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둥글다는 서양과학의 주장은 중국에 기독교를 전파하러온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16세기 후반부터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중국인이나 조선인은 “땅이 둥글면 지구 아래쪽의 사물은 거꾸러 서 있는 것이냐”며 조롱했죠
이에 대해 서양의 선교사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식의 4원소 이론을 기반으로 설명했는데
이를 살펴보면 흙은 가장 무겁고 탁하고 천한 원소이고 불은 가장 맑고 고귀한 원소이고 원소들은 각기 자신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데 흙은 가장 무겁고 탁한 원소라 우주에서 가장 낮은 곳인 지구 중심에 있어야한다 그 다음으로는 물,공기,불이 차례로 위치합니다
지구 위에 바다나 강이 있다는 것을 볼 때 그리고 그 위에 공기층이 있다는 걸 보면 상식과 맞아떨어지지만 불이 위에 있는 것은 잘 맞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 원소들은 항상 자기가 있는 곳에 가려하기 때문에 불이 위로 향하려 한다고 설명하죠
하지만 이런 4원소설은 중국과 조선에서는 비과학적인 문제였는데
그 이유는 중국과 조선은 5행설이 있었고 그중 화,수,토 즉 불,물,흙은 모두 기(공기)가 변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어떻게 기와 화수토가 같을 수 있냐는 것이죠
하지만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중국인들과 조선인들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조선인들은 어떻게 지구 아래편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는지 궁금했죠
이런 중력현상에 대해서 조선인들은 다양한 설명을 하게 되는데
그중 남극관(1689~1714)은 계란 위에서 움직이는 개미를 예로 들면서 “개미는 달걀에 붙어 있다는 사실만 알지 자신이 거꾸로 붙어 있다는 점은 알지 못한다”며 “사람은 작고 지구는 거대하므로 지구에 사는 사람은 달걀에 붙어 있는 개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성호사설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익이 반대를 합니다
사실 개미가 붙어 있는 것은 발바닥에 찐득거리는 성분 때문이지 달걀의 중력 때문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익 선생님은 동양 우주론에 따라 중력 현상을 “기의 회전”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소용돌이 안에 빨려들어 가는 것을 예로 설명했는데 지구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 안쪽으로 미는 힘이 생겨 사람과 사물이 지구 표면에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익의 설명이었습니다
홍대용의 지구자전설도 사실은 중력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거였는데 그는 지구가 빠르게 회전하면 지구 주변을 감싼 기와 마찰이 생겨 자연스럽게 지구 중심 쪽으로 미는 힘이 생긴다고 봤습니다
그 이후에도 중력과 관련된 주장은 계속 나왔습니다
특히 1860년경부터 조선에 뉴턴의 물리학이 소개됐는데 이를 가장 먼저 접한 사람은 최한기(1803~1877)였습니다
헌데 최한기는 뉴턴의 이론을 알고 있었는데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뉴턴 역학에서는 중력이 생기는 원인과 함께 힘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턴은 “물질(질량)이 있는 곳에 중력이있고 중력이라는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하지만 물질이 어떻게 힘을 만들어내고 지구는 어떻게 사과를 당길까에 대해서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는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과학은 자연에 그런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점만 설명하면 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중력 현상에 대한 뉴턴식 근대과학의 설명방식으로 “왜”는 묻지 말고 “어떻게”만 물으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영향 때문인지 현재 우리는 대부분 중력에 대해 ‘왜’를 묻지 않죠 ㅡ.ㅡ;;;
그래서 최한기는 뉴턴 역학을 “죽은 수학”이라고 말했고 이런 불만은 서양에서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최한기는 어떤 물체를 감싸며 회전하는 기가 다른 물체를 감싸며 회전하는 기와 서로 교차하면 힘이 발생하고 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기의 회전으로 중력현상을 설명하려 했던 조선시대 학자들은 지금의 초등학생보다 못하다며 비과학적인 사람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심지어 선진국에 비해 과학이 떨어진 것에 대해 조선인들 탓을 하고 서양의 과학을 빨리 받아들여야 했다고 한탄하죠
하지만 조선인들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과학적인 방식으로 서양과학을 이해하려고 했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양과학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과학의 내용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설명할 것인지 질문의 형식마저도 받아들리는 거죠 이에 대해 우리 조상님들은 그 질문에 계속 매달려왔고요
과연 지금 우리와 조선시대 학자들 중 누가 더 과학적일지 모를 일이네요 ㅡ.ㅡ;;;
출처:과학동아 2007년 5월호에 나온 내용으로 전용훈 연구원이 집필한 겁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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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프랑켄 작성시간 10.02.22 뉴턴 역학이 중력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현대물리학에서도 중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 못하는 현실인 만큼 18세기경엔 뉴턴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합당한 설명은 못했을 겁니다. 참고로 중력이란 놈이 얼마나 골때리는 놈이냐면, 양자*소립자 같은 극미 세계에서는 그 힘이 극히 미미하여 영향을 미치치 못하는데 비해, 행성*태양계 같은 거시 세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력이 없으면 안 되고, 블랙홀 같이 질량이 거의 무한대로 압축되었을 시엔 빛도 끌어당기고 공간도 변형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죠. 뭐 요즘 물리학에서는 장(場)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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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프랑켄 작성시간 10.02.22 론으로 설명할려는 추세이지만, 완전한 이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오래 나올 거 같습니다. -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꼽이는 아인슈타인도 중력의 발생원인과 작용원리에 대해서는 설명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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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흠냐돌이 작성시간 10.02.23 요새는 중력자라는 가상 입자가 '장'을 통과할 때 중력이 생긴다는 가설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물론 중력자가 전자나 양자와 달리 발견된 적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가설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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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닭장군 작성시간 10.02.24 아하. 중력은 이른바.. '공리'군요. 하긴 왜 중력이 발생하는지 배운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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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kdud850914 작성시간 11.04.24 ㅍㄱ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