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불편한 진실, 그리고 뻔뻔스러움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7.11|조회수1,469 목록 댓글 16

그때가 신혼초였습니다.  그러니까 12월 초순쯤 됐을 겁니다. 
결혼 후에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아내랑 같이 다니다 보니
아내와 같이 있거나 같이 다니는 것이 무척 귀찮고
부담스럽고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오전에 외출을 했습니다.
사람들 만나러 간다기에 늦게 오리라는 생각에
이때다 싶어 엉뚱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내가살던 집은 도로변 상가건물 3층이었고
2층은 퇴폐이발소였고 1층은 복덕방, 지하는 재래식 다방이 있었습니다.
이 다방은 낮에는 티켓팔고 밤 9시가 넘으면 안에서 문걸어 잠그고
간판불도 끄고 거시기한 일을 했습니다.

퇴폐이발소~
늘 동경의 눈초리보 바라보던 금단의  에덴동산.
화장실이 밖에 있기에 볼 일보러 가는 척
안쪽에 살짝 문열린 틈을 보노라면

빨주노초파남보의 드레스에 어깨끈만 걸친
대여섯 여성들(아줌마, 아가씨 도합)이 오고가며
현란한 무지개를 일으키노라면 눈을 황홀경에 빠져
그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럼증을 유발했지요.

환상적인 그런 장소에 오는 남자들은 어떤사람들일까?
저인간들은 왜 방송에 안나오는 거지?
라는 망발도 마구 해대가며 늘 부러움의 눈초리로 보았습니다.

남들 말할 때, 그렇게 궁상떨지 말고 가보시구랴~ 할지모르지만,
성격상 그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고
게다가 쩐도 없는 주제에 걍, 손가락으로 방바닥이나 긁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다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다방마담이 한복을 입거나 긴 정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지만,
지금의 애미마담이던 새끼마담이던 거시기한 미니스커트를 입던지 
아니면 거시기한 거시기를 하던지 해서 뭍남성네들의 가슴을
온통 훼집어 놓는데  이력이 나서 눈길이 안갈래야 안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방만해도 그렇습니다.
대낮에는 영업에 별로 관심도 없어서
어쩌다 손님이 와서 커피라도 한잔 팔아줄려면
오거나 말거나 가거나 말거나 반쯤누워서 
"어서 오세요. 커피드려요?"하고는
툭 던지다시피 커피를 주고는 훽~하고 다른자리로 가서는
테레비만 보고 앉았습니다.

낮에는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가 해만 떨어지면 생기가 납니다.
안하던 화장에 옷치장에 그리고는 있는 손님 내쫓습니다. 
밖에서 보면 완전히 "오늘 영업안해요.
그런데 안에서는 열나게 해요."입니다.

그다방 마담은 25살인가 먹은 여자앤데
맨처음 왔을 때가 20살인가 그러더니 
거기서 경험과 경력과 실력을 쌓은 뒤에 다방을 인수하였고
젊은몸과 미모와 입담과 주먹들의 배경을 믿고 
속칭 불법영업을 하였고 다른 작은 동네에 지점도 냈습니다.

남자인 나로서는 2층 퇴폐이발소도 금단의 열매였고
지하 다방은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
왜 그렇게 궁금하고 가보고 싶고 3층오르내릴 때마다
왜그렇게 사고를치고 싶었는 지...

늘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나도 돈과 시간이 나면 언젠가는 남들처럼
당당하고 떳떳하고 뻔뻔스럽게 사고를 칠거야.
암, 나도 대한민국 남잔데, 라고...

마침 아내가 외출을 하였고 늦은 오후에 돌아올거고
혼자 비스듬이 누워 티비를 보자니 심심적적하였습니다.

순간, 이때야말로 나의 좋은 머리가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맞아! 아내가 나더러 사고쳐도 된다는 뜻으로 외출한거고
늦게 들어온다고 했으니 오늘이야말로 바로 그때야"

그래서 수화기를 들고 지하 재래식다방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시쇼? 거시기 김양있냐? 나, 시골버스 오빠야.
오빠가 지금 너무너무 외롭고 춥고 마음이 힘들거덩???
오빠의 외로움을 달래줄 애 하나만 보내줄텨?"

인삼차를 시켰습니다. 딱 두잔... 오붓하게 둘이 마실 생각에..
커피를 시키려다가 커피는 집에 있으니 된거고
인삼차는 정력에 좋다니까...

 음헤헤헤헤헤헤~~

^+++++++++++++++++++++++++++++++++++++^

그래서 인삼차를 들고 참한 샥시가 올라왔습니다.
그리예쁘지는 않아도 머, 그런대로...
내가 말주변이 없는 까닭에 맞선볼 때 사용했던 표현을
재탕했습니다.

고향이 어디냐, 몇살이냐 이름이 뭐냐, 부모님은?  가족은?
학교는? 친구는? 남자친구는? 돈은 얼마 받니?  기타등등,무수리...

그랬더니 요것이 짜증을 냅다.
"아저씨! 저 배달가야해요! 빨리 마셔요! 배달이 밀렸어요!"
그려그려~ 마셔야지... 샥시두 들지, 응?
하면서 인삼차를 마시려고 잔을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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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이 열리며,
"너 이색히! 이럴 줄 알았어!!"
하며 아내가 물소의 뿔처럼 들이닥칩니다.
 
순간,
"앗뜨뜨뜨뜨뜨~~~~~"
하며 찻잔에 입술을 데어 인삼차를 내뿜었고
인삼차를 마시려던 샥시도,
"어머머머머! 죄송해요. 바빠서 갈께요."
하며 찻값도 안받고 나갑니다.

