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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정선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닭날개를 먹으면 바람난다는데

작성자정선나그네|작성시간12.05.30|조회수373 목록 댓글 32

아침나절 안개가 자욱하고 구름이 몰려오더니

일진광풍 함께 천둥번개가 요란하다.

 

한동안 비소식이 없어 궁금하던 차 잘 되었다 비라도 흠뻑 내려주었으면 하나

땅을 적실만큼만 내리고 날은 개인다.

 

그나마의 비라도 밭작물에는 많은 도움이 되겠기에 옥수수도 쑥쑥 크겠고,

 

감자는 하얀 꽃이 피기 시작하여 키는 모두 컸기에

이제부터는 땅 속에서 뿌리가 영글겠다.

 

여섯 마리 강아지들은 토실토실 잘도 커서 온 종일 뛰어놀고

서로 엉긴 장난질에 여념이 없다.

 

이웃영감님은 한 달이 되었기에 강아지를 데려가도 되지 않겠느냐 하는데

일 주일 정도 더 젖을 먹이고 데려가라 하니 어미가 안쓰럽다 한다.

 

원어민강사 해리는 아침저녁으로 내 집옆 솔밭을 지나며 인사를 건네고

퇴근길에 들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가는데,

 

구태어 한국말을 가르쳐준다라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매일 몇 단어씩 가르친다.

 

동네에서도 밭에는 이런저런 작물들을 모두 심었고

논가진 이들도 모내기를 끝냈기에,

 

모처럼 비오니 항골계곡에 모여 닭백숙으로 점심을 함께 한다.

 

항골계곡 깊은 골 섬섬옥수 맑은 물은 흐르고

아직 여름은 멀었는데도 골짝에서는 냉기마저 감돈다.

 

일찍이 차가운 골이라 하여 寒谷이라 했거늘

세월은 흘러 항골이라 부르고,

 

말 그대로 물도 차갑고 덩달아 골짝 자체가 서늘하다.

 

모인 면면들이야 풍진 한 세상 치열하게 살아 이제는 연로하여

얼굴의 주름은 비탈진 밭고랑처럼 패였다.

 

푸짐한 가슴살이며 먹음직한 다리는 어르신들께 양보하고

날개죽지를 뜯으려니,

 

어느 분은 웃으며 말한다.

 

“이 사람아, 날개먹으면 바람나네.”

 

“네, 무슨 바람입니까?”

 

오래 전, 우리네 할아버지 시절에는 동네에 중풍으로 누워계신 분들이 많았다.

 

내 어릴 적만 하여도 뒷집, 옆집 또는 한두 집 건너 어르신들은 중풍으로 쓰러져

식구들이 수발을 들어야 연명했고,

 

의식은 있되 몸은 움직이지 못 하는 이 신세를 사람들은 제일 무서워한다.

 

의학의 발달로 지금은 중풍에 걸려도 치료를 잘 받아 누워있는 이들이 드문데

옛날에는 뇌졸중을 일컫는 이 중풍에 걸리면 으례 거동을 못 하였으니,

 

옛사람들이 무서워 할 수 밖에 없었기에 음식을 먹더라도 조심한다.

 

닭이나 날짐승들의 날개는 바람을 일으킨다 하였고

바람의 한자로는 風을 쓰니,

 

이 날개를 먹으면 풍을 맞는다 즉 중풍에 걸린다 하여 먹지 말라 하였으니,

 

글자와 음식이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마는 우리네 조상들은

글자로서의 연관성마저도 경계하였다.

 

이제는 중풍이 그리 무섭지 아니함인지 날개를 먹지 말라는 뜻이

이성 간의 바람으로 생각을 하게 되니 세월의 흐름인가 보다.

 

어느 어르신의 구성진 정선아리랑 두어 구절이 끝나고 자리는 파하는데,

 

유월의 좋은 날을 택하여 여수엑스포에 일박이일로 구경가자 하여

또 언제 그런 구경을 하겠느냐 모두들 좋다 한다.

 

가고는 싶었지만 너무 멀어 생각지도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도 멀리 남도땅 여수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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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정선나그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6.02 그렇습니다. 백봉령휴게소의 감자옹심이는 맛도 있고 싸기도 하지요.
    좋은 여행을 하셨군요.
  • 작성자우렁각시 | 작성시간 12.06.03 진덕이가 강아지를 여섯 마리나 낳았나보네요~
    날씨도 더운데 녀석이 참 힘들겠어요...
    진풍이도 잘 있지요?
    여수 가는길에 남도 여행도 겸해서 다녀 오세요~
    전 6월 한달내내 바빠서 정신이 없을것 같네요 ㅠㅠ
  • 답댓글 작성자정선나그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6.03 유월 중에 갑니다만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정선나그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3.13 요즘은 이 말을 믿으려 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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