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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

[한국사]중세 고려의 엄밀한 '건국' 연도는 918년이 아닌 901년이다

작성자마법의활|작성시간24.04.20|조회수272 목록 댓글 8

 나무위키에서 태봉과 고려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이상한 사람이 깽판쳐놓은 걸 수정하다가 제가 자극받아서, 

'건국' 항목도 손을 대봤는데 역시나 테러질이 가해지고 있네요. 

  다만 이 항목은 제 기여분이 삭제되는 것 외엔 그다지 오개념을 퍼뜨릴 여지는 없어 내버려두지만, 

내용 자체는 따로 제가 보존할 필요를 느껴 여기에 게시합니다.

 

 국민, 영토, 주권이 국가 3요소로 보통은 간주되는 기준으로 보면, 왕조를 곧 국가와 동일시한 동양의 왕조적 사관을 오늘날까지 고수하는 건 자체로 크게 문제가 있다.

  신라-고려 관계와 고려-조선-대한제국 관계가 크게 다르다는 자명한 사실이 여전히 한국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려는 신라에게서 전혀 어떤 왕조의 정당성과 명분을 넘겨받은 게 없이 668년도에 망한 그 고(구)려를 다시 세운 국가로서 901년에 부흥한 정통을 내세웠고, 신라는 이미 931년도에 고려에게 칭신한 상태였다. 고로 935년도에 신라를 귀부시킨 건 삼한일통의 주체가 이제 신라가 아닌 고려가 되었다는 명명백백한 사실의 재확인이었을 뿐 왕조나 정권 교체가 아니었다.

 

 때문에 망국의 위기에 처한 신라가 굳이 고려의 왕건을 비하하려면 비난점은 찬탈자로서가 아닌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외국 군주에 대한 항의였을 뿐이었고, 때문에 신라부흥의 대의를 부르짖는 마의태자마저 왕건에게 찬탈자 운운을 할 수가 없었다. 왕건이 굳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왕건 덕택으로 국체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경순왕과 마의태자가 아예 왕건에게 어떤 논리로든 찬탈자 운운할 상황이 아니었던 게 이유다.

 

 한편 고려-조선의 경우를 보자. 이성계는 어디까지나 고려 왕조의 장군으로서 왕씨도 아닌데 고려 왕이 되었고, 이후 고려 왕으로서 국호를 조선으로 바꾼 것으며 이성계가 거느린 이른바 이성계 캠프의 인원은 대부분이 기존 고려 정부의 구성원이었다. 즉 조선 건국이란 건 굳이 말하면 901년도에 건국된 그 나라가 왕조와 정권이 바뀐 것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901년부터 918년까지 이어진 고려-마진-태봉-고려 국호 교체에서도 드러난다.

태봉은 애초에 901년도에 고려로 건국할 당시에는 어디까지나 고(구)려가 새로 부흥한 나라였을 뿐 궁예 개인의 개인적 야망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는데, 궁예가 자기 멋대로 청주 백제계 호족을 친위 세력으로 끌여들인 다음 907도에 국호를 자의적으로 마진으로 바꿔 패서 호족과 한 약속과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했다. 이에 더해 914년도에 태봉으로 또 국호를 바꾼 짓은 그야말로 패서 호족의 암묵적 항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국호 교체란 중대한 정치적 행위 자체를 매우 우습게 만드는 희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원로원의 반발을 인식하자 로마시의 정식 명칭을 콜로니아 콤모디아나로 바꾼 로마 제국 암군 콤모두스의 행태와 매우 결이 같은 것으로서, 여기에 강비 살해라는 만행까지 더해지자 더는 도저히 모욕감과 노여움을 참을 수 없었던 패서 호족이 그후 4년만에 왕건을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켜 궁예를 몰아내고, 패서 호족의 진정한 대표 왕건이 일단은 태봉의 새 국왕으로 즉위한 다음 곧바로 901년도의 국호 고려로 국호를 되돌린 게 이른바 918년 고려 '건국'이라는 사건의 진상이었다. 왕건이 국민을 새로 모은 것도 아니고 영토나 주권을 새로 확립한 게 아니라, 말하자면 정권만 교체한 것이었다.

 그러하니 현대 한국의 역사적 뿌리는 신라가 아닌 고려가 삼한일통의 주체가 되어 통합한 사건이 더욱 결정적인 것이지, 신라의 삼국통일에 있는 게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왕조 교체 자체를 국가 교체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고씨 고구려는 중세 고려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되고 신라만 현대 한국과 관련이 있게 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당대 누구도 한 적 없고 최근 와서야 동북공정론자나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는 일각에서만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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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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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4.04.20 왕조와 국가가 같은 게 아니다...생각해볼 점이 믾은 지적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0 동아시아 역사 전통에서는 동일시하였고, 한국사 서술에서도 관용적 표현이니 제가 물러서긴 했습니다만, 901년 건국된 고려는 엄연히 918년도 왕건이 왕이 된 그 나라와 같은 나라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지요.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4.04.20 마법의활 그렇죠. 사안마다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게 당연하죠.
  • 작성자야후매니아 작성시간 24.04.20 태봉이나 마진 강조하는 것들은 중국놈들이죠 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마법의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21 국내에 신라만 우리 조상론 강조하거나, 후삼국시대의 부흥운동 성격을 이해못하는 무식쟁이들도 흔히 주장합니다.

    임지현류 사관 추종하는 PC충들도요. 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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