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 사용 전의 숙고 네 가지(비구)
비구는 네 가지 필수품(탁발음식, 옷, 거처, 약)을 사용(수용. paribhoga)하기 전에 혐오스런 것이라고 숙고해야 한다. 원래 필수품은 혐오스런 것이 아니지만 더러운 몸에 와서 극도로 혐오스럽게 된다고 숙고한다. 이와 같이 숙고한 다음에 사용하는 자에게 허물이 없다. 제대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심을 제거하기 위해서 비구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숙고해 봐야 한다.
⑴ 도둑의 사용(theyya paribhoga)
⑵ 빚쟁이의 사용(iṇa paribhoga)
⑶ 상속자의 사용(dāyajja paribhoga)
⑷ 주인의 사용(sāmi paribhoga)
⑴ 도둑의 사용: 계를 지키지 않는 자가 승가 가운데 버젓이 앉아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은 4가지 필수품을 계를 지키는 자만 사용하도록 하셨다. 재가자도 자신의 선행에 따른 큰 복덕을 기대하며 오직 계율을 지키는 사람에게만 보시한다. 그러므로 계를 지키지 않는 자가 자격도 없으면서 필수품을 사용하는 것은 도둑이 사용하는 것과 같다.
⑵ 빚쟁이의 사용: 계를 지키는 자가 숙고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비구는 가사를 사용할 때마다, 음식을 한 수저 먹을 때마다 숙고해야 한다. 필수품을 사용할 때 그렇게 성찰하기 시작한 비구는, 아침에도 숙고하고, 저녁에도 숙고하고, 밤의 첫 시간대, 가운데 시간대, 마지막 시간대에도 숙고해야 한다. 그렇게 숙고하지 않고 새벽이 되면 비구는 자신이 빚쟁이가 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거처로 들어가기 위해 지붕 아래를 지나갈 때마다, 거처로 들어간 뒤 자리에 앉을 때마다, 자리에 누울 때마다, 비구는 적절하게 숙고해야 한다. 약을 받을 때나 사용할 때마다 숙고해야 한다. 만일 받을 때는 숙고했지만 사용할 때 숙고하지 않았다면, 범계가 의심된다. 하지만 받을 때는 숙고하지 못했지만 사용할 때 숙고했다면, 그런 의심으로부터 벗어난다.
비구가 범계를 했다면 다음의 네 가지 중의 하나로 계율을 정화해야 한다.
① 참회에 의한 청정(desanā suddhi): 계목 단속에 관한 계를 말한다. 왜냐하면 참회하면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② 단속에 의한(saṁvara) 청정: 감각기관 단속에 관한 계를 말한다. 그것은 ‘다시는 어기지 않겠다.’라고 결심하면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③ 구함에 의한(pariyeṭṭhi) 청정: 생계의 청정에 관한 계를 말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방법으로 구하지 않고 법에 따라서 바르게 필수품을 얻는 자에게 구함이 청정하기 때문에, 그것을 구함에 의한 청정이라고 한다.
④ 숙고에 의한(paccavekkhaṇa) 청정: 필수품에 의한 계를 말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숙고를 통해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⑶ 상속자의 사용: 일곱 가지 유학들(네 가지 도,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인 성자)이 필수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학은 부처님의 아들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상속자인 것처럼, 이 성자들은 부처님이 허용한 4가지 필수품을 상속자의 자격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는 재가자들이 제공한 것이지만 부처님이 사용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그 필수품은 부처님의 소유로 간주해야 한다.
⑷ 주인의 사용: 아라한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4가지 중에서 주인과 상속자가 사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주인으로서 사용하는 것은 오직 아라한에게만 허용되지만 유학이나 범부가 필수품에 내재한 불결함을 인식함으로써 탐욕을 버리고 필수품을 사용한다면, 탐욕의 노예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것과 같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아라한이 사용하는 것과 같다.
참고자료
① 밍군 사야도 저, 최봉수 역주, 『대불전경 II』, 한언, 2009, 358-360쪽.
② The Most Venerable Mingun Sayadaw, Translated by U Ko Lay & U Tin Oo,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마하붓다왐사)』, The State Buddha Sasana Council's Version, Volume One, Part One, First Edition, November, 1991, pp. 201-204.
③ 대림 스님 옮김, 『청정도론 제1권』, (Ⅰ. 124-130.) 초기불전연구원, 2004, 191-195쪽.
④ 전재성 역주, 『청정도론-비쑷디막가』,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18, 190-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