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 등문공滕文公 상
5.3 無恒産無恒心 일정한 생업을 갖지 못하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
民之為道也,有恒產者有恒心,無恒產者無恒心, 苟無恒心, 放辟邪侈,無不為已.
민지위도야, 유항산자유항심, 무항산자무항심, 구무항심, 방벽사치, 무불위이
백성이 세상을 사는 방법은
경제력을 갖춘 사람은 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일정한 생업이 없는 사람은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습니다.
진실로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부정하고 허황되어 모든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漢子, 세상을 말하다/중앙일보 유상철 기자]
등滕나라 문공文公이 나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물었다.
맹자가 대답했다.
"백성들의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경詩經』에 '낮에는 띠풀을 베고, 저녁에는 새끼를 꼬아 서둘러 지붕을 덮고나서 비로소 백곡을 파종한다‘고 했습니다.
백성들이란 안정적인 생업[恒産]이 있으면 안정된 마음[恒心]을 가지게 되고 안정적인 생업이 없으면 안정된 마음이 없게 됩니다. 만약 안정된 마음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특하고 사치한 행동을 하지 않음이 없게 될 것입니다.
滕文公問 為國. 孟子曰 "民事不可緩也. 詩云 '晝爾于茅, 宵爾索綯, 亟其乘屋, 其始播百穀.'
民之為道也,有恒產者有恒心,無恒產者無恒心, 苟無恒心, 放辟邪侈,無不為已.
그들이 죄에 빠지기를 기다린 후에 쫓아가서 처벌한다면, 그것은 백성을 그물질해 잡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인자한 사람이 군주의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 해 잡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므로 어진 군주는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하며 신하들을 예로써 대하며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들이는 데에는 일정한 법도가 있습니다. 양호陽虎가 말하기를 '부유하지려고 하면 인자할 수 없고[為富不仁], 인자하려고 하면 부유해 질 수 없다[為仁不富]'고 했습니다.
及陷乎罪, 然後從而刑之, 是罔民也, 焉有仁人在位, 罔民而可為也?
是故賢君必恭儉禮下, 取於民有制. 陽虎曰: ‘為富不仁矣, 為仁不富矣.’
하夏나라는 각 가구에 오십 무[五十畝]씩 토지를 나누어 주고 공貢이라는 세법을 시행했고, 은殷나라는 각 가구에 칠십 무씩 토지를 나누어주고 조助라는 세법을 시행했으며, 주周나라는 각 가구에 백 무씩 토지를 나누어주고 철徹이라는 세법을 시행했는데[*註1]을 실시하였는데, 그 실상은 모두 수확량의 1/10을 세금으로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철徹은 천하에 보편적으로 적용하다는 뜻이고, 조助는 백성의 노동력의 도움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옛날의 현자였던 용자龍子는 '토지를 다스리는 데는 조법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공법보다 더 나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공貢이란 여러 해 동안의 수확을 비교하여 일정한 평균치의 세액을 확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풍년이든 해는 양식이 도처에 남아 돌므로 세금을 많이 거두더라도 괜찮은데 도리어 적게 거둬가고, 흉년이든 해는 다음해에 밭에 거름을 주기에도 부족한데 반드시 정해진 세액을 다 채워서 거둬갑니다.
夏后氏五十而貢, 殷人七十而助, 周人百畝而徹, 其實皆什一也. 徹者, 徹也. 助者, 藉也.
龍子曰 治地莫善於助, 莫不善於貢. 貢者校數歲之中以爲常. 樂歲, 粒米狼戾, 多取之而不爲虐, 則寡取之. 凶年, 糞其田而不足, 則必取盈焉.
왕은 백성의 부모인데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허덕이며 일년 내내 고생하고도 그들의 부모조차 제대로 봉양할 수가 없게 할 뿐 아니라, 빚을 내어서 정해진 세액을 채워 냄으로써 노인과 어린 아이들을 굶어 구덩이에서 뒹굴 게 한다면, 왕이 백성의 부모라는 뜻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爲民父母, 使民盻盻然, 將終歲勤動, 不得以養其父母, 又稱貸而益之. 使老稚轉乎溝壑, 惡在其爲民父母也?
대를 이어서 봉록을 주는 제도[世祿]는 원래 등나라도 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경』에서 '우리 공전公田에 먼저 비를 내리소서. 그리고 나서 우리 사전私田에도 내리게 하소서'라고 했습니다. 조법(助)은 공전에서만 적용되는 것인데, 이 시를 볼 때 주나라도 역시 조법을 시행했던 것입니다.
夫世祿, 滕固行之矣. 詩云 '雨我公田, 遂及我私.' 惟助爲有公田. 由此觀之, 雖周亦助也.
백성의 생업이 안정된 후에는 상庠과 서序, 학學과 교校를 세워서 백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상은 봉양한다는 뜻이고, 교는 가르친다는 뜻이고, 서는 활쏘기를 익힌다는 뜻입니다. 하夏나라에서는 교校라고 했고, 殷나라는 서序라 하고, 주周나라는 상庠이라 했으며, 학學은 夏‧殷‧周 3代가 공통적으로 불렀는데, 그것들은 모두 인륜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륜이 윗사람에게서 밝혀지면 백성들은 서로 친밀하게 지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통일된 천하의 임금이 나타나더라도 반드시 등나라로 와서 본받을 것이니, 그것은 통일된 천하의 임금의 스승이 되는 것입니다.
『시경』에서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이지만 하늘에서 받은 천명은 새롭다'[*註2]고 한 것은 문왕文王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그대가 힘써 어진 정치를 실천한다면 등나를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設爲庠序學校以敎之 庠者, 養也. 校者, 敎也. 序者, 射也. 夏曰校, 殷曰序, 周曰庠, 學則三代共之,
皆所以明人倫也. 人倫明於上, 小民親於下. 有王者起, 必來取法, 是爲王者師也.
