한 노한이 찾아와서 법일을 찾았으나

퉁소만 떨어져 있을 뿐 법일이 없는지라 돌아가려 하는데

웬 귀 한 쪽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차사는 귀만 잘라가고 말았다.

반야심경으로 전신을 붙일 때, 잘못하여 귀 한 쪽을 빼 놓았던 것이었다.

그 때 법일이 귀를 잘렸으므로 후세 사람들이 그를 무이법일(無耳法一)이라 하였다 한다.

 

반야심경을 전신에 붙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의 마음자리를 (空)도리로 전환시켰다는 의미가 아닐까?

 

▒ 법구경 게송

 

Yathā pubbulakaṃ pass         야타 뿝불라깡 빠쎄

yathā pass marīcikaṃ            야타 빠세 마리찌깡

evaṃ lokaṃ avekkantaṃ          에왕 록깡 아웩칸탕

maccurājā na passati            맛쭈레자 나 빠싸띠

 

만일 누구든지 간에 세상 보기를 물거품같이 보고

자기 마음을 아지랑이 같이 본다면

그의 발자취, 마라도

그 주인을 찾지 못하리. <법구경 170송>

 

 

※ 저승사자 눈도 피하는..

    죽음을 초월한 경지..

    바로 무심(無心)의 경지

    (空)의 경지입니다.

    수행에 그 길이 있습니다!

 

 

☞ 이불 덮어 저승사자 돌려보낸 엄마 http://cafe.daum.net/santam/IQ3i/2108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나는 천 개의 바람 http://cafe.daum.net/santam/IQ3g/406
   '태어난 적도 없고, 죽은 적도 없다' <라즈니쉬 묘비명> http://cafe.daum.net/santam/IQ3h/367

    왼쪽 귀가 없는 스님의 부탁, 범일국사와 정취보살 이야기 http://cafe.daum.net/santam/IaMf/505


1.60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셔서 못 간다고 일려주고
2.70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 애인이 생겨서 못 간다고 말하고
3.80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 벌어 놓은 돈 다 쓰고 간다고 말하고
4.90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 좋은 날 좋은 시 골라 간다고 말하고
5.100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내 발로 내가 걸어갈 테니 걱정 말고 가라 하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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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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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술래 | 작성시간 12.12.18 저승사자도 볼 수 없는 무심의 경지, 공의 경지에 다달을 수 있는 길은 수행 뿐이라 하십니다. 저 또한 그렇다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윗 글을 읽는 동안 왜이리 아득한 감정에 사로 잡히는지요? 또 바보처럼 어떻게 수행을 해야하나? 막막해지고 새삼스러워져 한참 동안을 생각없이 되읽기만하고있었군요..^^ _()_
  • 답댓글 작성자햇빛엽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2.18 상대유한의 세상에서.. 절대무한의 궁극을 말한다는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이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상당한 위로와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내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절망에 갇히진 않을 거니까요.
    마치 뜨거운 수증기로 숨이 턱턱 막히는 욕실에서 숨막혀 하다가..
    창문을 쪼끔만 삐끗 열어도 일단 숨통이 트이듯..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옴 산띠, 늘 평안하소서 _()_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12.12.19 저는 저승사자 눈에 바로 딱 띄겠어요. 분별심의 마왕이니...무심과 공의 경지,생각만 해도 환희의 신비예요
  • 작성자토정비결 | 작성시간 12.12.19 좋은 글...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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