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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케네디, "강대국의 흥망", 한국경제신문사.

작성자아프리카누스|작성시간05.10.22|조회수386 목록 댓글 25
0. 오랜만에 서평을 올립니다그려. 한동안 제가 무심했습니다.

1. 제 판단으로는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분명 역사책(서양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서점이건 간에(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경영학' 코너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유에 대해서 아시는 분 혹시라도 계시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2. 저자가 책을 통해서 다루는 시간적 범위는 합스부르크 스페인의 전성기(이른바 군사혁명의 시대)에서부터 현대까지입니다. 그 광범위한 시간대를 섭렵하기 위한 도구로써 온갖 통계수치들을 내놓습니다. 그 수치들에 터잡아 실증주의적인 분석을 시도합니다.

3. 저자가 실증주의적 분석을 시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책 전체를 관류하는 저자의 주제의식(전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이 흥성했다가 쇠망했는데, 그 이유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로마-토탈워의 로딩 화면에서도 나오는 누군가의 그 유명한 말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전쟁의 원천은 돈이다") 즉 전쟁 당사자 중 어느 쪽은 승리했고 어느 쪽은 패배했는데, 승자와 패배를 가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경제력이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통계수치들과 경제지표들을 동원하는 것이지요.

4.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경제결정론적(Econo-determinismic) 시각이 마음에 안듭니다. 왜냐하면 사회라는 것은(혹은 더욱 추상화해서 역사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체제로만 환원시켜서 사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제 비판을 보완하기 위해 '전체사'를 강조했던 월러스틴(I. Wallerstein)이나 브로델(F. Braudel), 그리고 홉스봄(E. Hobsbawm)의 주장을 인용하겠습니다. (물론 이 세 사람 사이에는 각각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즉, 굉장히 동태적이며 '상호관계적'인 역학구조를 사회(혹은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관계들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설명 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등 다양한 (분과학문적)국면들이 우리의 삶을 (좀 더 나아가 역사를) 구성하고 있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총체적인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는, 실로 무미건조한 통계수치들로 점철된 역사는 무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실증주의적인 역사해석은 '과학적'일 수는 있어도 '해석적'일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5. 좀 신랄한 서평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군요.;;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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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프리카누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0.25 제 소견이 님의 지적 토양을 과소평가했다고 느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loco43 | 작성시간 06.01.20 경제결정론적에 반대하시는 분이 민족을 부정하시는것에 대해 이해 못하겠지만, 폴케네디의 경제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시각에 대한 입장은 미미하게 나마 동감합니다. 폴 케네디는 그러나 매우 저명한 정치학자이고 예리한 분석력을 보유하면서 쉽게 글을 쓰는 인물중에 손꼽히지요. 개인적으로 새뮤얼 헌팅턴보단 100배
  • 작성자loco43 | 작성시간 06.01.20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Michael E. Porter의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를 읽어보셨다면, 이 책 또한 평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게 자금이지요. 자금에 대한 운영과 보존을 폴 케네디는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loco43 | 작성시간 06.01.20 하나의 거대한 국가가 패권을 잃게 되는 이유에서 금전의 운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을 볼때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면서 지나친 지출을 초래하고 이에 더해 외교적 실수로 인해 중남미 통제가 그 어느때보다 어려워졌고, 허리케인덕분에 예상치못한 또다른 지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 작성자loco43 | 작성시간 06.01.20 무언의 연합덕분에 신경쓸 곳이 더욱 더 많아졌죠. 폴 케네디의 분석은 외교적 경제적인 측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실제로 그 덕분에 다분히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와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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