내가
"샥시! 찻값은 받아가야지!!"하지
아내가 머리끄댕이를 잡아댕기며
"이색햐! 찻값은 무슨 얼어죽을 찻값야!!
이지경에 저년 찻값까지 챙길 여유가 있어?"
라며 난리를 쳤습니다.

이 좋은 머리를 발휘하여 둘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그게 아니구요, 날두 춥구 썰렁하구
인삼차를 마시면 속이 따뜻하구 기운이 난다기에..."
"그러면 주방에 인삼차가 없냐, 율무차가 없냐, 커피가 없냐!
니가 타서 마시면 되잖아."
"저두 그럴려고 했는데유, 왠지 몸이 추워서 움직여지지 않구
글구, 쑤시구 아파구 해서유 그냥 시켰어유!"

"웃기지마, 바람둥이샥히야! 평소에두 이층이발소랑, 지하다방을 유난히
쳐다보더라니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나쁜놈! 결혼한 지도 얼마 안됏는데
벌써 이짓을 해?  나중에 내가 없으면 더할거 아냐! 너죽고 나살자, 이색히야!!!"
아내의 눈이 흰자위가 보일만큼 뒤집힌 상태라 그저 무릎끌고 잘못했다고 빌 수밖에 없습니다.

늦게 온다더니 얼케 일찍 왔냐고 했더니
만나자고 한 사람이 연락도 없이 펑크를 냈다나?

정말 계산착오였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만나 늦게 온다하더라도
약속이란 깨질 수 있고 예상보다 일찍올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으~~~~~~~~방송(放送)같으니~~~~~

그래도 솔직히 좀 억울한 면이 많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그것도 혼자있는 방에
 난방시설도 시원찮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남자가 몸을 덥히겠다고,
그리고 몸보신좀 하겠다고, 혼자있는 외로움을 달래겠다고
인삼차를 배달시킨거고, 어차피 배달하려면 사람이 와야하는 거고
여자들의 주업무인 차배달을 남자가 한다는 것도 우습고
그래서 할 수없이 여자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요?

제 아내는 평소에는 천사처럼 착하고 예쁘고 순박한 꽃사슴같지만,
제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거나 괜히 쳐다보거나
혹은 마음을 두거나 하면 무쏘의 뿔로 들이받습니다.

그 뿔에 받히는 날에는 아픈건 둘째치고 
뼉다구가 으스러져서 그걸고 갈비탕을 울려먹을 정도이니
몸안다치고 만수무강하는 일이 그저 아내의 감정긁지 않는 일입니다.
할 수없는 일입니다.

사실은 전국적으로, 아니 전 중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나의 여성팬들이
나 하나 바라보고 사는데 제가 어느누구하나 건사해주지 못합니다.

제몸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는데 제코가 석자 아니겠습니까?
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껴주고 저만 바라보고 계신 여성팬 여러분...
저를포기해주세요. ㅠㅠ

제가 이런말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을 챙겨드리기 싫어 그런것은 더욱 아닙니다.
저도 살고봐야하겠기에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쥐여 사는 겁니다.
제가 언제 남을 위하는 것 보셨어요?

저는 오직 저하나 뿐입니다.

글구, 하여간 전국의 남성여러분~
아내가 없다거나 안보인다고 해서
절대로 인삼차 시켜드지 마세요.
저 짝 납니다.

저는 지금도 인삼차라면 쳐다도 안봅니다.
제 입술이 두툼한 것도 실은 그때 인삼차를 마시다말고
내뿜는 통에 입술이 데어서 퉁퉁부어 그렇습니다.
남들은 제입술이 색시해보인다고 하는데
모양만 그렇고 음식먹을 때 입술도 같이 씹혀서 고통스럽습니다.

 

절대로 제 입술에 속지 마세요. 글구 색시하다고 말씀도 마시구요.
밥먹다 입술깨물면 얼마나 아픈 줄이나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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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도니팍 | 작성시간 09.07.14 오늘 작정하고 일 내팽개치고 커피 한잔 들고 시골버스님 글 죄다 다 독파하고 있는 중입니다..한동안 못 읽었더니 잼난글이 아주 많이 올라와있었네요^^ 글 항상 잼나게 보고 있어요. ~~
  • 작성자제로01 | 작성시간 09.07.15 무슨 라디오 사연 프로 눈으로 듣는거 같네요 .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십니다. 댓글들 보니 아직 세상 좀 더 살아야 하는 분들도 보이네요 ㅋㅋ
  • 작성자멍돌 | 작성시간 09.07.17 진짜 이 이야기가 부끄럽고 부정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구나..., 손도 데지 못할만큼 하얀 백지인 사람 보다는, 한번은 쓰다듬고 싶은 포근한 하얀색에 가끔 구석에는 낙서도 되있는 사람이 좋은 것 같은데요. 시골버스님이 이 글 그대로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구요.
  • 작성자차이차이 | 작성시간 09.07.20 갑자기; 달려라 하니; 라는 만화프로에 나오는 아빠와 아빠가좋다고 쫓아다니는 아줌마가 생각이 나네요. ㅋㅋ 엉뚱한 하니의 아빠에모습이....
  • 작성자용기각시 | 작성시간 09.07.22 시골버스님 글 읽으며 매번 신나게 웃긴 하는데.... 영 걱정스럽네요.... 아내 분께 매번 혼나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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