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나라 때 최창(崔昌)이 동경장(東京莊)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이 이상한 아이가 마당으로 들어오더니
한참을 서 있다가 최창의 책상머리에 앉는 것이었다. 최창은 아랑곳 않고 책을 읽었고 한참 후에야 아이에가 물었다.
"너는 누구고 어디서 왔길래 허락도 없이 들어와 앉느냐?"
"저도 글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르신의 글 솜씨가 부러워서 왔습니다."
최창이 신기하게 여겨 이것저것 물어보니, 아이의 대답이 매우 조리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어느 날 저녁무렵
아이가 술에 취한 노인을 부축하여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노인이 숙취로 토하는 것을 보았는데
사람의 손가락과 살점들이 토사물에 섞여 나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노인을 칼로 내리쳤다.
그러자 그 노인이 늙은 여우로 변하는 것이었다. 잠시후 자리를 비웠던 아이가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 크게 화를 내었다.
"어찌도 이리 무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집 어른을 죽이다니, 나도 복수를 하고 싶지만 ㅤㅇㅔㅆ 은혜를 생각해서 그냥 가겠습니다."
아이는 한바탕 욕을 해대고 자취를 감추었다 - [광이기 廣異記 ]
2.
당나라 ㅤㄸㅒㅤ, 송주자사를 지낸 왕선은 어려서부터 인물이 수려하였다. 어느날 암컴 여우에게 빠져들었는데, 집안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러나 여우가 매우 아름다웠고 누구에게나 예의바르게 대했기 때문에 사람들도 좋아하게 되었다.
여우는 매년 명절과 단옷날이 되면 선물을 보내왔는데, 겉에다 이렇게 써 놓았다.
< 시댁 어른들과 서방님께 신부가 드림>
사람들이 그걸 보고 웃기는 하였지만, 선물을 좋아라고 받았다. 훗날 왕선이 높은 벼슬을 한 후에도 여우는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왕선이 높은 벼슬을 하게 된 것도 다 여우의 덕이라 하여 탓하지 않았다. [ 광이기 廣異記 ]
3.
당나라 때 전어사(前御史)벼슬을 했던 왕의방(王義方)이 벼슬에서 내쫓긴 후 위주(魏州)에서 글방 훈장을 하고 있었다.
그 마을에는 곽무위(郭無爲)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재주가 괜찮았다. 그가 왕의방에게 여우를 부리는 재주를 가르쳐 주었다.
왕의방은 재주는 배우긴 했지만, 설마 하고 믿지 않아서 여우들을 전혀 부르지 않았따. 그래서 많은 여우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여우들은 기와조각을 왕의방에게 던지기도 하고 글을 읽고 있으면 난데없이 나타나서 책을 찢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 무슨 재주를 부려 우리를 못살게 굴려는거야?"
결국 왕의방은 여우들에게 시달리다 죽고 말았다. - [조야첨재 朝野僉載]
4.
여우는 50살이 되면 여자로 둔갑할 수 있고, 백년을 묵으면 미녀나 무당, 혹은 여자를 홀리는 남자로 둔갑할 수 있으며
천리 밖의 일도 알아차리고 도깨비와 귀신도 부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사람을 홀려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천년을 묵으면 하늘과 통하여 천호(天狐)가 된다 - [현중기 玄中記]
5.
하후조(夏候藻)는 어머니가 병이 나자, 순우지(淳于智)라는 점쟁이에게 점을 보려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여우 한 마리가 문 앞에서
울부짖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후조가 이것을 보고 순우지에게 물어보니 순우지는 이렇게 말했다.
"화가 곧 닥칠것이니까 어서 댁으로 돌아가시오. 여우가 울부짖는 곳에 가서 가슴을 쥐어짜면서 대성통곡을 하시오. 그러면
집안식구들아 놀라 모두 달려나올 것이나, 절대로 겁내지 말고 계속 울어야만 화를 면할 수 있소이다."
하후조가 순우지가 시킨대로 하자 병든 어머니까지도 나와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식구들이 전부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섯 칸이나 되는 그의 집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 [수신기 搜神記]
6.
당나라 ㅤㄸㅒㅤ 도사(道士)인 손증생(孫甑生)은 매를 길렀다. 한번은 매를 날리다가 매가 동굴로 들어가는 바람에 손증생도 따라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수십명의 여우들이 글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가운데 늙은 여우가 앉아서 훈장처럼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손증생이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늙은 여우의 책을 빼앗아 돌아왔다.
이튿날 그 소식을 듣고 열명도 넘는 사람들이 몰려와 비단과 금덩이를 들고 나타나 책을 달라고 졸라댔으나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그 책을 가지고 있어 봤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어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 한권을 써서 보여주면 비법을 알려주리다."
