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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강좌

수필의 형식과 개성

작성자엄지바우|작성시간08.04.09|조회수297 목록 댓글 7

 

수필의 형식과 개성


  수필은 일상 생활에서 느낀 것, 자연에서 느낀 것, 새롭게 발견한 것 등을 붓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쓴 글이다. 따라서 수필은 시나 소설과는 달리 ‘허구성’보다는 ‘사실성’이 강조되는 글이다. 이처럼 수필이 사실성에 근거하면서도 문학이 도리 수 있는 까닭은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감동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정서를 순화시키고, 삶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수필은 형식이 자유로운 글,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자기 표현의 글, 제재가 다양한 글, 멋과 운치가 깃들여 있는 글이라는 등의 특성을 지녔다.

  시나 소설, 또는 희곡은 행 가르기나 플롯, 무대 설정 등과 같은 갈래 나름대로의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수필에는 그러한 형식적 제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필을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수필은 경우에 따라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일 수도 있고, 잘 짜여진 구성을 취할 수도 있으며, 극적 요소를 포함한 특수한 구조로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기행문과 같은 모습을 취할 수도 있고, 일기문이나 편지문과 같은 모습을 취할 수도 있다. 이처럼 수필은 형식적 제약을 받지 않고, 지은이의 의도에 적합한 형식을 마음대로 취할 수 있다. 수필을‘무형식의 형식이라고 일컫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은 형식이 다양하여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뜻이며, 지은이 나름대로의 형식은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소설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창조한 인물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만, 수필은 지은이 자신이 직접 작품 속에서 고백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은이는 수필을 쓰면서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수필을 1인칭의 문학이라고도 한다.


<수필의 예 2편>             

  (가)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 (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에 둥근 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등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갓흠을 움켜잡은 무슨 한(恨)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이 없을 것이다.

                                        - 나도향의 ‘그믐달’에서


(나)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苦行)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황야(荒野)에서 방황하엿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 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萬天下)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하여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나와, 그와 같지 못하다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 민태원, ‘청춘 예찬’에서


(가) 나도향의‘그믐달’은 그믐달에 대한 느낌과 인상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쓴 수필로 작가의 취향이 잘 드러나 있다. 반면에 (나)의 민태원의 ‘청춘 예찬’은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논리를 세워‘청춘의 이상은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수필은 작가의 태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은이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는 글이다.

  그러나 수필이 단지 지은이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그친다면 개인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필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참신한 언어 표현을 이용하여 독자에게 감동과 교훈을 줌으로써 더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이다.  

 

** 경수필(輕隨筆, miscellany) : 개성적 요소 또는 자아 노출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취향, 체험, 느낌, 그리고 인상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필로 비격식적 수필임. (가)


   ** 중수필(重隨筆, essay) :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체계적인 논리 구조와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수필. 논리적, 지적, 특성을 지니며, 소논문에 가까운 격식 수필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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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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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엄지바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4.09 그렇습니다. 1인칭의 한계가 늘 부담스럽고 갑갑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만 수필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면서 마력을 느끼기도 합니다.
  • 작성자이찬웅 | 작성시간 08.04.10 우리집에 갖고가서 거울 들여다보듯 가끔씩 보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엄지바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4.10 작가님한테는 명경도 거울도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처음 시작했던 자리를 한 번 돌아보면서 어디쯤에서 헤메고 있는지 위치 확인이 필요한 것 같아서... . 저부터.
  • 작성자한별 | 작성시간 08.04.10 엄지님, 어디쯤 서 있는지 위치 확인도 안되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 답댓글 작성자엄지바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4.12 저도 제가 서있는 위치를 잘 모릅니다. 요즘 gps도 나오고 네비게이션이 잘 되는데, 자동차 위치는 어디서든지 알 수 있다지만... . 사람마다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글쓰기도 마음 가는대로 쓰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별님 글도 좀 올려주세요. 등단작과 글글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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