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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3 비판...

작성자[★]kweassa|작성시간12.05.21|조회수1,412 목록 댓글 13


게임성은 괜찮습니다. 아니, 확실히 훌륭한 편에 속합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면, 그동안 입 헤~ 벌리고 마우스 클릭 클릭 클릭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상쾌한 타격감과 신나는 하이페이스, 그리고 화면 가득 꿸~ 뼑~ 쩂~ 거리는 몹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캐릭터를 보면서 몰입하게 되죠. 게임으로써 가장 중요한게 게임성인 이상,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게임성" 자체도 어디선가 많이 본거죠. 디아3는 사실, 모든 면에서 디아2의 완벽한 "셀프카피" - 자기복제작입니다. 일전에 자유게시판 글에서도 썼지만, 누가 블리자드 아니랄까봐, 정말 철저할 정도로 예상한 그대로 나와버리니 조금 쓴 웃음을 짓게 만들 정도군요. 


 ...

 

뭐, 디아3는 오리지널리티 - 독창성이라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뭐, 원래 특정 게임의 속편이라고 하면 사실 좀 독창성에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이전 게임의 공식, 이전 게임의 플레이스타일과는 어느 정도 연속선상에 있는 이상은 당연하다고 볼 여지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전에 디아3 스크린샷들이나 티져 영상들이 올라왔을 때 제가 딱 내뱉은 말이, "디아2와의 차이가 뭔데?"였던 것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속편으로써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정도로 봐주기 힘들 정도라, 디아2의 리메이크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기존 디아2의 포맷을 그대로 따와서, 그 위에 3D 그래픽과 새로운 시스템 몇가지를 추가한 셈인데, 그 새로이 추가된 시스템들 또한 이미 다 (자사 작품이든 타사 작품이든) 어디선가 잘 검증된 것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뿐이라, 이미 디아2라는 게임을 한 번 거쳐간 올드팬으로써는 그 분위기와 게임성이 일정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 외에는 사실, 배경과 스토리 등 '내러티브'의 면에서는 완전 꽝이라는 느낌입니다.  거의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심판의날>의 관계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터미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스스로가, <터미1>에서 시대의 기술적 한계로 보여주지 못한 것을, 90년대 중반의 기술력을 첨가하여 일종의 '리메이크'로써 만들었다고 토로했거든요. 생각해보면 <터미1>과 <터미2>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 진행이 서로 완전히 똑같습니다. 엔딩의 배경, 결과도 완전 붕어빵이죠. 


마찬가지로 디아3는 --;;; 뭐랄까... 딱 시작... 중간에 거치는 배경...  전장... 이계...  디아2 리메이크판... 이라는 느낌만 나죠. 




아마 디아3는 소위 'hype' 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자본주의적인 게임회사'에서 어떠한 식으로 이 국면을 이끌어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덤으로 -_-; 우리 나라 사람들은 블리자드 앞에서는 완전 훚앙 대주는 수준으로 헬렐레 한다는 사실도...)....


사실,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그 오래 전에 디아2를 정말로 즐겼던 사람들은 아마 지금 대부분 30대 이상이 되었다는거죠. 대부분은 직장인, 가족도 다 있고요.  온갖 폐인 신드롬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몰입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 나이는 솔직히 20대 뿐이거든요. 특히 대학생들이고요. 디아2의 최초 출시일이 2000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입니다. 지금 디아3에 '열광'한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솔직히 디아1과 디아2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을 그런 연령대지요. 

그렇다면, 명작이다, 폐인 양산이다, 기타등등 온갖 찬사와 관심을 보인다고는 하는데, 기실 디아2까지는 접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라 완전 새 게임을 접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 처음 보는 디아3에 이렇게 열광할까요? 

디아1, 2를 젊은 시절에 즐겼던 사람으로써, 솔직히 제 의견은, 게임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디아3의 스토리적 측면, 분위기, 개연성 그런 것들은 솔직히 많이 실망했거든요. 클리셰에 클리셰를 거듭하고, 써먹은 주제의 끝없는 반복, 이제는 하도 많이 남발되어서 누구나 심드렁하게 받아들이는 그 단어, "타락"... (훗) ... 앞서 말한 것처럼 스토리 전개방식은 그 자체가 디아2의 자기복제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디아2와는 달리 그 기승전결을 조절도 좀 문제가 많고... 

무심코 헤~ 하면서 겜 하다보니 "어? 이게 끝? 벌써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뜬금이 없더라구요. 스토리적 측면에서 내용전개의 강약이 눈에 안띄거든요. 


 마케팅의 제왕, 블리자드 답다고나 할까. 

그 옛날 디아1, 디아2를 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흥분과 기대감, 등등의 감정 등을, 분위기를 살살 고조시키면서 은근슬쩍, 디아를 전혀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심어버리다니...  외국이야 뭐, 나이 30, 40, 50 먹어도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 찾아보기 어렵지 않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이 폭발적인 인기는 아마 마케팅쪽 공부하는 분이 있다면 눈 부릅뜨고 분석해봐야 할만한 모범사례 같습니다. 네임밸류, 집단열광, '성공공식'의 남용, 모험을 택하지 않는 안전빵 등등의 묘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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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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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동준 | 작성시간 12.05.22 머 어떻게 보면 총통이 늙어서 그런걸수도 있습니다 -ㅅ-;;;늙으면 확실히 신기한게 적어지고 익숙한게 많아지면서 흥분이 줄어들거든요....저도 디아1,2를 즐겼지만 3은 구하지 않았죠. 이제 쉽게 흥분하지 않는 차분함을 가지게 된 대신에 열정은 점점 사그러지는 것을 확인하기 싫더군요. 그리고 총통의 말씀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블리자드만 하면 학학거린다는건 워3, 스2에서 아니라는게 증명된듯합니다.
  • 작성자홍랑 | 작성시간 12.05.22 디아1,2를 이십대에 경험하고 3만 기다렸던 팬으로써... 시대에 맞춰 2를 리메이크 했더라도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오로지 아이템 만을 위한 최적화인건가 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군요. 아이템 파밍을 위해 다른 귀찮은 요소는 모조리 제거해서 열심히 열심히 사냥에 집중할 수 있게 해놓은 시스템.. 재미는 있으니까.. ㅠㅠ
  • 작성자잠비디스 | 작성시간 12.05.23 요즘 한참 즐기고는있는데... 왠지 너무 좁아진 느낌이에요 ㅠㅠ
  • 작성자아뉘 | 작성시간 12.05.23 저는 와우 워크만 해본 블리자드 팬이었는데.. 스토리는 정말 공감해요. 전체 스토리를 담당하는 크리스맷젠이 이제 좀 물러나야 할것같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디아2랑 판박이인 것이 아니라, 사실 블리자드에서 나오는 모든 게임과 스토리가 판박이에요.
  • 작성자블템포컴빌리 | 작성시간 12.05.24 기존 우려먹기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접하게 해서 돈 끌어먹는 재주는 진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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