여우가 손증생과 약속하기를 절대로 남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면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얼마 후 황제가 그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다가 손증생이 거절하자 황제를 능멸했다는 죄로 처형하고 말았다. - [광이기 廣異記 ]
7.
당나라 때 오군(吳郡)에 왕포(王苞)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섭정능(葉靜能)이란 도사 밑에서 도술을 배웠고, 나이가 들어서 태학생(太學生)으로 몇 해 동안 공부를 했다.
하루는 어떤 여자가 그의 집에 묵게 되었는데 그것을 인연으로 부부가 되어 정답게 살고 있었다.
스승인 섭정능이 도성에 살고 있었으므로 왕포가 인사차 찾아갖다.
섭정능이 물었다. "어째서 네게서 여우 냄사가 나느냐?"
왕포가 그럴 리 없다고 하자 분명이 여우 냄새가 난다고 했다.
왕포는 그제서야 아내를 얻게 된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 말을 듣더니 섭정능이 말했다.
"바로 자네 처가 늙은 여우다"
헤어질 때 섭정능이 부적을 하나 그려 왕포에게 주면서 입에 물고 경계를 단단히 하라고 일렀다.
"집에 가거든 입 안에 있는 것을 ㅤㅂㅐㄷ어 내라. 내가 그 여우를 쫓아 주겠다. 걱정말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왕포는 집으로 돌아와 스승이 시킨 대로 했다. 그러자 아내가 늙은 여우로 변하더니 부적을 물고 도망가 버렸다.
왕포가 섭정능에게 돌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섭정능이 이렇게 말했다.
" 어쨋든 목숨은 살려 주었으니 ,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후로 그 여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광이기 廣異記 ]
8.
진(晉)나라 때 습착치(習鑿齒)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온(桓溫)의 부하로 있었다.
하루는 환온을 따라 사냥을 나갔는데 마침 큰 눈이 내렸다.
서쪽 부근의 눈밭에서 연기가 나는게 동물이 있는 것 같아서 활을 쏘아 잡아 보았더니,
발에 붉은 색 향낭(香囊)을 달고 있는 늙은 수컷 여우였다. - [저궁고사 渚宮故事]
9.
당나라 ㅤㄸㅒㅤ 풍개(馮玠)라는 사람이 여우에게 홀려서 병이 났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가 도술을 하는 사람을 찾아서 풍개의 병을 치료했다. 그러자 갑자기 여우귀신이 나타나 울며 말했다.
"평생을 함께 할 생각이었는데, 오늘 도사에게 당해서 머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여우귀신은 하루 종일 울더니 풍개에게 옷 한벌을 주었다.
"이것을 잘 간직하고 아끼세요, 그리고 오랬동안 기념으로 기억하셔야 합니다."
풍개는 집안 식구가 볼까 두려워 그 옷을 책과 함깨 감추었다. 병이 다 나아 도성으로 과거를 보러 떠날 때까지 겨를이 없어 보지 못했다.
과거에 급제한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끌러보았더니 그것은 백지였다 - [광이기 廣異記]
10.
당나라ㅤㄸㅒㅤ 재상(宰相) 이규(李揆)가 중서사인(中書舍人)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였다.
하루는 퇴궐하여 집으로 돌아왔는데, 흰 여우 한마리가 마당의 큰 돌을 두들기고 있었다.
하인을 시켜여 여우를 쫓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바로 그 때 어떤 손님이 문을 두드렸다.
이규가 손님을 대접하면서 그 일을 말해주자 손님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아주 상서(祥瑞)한 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튿날 과연 이규는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승진되었다. - [선실지 宣室志]
11.
당나라 때 낙양위(洛陽尉) 엄간(嚴諫)의 숙부가 죽어, 엄간이 문상을 갔다.
그리고 10여일이 지난 뒤, 숙부집 식구들은 모두 상복을 벗어 버렸다. 엄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자, 식구들이 대답했다.
"죽은 사람이 상복을 입지 못하게 합니다."
식구들이 죽은 사람이 한 말을 전해주며 살아 있을 때와 똑같았다고 했다.
엄간은 틀림없이 여우의 짓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우를 처치할 궁리르 했다. 그 후 그가 숙부집에 들리기만 하면
혼령이 나타나 화를 냈다. 그리고 엄간이 오는 것은 백해무익한 것이니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라고 자식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식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엄간에게는 적당히 둘러댔다.
엄간이 하루는 매와 솔개 등의 맹조들과 수십마리의 사냥개, 수백명의 군졸들을 모아서 숙부의 집을 포위했다.
