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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해석할 시

이기철 청산행

작성자서울|작성시간16.03.09|조회수84 목록 댓글 4

이기철 청산행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靑山)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人家)를 내려다 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南方)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野性)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 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慣習).

(西)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 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으로 피어 오르고

생목(生木)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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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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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유정진 | 작성시간 19.08.29 안녕하세요. 이기철 선생님의 '청산행'에 대한 해석이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앞으로 해석할 시' 목록에 들어 있었군요...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라는 구절에서 '순결해진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참 어렵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떠신지요? ^^ 궁금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9.15 '순결해진다'는 시 속에서 그 의미를 찾으면 맨 마지막 구절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이라 생각됩니다. 이 의미는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에서 알 수 있듯이 양식 걱정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들'은 '양식' 걱정이 없는 곳이지만 '야성'을 버려야 하는 곳이지요.
    화자가 '청산'으로 가는 것은 '양식' 걱정이 있는 세상을 떠나 '양식' 걱정이 없는 곳(청산)으로 가서 살다 죽고 싶다(잠들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양식'을 포기하고 '야성'이 살아 있는 청산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나 좀더 자세하게 살펴 보면 후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답이 늦었습니다. 오늘 봤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서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9.15 서울 다시 보니까 '순결해진다'에서 '순결하다'는 사전적 의미는 '1.사욕이나 사념 같은 더러움이 없이 깨끗하다'이므로 '때까치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양식'을 충분하게 얻었으므로 ' 더 이상의 '사욕이나 사념'이 없는 상 태가 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산'은 '맨살 비비는 돌'처럼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이 가득 찬 곳으로 청산에서 살다 죽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산을 떠난 '여울'은 들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들은 '때가치들'이'야성'을 잃는 공간이고 인간들은 '양식'을 고민하는 곳이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유정진 | 작성시간 19.09.16 서울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들으니 안 보이던 것이 한층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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