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그냥 바보처럼 웃고말기

작성자시골버스|작성시간09.02.07|조회수442 목록 댓글 10

오래 전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나를 초대했다.

저녁에 가까운 사람들을 불렀는데

내가 생각나서 같이 저녁식사하자고...

 

잘알기는 하지만, 친하지는 않아서

따로 만나거나 전화를 자주하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친숙하게 아는 얼굴이다.

 

의외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과일을 몇개 사들고

그의 집을 갔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와있었고 그들은 식사를 끝낸뒤였다.

 

새로운 음식이 들어오려니 생각하고는

이미 도착해서 식사를 마친 사람들과 이런얘기저런얘기를 하며

음식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먹은 밥상을 치울기미도

그렇다고 새로운 밥상이 들어올 기미도 안보인다.

 

거의 30분을 기다렸다.

 

이미 식사를 끝낸 분들은 일찍가서 미안하다는

선농담을 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속으로는 괜히 속상하면서 새로운 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아뭏든 음식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먹다남은 음식을 젓가락질하기도 눈치보여서

마냥 기다리는데 잘 아는분 아내가 드디어 말을 꺼낸다.

 

"왜 식사를 안하세요?"

 

나와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직 음식이 안나왔길래 기다리는 중예요."라고 대답했다.

 

그집 아내가 그런다.

 

"아니, 무슨 음식이요?  그거 없는데요?"

 

무슨 의미인지를 나도 이해못하고 아내도 이해못하고

상대방 아내도 우리가 왜왔는 지 이해를 못하는 거 같아

다시 말해주었다.

 

"**아버님이 저녁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이미 손님이 계셔서 그손님들 가시고 나서

음식이 나오는 거 같길래 그 음식 기다리는 거예요."

 

오히려 상대방의 아내가 놀랜 듯 대답한다.

 

"예?  뭔가 오해하신 모양이네요.

그런거 없어요.

그게 아니구요.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서 남겼길래

그냥 버리기가 아까와서 남은 음식 드시라고 부른거예요.

그걸 모르셨구나." 하며 혀를 끌끌찬다.

 

이건 전혀 과장된 이야기도 아니고 없던 이야기도 아니다.

나말고 내가 아는 다른 부부도 같이 불렀으니 말이다.

 

 

자기집도 아닌 초대받은 집에서

아무리 잘차린 음식일지언정, 남이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흘린 음식이 있는 밥상 그대로 둔채

먹으라고 내놓는다면,

글쎄 아뭇소리 안하고 먹을 사람 있기나할까?

 

아니면 사람을 뭘로보고 이따위로 대하냐고 밥상을 둘러엎고

집주인과 대판 싸우고 나올까?

 

일단 집주인부부의 성의는 고마왔다.

 

그래도 생각을 해주어서 저녁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해주었으니...

우리부부도 그랬고 같이 초대받은 다른부부도 그랬다.

 

김치 몇쪼가리와 깨끗해보이는 다른 음식을 조금 먹고는

점심을 늦게 먹어 입맛이 없다며 수저를 놓았다.

 

맛있게 잘먹었고 초대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집을 나왔다.

 

집주인부부는 별 반가운 내색도 없이 잘가라는 인사를 하였다.

그렇다고 그들은 마음이 악하거나 인심이 사납거나

무례하거나 경우가 없거나 한 사람들은 또한 아니다.

단지 초대하는 방법에 있어서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또한 사람을 만나도 화들짝거리며 반가와하는 것이 아니라

오면 오는 가보다, 가면 가는가보다 하는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먹다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부르다니,

하는 서운함은 있었다.

 

왜 없었겠는가?

 

시내버스 정류장을 오면서 같이 초대받은 부부의 남편에게 물었다.

"박형(그는 성이 박씨였다.). 오늘 기분괜찮으세요?"

 

박형은 예의 밝고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럼요. 괜찮아요."

그리고는 말이 없다.

 

일순간 우울했던 마음이 맑아졌다.

박형도 나와같은 심정일텐데 웃는 모습에서

그의 밝고 착한 마음을 보았다.

 

우리부부와 같이 초대받은 다른 부부는 근처에서 사람들이 알아주는 순둥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남에게 늘 당하면서도 바보처럼 실없이 웃기만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바보멍텅구리들이다.

속으로는 화가나서 속을 푹푹 썩더라도 말이다.

 

집에 오면서 아내에게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껏 초대해서 남이 먹던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어떡해?"

"이해를하세요. 그분 아내가 몸이 몹시 안좋다잖아요.

잘해주고 싶었는데 깜빡 실수했나보죠."

 

우리는 그러고 말았다. 박형부부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가 무슨행동을 하면 얼마나 당할대로 당하고

분하고 속상하고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으면 그랬을지... 

 

옛말에,

바보와 불구자는 화나게 하지 말라더니...

 

 

종종 사람들은 타인에게 제3자가 자신을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좋은 이야기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면

두고개, 세고개 거쳐서 들려진 내용이라면

 왜곡된 부분이 많음을 우리는 안다.

 

농담이지만, 좁디좁은 한국인사회에 빤하디 빤한 한국인 모여사는 곳인

상해에서  "명바기!!!" 하고 소리지르면

북경에서는  "동팔이!"하고 들리지 않겠느냔 말이다.

 

본래 남말하기란, 쉽고 재미있고 오락거리일 수도 있다.

만일 이야기의 대상자가

자기가 고용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경우에는 더더욱...

ㅋㅋㅋㅋ~

 

그런 경우를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거나 누구를 함부로 평가함은

큰오해를 낳고 실수를 낳고 사람에 대한 혐오감과 환멸감도

느낄 수 있다.

 

설령, 그런 일들을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이미 굳어져 버린 사고를 바로잡거나 이해시킬 수 없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 외에는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결정하지 말고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 

 

듣는 것 만으로는 오해의 고랑은 깊어질 뿐이고

인간에 대한 불신을 쌓을 뿐이다.

 

설령 나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도 그냥 웃고 만다.

 

남이 먹다남은 음식을 먹어달라고 초대받았을 때

집주인 앞에서 얼마라도 먹어주고

집에 돌아와서는 없던 일로 하고 웃어넘기던 것처럼...

 

그외에 별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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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11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여자분이 몸이 안좋아서 그랬나봐요. 그분들 생각에는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 생각한거겠죠.
  • 작성자소심남 | 작성시간 09.02.09 저 같아도 그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똑같이 행동했을거 같습니다. 다만 A형이라 두고두고 가슴속에 남겨두고 복수를 꿈꾸고 있을지도....^^ 예전에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타인을 나의 생각에 맞추려하지 말고 그 사람의 생각에 맞춰보려 노력해 보라" ^^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11 저도, 늘 상대방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한답니다. *^^*!
  • 작성자곰세마리 | 작성시간 09.02.11 허걱..ㅜㅜ 시골버스님같은 분과 친해지고 싶네여...식사초대하신분들..개념이 없으신감..--;;
  • 답댓글 작성자시골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2.11 그래도 좋은 분들이 주변에 계셔서 초대를 많이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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