그가 사당으로 들어가니 붉은색 여우 한마리가 천장으로 뛰어올라 갔다. 군졸들이 활을 쏘았으나 맞히지 못했다.
놀란 여우가 허둥지둥 도망쳐 버렸다. 그 이후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 [광이기 廣異記]
12.
당나라 때, 시풍(始豊)의 현감이었던 장예(張例)가 도깨비에 홀렸다. 한번 발작을 일으키면 아무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했다.
게다가 오른팔에는 '호랑건자 (狐狼健子)' 라는 글씨까지 새겨져 있었다.
그러자 아들이 쇠망치를 들고 아버지의 뒤에 몰래 서 있다가, 아버지가 발작을 할 때마다 뒤에서 후려쳤다.
순간 늙은 여우 한마리가 장예의 몸에서 나와 나동그라졌따. 아들이 여우를 잡아다 불에 태워죽이자, 장예의 병도 나았다.
13.
후한 때 진선(陳羨)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의 부하인 영효(靈孝)가 허락도 없이 도망가 버리자.
진선이 잡아 죽이고자 하였다. 영효가 무하(無何)란 곳에 숨어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쫓아갔지만. 영효가 먼저 알고 도망쳐버렸다.
진선은 영효를 잡을 수 없게 되자, 그의 아내를 잡아 가두었다. 영효의 아내가 진선에게 사실을 말했다.
"틀림없이 도깨비에게 잡혀 간 것입니다. 한번 찾아보십시오"
진선은 곧 말을 잘 타는 기병 수십명과 사냥개를 풀어서 성밖을 뒤졌다.
과연 영효가 빈 무덤 속에 있다가 사람들과 개 소리를 듣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진선이 그를 데려오게 했는데, 모습이 여우와 비슷했다. 그리고 잡혀와서는 아자(阿紫)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댔다.
아자눈 바로 암여우의 이름이었다. 그 후 10여일이 지난 뒤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우가 오면 우리 집 모퉁이 닭장에다 여자의 인형을 만들어 놓으십시오. 그리고 자기가 아자라고 하면 저를 부루십시오."
영효는 진선에게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여우를 아내로 삼아 즐겁게 살았다.
그 일이 있은 뒤 한 도사가 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자고로 여우란 그 옛날 음탕한 여인이 여우로 변한 것으로, 이름을 아자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많은 요괴들이 서로를 아자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 [수신기 搜神記]
14.
당나라 초기에 백성들은 여우신을 믿는 풍습이 있었는데, 방 안에 여우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빌곤 했다.
제물도 사람이 먹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차렸고 모두 서서 제사를 지냈다. 이 때 유행한 속담이 있다.
"여우 귀신이 없으면 마을이 안 생긴다." - [조아ㅤㅊㅕㅁ재]
15.
구미호(九尾狐)는 신비로운 짐승이다. 몸이 온통 붉은색이고 발이 네 개에다 꼬리가 아홉인데, 동쪽의 *청구국(靑丘國)에서 왔다.
우는 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와 같다. 구미호를 잡아서 먹으면 요사한 기운이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독풀이나 독약을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다. - [서응편 瑞應編]
*청구국 : 한국을 가리키는 옛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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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문기 작성시간 10.07.03 무장공비님/ 그런데 오대십국 때에는 오히려 '퐁도' 같은 비주류 인물들이 재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당대(唐代)에는 이부가 인사권을 꽉 잡고 있어서 아무리 과거에 합격해도 출신이 미천한 사람은 하급 관리로 떠돌수 밖에 없었는데 당 말엽이 되면 절도사의 참모가 된 이후 중앙에 진출하는 형태가 늘어 출신이 미천해도 중앙의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게되거든요. 당 말엽이나 오대십국이 되면 기존의 귀족들보다는 신흥사대부들이 진출하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기 때문에 '입신양명의 길'이 막힌 문사들이 현실도피 하여 이러한 경향이 발생했다는 것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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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문기 작성시간 10.07.03 저는 '오대십국의 혼란 때문에 그 동안 이데올로기를 장악하고 있었던 유학 대신에 도교나 불교에 많은 지식인들이 심취하면서 전기소설에 탐닉하게 되었다'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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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무장공비 작성시간 10.07.03 문키 / 역시 어슬프게 아는척을 하면 발려..... 과학게시판에 오시면 환영해드림. 크릉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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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유문기 작성시간 10.07.03 무장공비님/ 언제 한번 프란시스 베이컨의 귀납법에 대해 질문드릴테니 기대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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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hark 작성시간 10.07.06 호 마지막에 한국에서 왔다는 구미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