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느린 걸음으로

작성자목필균 (18회)|작성시간26.06.09|조회수23 목록 댓글 6

느린 걸음으로

목필균

화면 가득 느린 그림이 나오고

슛 찬스를 놓치고 만 공격수의 썰렁한 뒷모습에서 화살같이 달아난

나의 시간들이 보였지

다 쓰고 난 작전타임 끝에 넘기지 못한 역전의 고비도 안타까웠어

화면 가득 떠오른 패장의 모습은 어제까지의 영광은 물거품이었지

세월은 너무 빨라

월요일의 긴장도 잠시야. 어느새 허둥지둥 토요일에 서 있는 거야

이러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도 무심히 통과하고

허무의 술잔을 들게 될지도 몰라

아, 그렇지. 지난 일 중에서 놓치지 아까운 장면을

느린 그림으로 잡는 거야

지나간 내 인생에는 몇 번의 아까운 장면이 있었는지

꿈을 품던 젊음이 공중분해되고 머리에 검은 염색약이 뿌려지기 전에

걸음을 늦춰야겠어

가슴에 꽁꽁 묶어서 비축해 놓았던 비자금 같은 사랑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거야

지난날에는 보이지 않던 어두운 곳의 아픔도 읽어야겠어

주변을 돌아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왜 이제야 했는지 몰라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월이야

느린 그림이 필요하지

영상을 되돌려가며 나를 위해 느린 걸음을 배워야겠어

일상에 떠밀리지 않고, 내 스스로 걷는 느린 걸음을

 

 

* 첫시집 <거울 보기>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목필균 (18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나이들수록 빨라지는 세월..... 하루는 지루하고, 한 달은 금방 가는 요즘입니다.
    그냥 일상이 가장 건강하고도 좋지만 무기력하게 지나게도 됩니다. 벌써 6월 중순으로 넘어서니까요. 공연히 불안하기도 합니다.
  • 작성자스카이 [고재웅-18] | 작성시간 26.06.09
    메일 긴장 속에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래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늘 바쁘게 산다고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정작 저는 더 바쁜건지 아니면 무심하게
    지내는건지 모르게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 '빨리'의 성격은 있나 봅니다
    일도 그렇고 운전도 그렇구요

    하지만 느릴때도 있고 빠를때도 있으니
    잘 모르겠어...
    여유롭지 못한건 사실이구요
  • 답댓글 작성자목필균 (18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사람과 사람 사이, 참 어려운 숙제입니다. 건전한 관계는 참 어렵기도 하고, 그냥 쉽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창님은 아주 바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운전 만은 급하게 하지 마세요....
  • 작성자맨날청춘최상호14 | 작성시간 26.06.09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목시인님이 생활하며 뚜벅뚜벅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자고 다짐하며 쓰여진 시로 보입니다.

    이젠 아무리 빨리 걸어가고 있어도 남들은 빠르게 보지 않을 테니까요.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목필균 (18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97년도 이니까 그래도 젊은 시절입니다.
    너무나 바쁜 일상이 힘겨울 때라서 이런 시를 썼나 봅니다.
    돌아보니 지금보다 자신감이 있고, 젊었을 때인데.....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