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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방패를 들고 돌아오거나, 그 위에 얹혀 오거라"

작성자KWEASSA|작성시간07.04.03|조회수1,744 목록 댓글 13

 

 "이 방패를 들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그 위에 (얹혀) 돌아오거라"

 

  이 말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누구나 아실겁니다. 특히, 최근 "300"이 개봉하면서 자주 회자되는

 고사가 되어버렸죠. 이 이야기는 원래 플루타르크의 "모랄리아"에 등장하는데, 원문은 이렇습

 니다. 스파르타의 여인이 아들의 무구를 챙겨주고 방패를 건내주면서;

 

      "τεκνον, η ταν, η ερι ταν"

      (teknon, e tan, e epi tan)

 

      "얘야, 이 것이 아니면, 이 위다."

 

 즉, 어머니가 방패를 주면서 그것을 지칭하여 "이 것", 즉, 이 것을 갖고 돌아오는 것... 그게 아

 니면 "이 위다", 즉, 이 방패 위에 얹혀서 돌아오거라.. 라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아시는 내용인데, 사실 위의 말에는 한 가지 뜻이 더 존재합니다.

 만약에 방패 없이 털렁털렁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_-;)

 

 

 그것은 이렇습니다.

 

 

 기원전 7세기에 홉라이트들의 팔랑크스 진법이 도입된 이래 그리스 세계의 전투의 승패는 곧 팔랑

 크스의 견고함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300"의 최초 전투에서 (드물게) 현실적으로 묘사가 된 것 처

 처럼, 전투에 들어가서 적대하는 양 쪽의 최초의 전열이 충돌하는 순간에는 방패와 방패가 제일 먼저

 부딛히게 됩니다. (예전에 "300" 감상평에도 썼지만, 처음 부터 머리 위로 칼 올려들고 우워~ 하면서

 돌진해 들어가 바로 떡꼬치 꼴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느 한 쪽이 돌격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양쪽 전열이 서로 접근해 들어가는 경우라면, 역시 이기

 기 위해서는 팔랑크스의 방패 벽으로 기세 좋게 밀어 붙이는 쪽이 유리했던 바, 방패와 방패를 연결

 한 견고한 그 진영을 짠 상태에서 누가 더 기세좋게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유리함과 불리함이 엇갈리

 게 됩니다.

 

 그런데, 외국의 리인액터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대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

 그것도 빨리 이동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예전에 롬:토털워 시절에 리얼리즘 모드를 사

 용하는 분들이 이동이 너무 느려서 답답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게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소

 리가 되거든요. 사각대열을 짠 후에 달리기 시작하면, 어지간히 훈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달리다보면

 어느 새 대열이 깨지고 흩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스파르타인들이 강하다고 함은 당시 그리스 세계의 다른 병사들 처럼 자기 생활이 있는 시민

 들이 소집되어 팔랑크스 쌓는 훈련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든 남성 시민이 직업병사로써 어렸

 을 때 부터 어른이 된 후에까지 수 십년을 밥먹고 팔랑크스 상태에서 싸우는 것만을 죽어라 훈련했기

 때문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즉, 팔랑크스를 짠 상태에서의 이동, 방향전환, 버티기, 밀어붙이기 등등, 그 기동의 능력폭 자체가 (

 팔랑크스 자체가 기동성이 있는 진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시 기준에서는 그나마) 다른 폴리스의 병

 사들이 만들어낸 팔랑크스와 차원이 달렀다는 것이죠. 팔랑크스끼리 접근할 때도 다른 국가들의 팔랑

 크스보다 더 빠르게, 더 기세좋게 접근하여 더 강렬하게 방패를 밀어붙이고, 더 튼튼하게 버텼다는 뜻

 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무용 또한 직업병사로써 훈련의 세월을 보내는 만큼 높은 수준이었음은 물론

 이고요.

 

 그렇다면, 그러한 팔랑크스의 세상에서 방패가 없다는건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300"에서도 골룸처

 럼 묘사된 에피알테스의 참전요청을 레오니다스가 거부할 때 이유가 된 것이 바로 그 몸으로는 왼손으

 로 방패를 제대로 들어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창을 내지리는 것을 보고는 칭찬을 했으면서도요.

 

 즉, 방패를 들어 대열의 일부가 될 수 없는 병사는 가치가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그리스의 전사가 방패가 없다는 것은?

 

 그것은 곧, 전투 중에 도망쳤다는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죽으면 시체를 그 위에 눕힐 수 있을 만큼 큰 호플론 방패입니다. 당연히 무게도 상당합니다. 그러니,

 전투 중에 겁을 먹고 도망가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창과 방패를 내던지는 것이죠. 그리고 올

 림푸스 제전에서 특등상 먹을 만한 속도로 전력질주로 전장에서 튀는겁니다. 그 중에서도 무거운 방

 패를 가장 먼저 버리게 되죠. 방패를 버린다는 것은 팔랑크스의 일원이 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

 그것은 마치 땅개가 소총을 버리고 튀는 것과 같은 것.

 

 스파르타인이 방패를 갖고 있지 않다면 중도에 어느 때인가에 그것을 버렸다는 소리. 제대로 싸웠다

 면 살아서 들고 돌아오든, 죽어서 그 위에 얹혀 돌아오든간에 반드시 방패는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싸우긴 잘 싸웠는데 중도에 방패를 잃어버렸다.. 는 변명은 통하지가 않습니다. 제대로 싸웠다면 당

 연히 팔랑크스 안에 있었을텐데 어찌 방패가 없이 그럴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즉, 위의 격언은 사실 반은 협박입니다.

 

 스파르타인으로써 방패가 없이 집에 돌아오는 것은 곧 전투 중에 등을 보이고 도망쳤다는 소리. 그 개

 인으로써 수치임은 물론, 그 가족 전체가 사회에서 천대받을 만큼의 죄입니다. 어머니가 방패를 내주

 면서 당부하는 말은, 사실은 이런 어조입니다.

 

    (방패를 챙겨주면서)

    "얘야, 너 이 것, 아니면 이 위다. 만약에 그게 아니면.. 알지?"

 

 나가서 열심히 싸우거라. 명예롭게 싸우거라. 하지만 행여 방패없이 덜렁 올 바에는 차라리 칵,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라. 안 그러면 우리 집안 결딴난다..

 

 - 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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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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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슬픈 눈동자 | 작성시간 07.04.04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스파르타도 오직 한명의 위대한 지도자만을 가진 테베에게 발려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걸보면...그리고 필리포스.알렉산더로 이어지는...만약 테베의 지도자가 전투중 부상으로 인한 사망이없었다면 그이후 알렉산더도 테베에 인질로 왓었을까요? 결과가 드러난 역사에 만약을 이야기 하니 본인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죄송 -_-
  • 답댓글 작성자슬픈 눈동자 | 작성시간 07.04.04 이렇게 물고 들어가니 끝이 없군요 카르타고가 한니발 같은 인재가 한명만 더 있었더라면 어쩌면 로마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끝도 없는 만약을 꺼내서 죄송합니다. ㅠㅠ
  • 작성자술라의데스노트 | 작성시간 07.04.04 좋은 게시물이네요. 제 싸이 미니홈피(www.cyworld.com/dhnl)로 퍼갑니다.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 작성자위대한개척자 | 작성시간 07.04.08 저도 퍼갈깨요~(http://blog.daum.net/irice/?_top_blogtop=go2myblog)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 작성자SiouX | 작성시간 07.04.09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이런 좋은 글이 ^^ 저도 퍼갈께요. http://www.cyworld.com/parthianshxx 에요. 출처는 꼭 밝힐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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