詩云 '周雖舊邦, 其命惟新', 文王之謂也. 子力行之, 亦以新子之國."
등나라 문공이 신하인 필전畢戰을 시켜 정전법井田法에 대해 물었다.
맹자가 말했다.
"그대의 군주가 어진 정치를 실천하려고 그대를 가려 뽑아서 나에게 묻도록 시켰으니 그대는 반드시 노력해야 할 것이오. 어진 정치는 반드시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오. 경계의 확정이 바르지 않으면 정전의 토지가 균등하지 못하고 토지의 수확에서 얻는 봉록 역시 공평하지 못하게 되오. 그러므로 폭군과 탐관오리는 토지의 경계를 확정하는 것을 태만하게 하기 마련이오. 경계의 확정이 바르게 되면 백성에게 토지를 분배하고 관리들의 봉록을 정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도 할 수 있게 되오.
使畢戰問井地. 孟子曰 "子之君將行仁政, 選擇而使子, 子必勉之! 夫仁政, 必自經界始. 經界不正, 井地不均, 穀祿不平. 是故暴君汚吏必慢其經界. 經界旣正, 分田制祿, 可坐而定也.
등滕나라는 영토가 협소하지만 그 주에는 반드시 군자[*註3]가 될 사람도 있고 야인이 될 사람도 있소이다. 군자가 없으면 야인을 다스릴 수 없고, 야인이 없으면 그 군자를 먹여 살릴 수 없오. 지방에서는 수확량의 9/1을 세금으로 정하여 조법을 실시하고, 수도에서는 수확량의 10/1을 세금으로 정하여 스스로 세금을 납부하게 하시오. 경卿 이하의 관리들은 반드시 규전圭田이 있어야 하는데, 규전은 각 가구당 50 무씩 주되, 장정이 더 있을 경우는 각 장정당 이십오 무식을 주도록 하시오.
夫滕壤地褊小, 將爲君子焉, 將爲野人焉. 無君子莫治野人, 無野人莫養君子. 請野九一而助, 國中什一使自賦. 卿以下必有圭田, 圭田五十畝. 餘夫二十五畝.
이렇게 한다면 죽거나 이사를 해도 마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오. 마을의 경전을 같이 나누어 경작해 정전에 드나들며 서로 친구처럼 지내고, 도적에 대비해 지키고 망을 볼 때에도 서로 도와주며, 질병을 걸렸을 때에도 서로가 돌봐준다면, 백성들은 서로 친애하고 화목하게 될 것이오.
死徙無出鄕, 鄕田同井. 出入相友, 守望相助, 疾病相扶持, 則百姓親睦.
사방 각 일 리里의 토지가 한 단위의 정井이고 각 정의 넓이는 구백무九百畝인데, 그 정의 중앙을 공전公田으로 합니다. 여덟 가구가 각각 그 부위에 있는 백 무의 땅을 사전私田으로 가지며 공전을 여덟 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합니다. 공전의 농사일을 끝낸 후에 사전의 농사일을 하는데, 이것은 야인野人을 군자君子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오.[*註4]
方里而井, 井九百畝, 其中爲公田. 八家皆私百畝, 同養公田. 公事畢, 然後敢治私事, 所以別野人也.
이것이 정전제에 관한 대체적인 내용이오. 그것을 적절하게 보완해서 적용하는 것은 군주와 그대에게 달려 있소."
此其大略也. 若夫潤澤之, 則在君與子矣."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정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13 *註1 : 각 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 설이 분분하지만, 맹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공貢은 각 가구당 오심 무씩의 토지를 분배하고 수년 동안의 평균 수확량의 1/10을 고정적으로 매 해의 세금으로 바치게 하는 제도다. 조助는 각 가구당 칠십 무씩의 토지를 분배하고 그 가구들이 공동으로 노동력을 제공해 칠 무의 공전을 경작하고 거둔 수확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철徹은 각 가구당 백 무의 토지를 분배하고 수확의 1/10을 세금으로 거두는 제도다. 그러나 공과 조, 철의 제도는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맹자가 토지제도와 조세에 관한 자신의 이상을 설명하기 위해 옛 제도의 이름으로 가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박경환 주해]
-
작성자정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13 *註2 : 주나라가 은나라를 칠 때 내세웠던 이념이 ‘천명은 한 왕조에 고정적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한 왕조가 권력을 얻고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은 천명인데, 그 천명은 통치자의 덕이 있고 없음에 따라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이 시의 뜻은 주나라는 오래된 나라이기는 하지만 천명을 받아 은나라를 쳐서 천하를 소유하게 된 것은 덕이 있는 왕인 문왕에서 비롯되었다는 뜻이다. 맹자는 등나라 문공이 문왕과 같이 덕을 닦고 왕도정치를 행함으로써 등나라의 천명을 새롭게 할 수 있음을 충고하기 위해 이 시를 인용한 것이다. [박경환 주해]
-
작성자정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13 註3 : 맹자에게서 군자君子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전통적인 어법에 따른 것으로 통치계급 일반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경우 군자는 군주와 관리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인격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서 군자는 전자를 가리킨다.[박경환 주해]
-
작성자정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13 *註4 : 야인野人이란 사전私田을 분배받는 생산자이자 피지배 계층[맹자는 이를 노력자勞力者라고 했다.]이다. 군자君子는 사전을 분배받은 생산자들이 공동 경작한 공전公田에서 나오는 수확을 봉록으로 지급받는 지배계층[맹자는 이를 노심자勞心者라고 했다.]이다. 맹자의 설명은 공전의 농사일을 사전의 농사일보다 우선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지배계층인 군자가 피지배 계층인 야인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박경환 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