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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5x5의 штрафбат

[흠..인터레스팅]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와 저녁 식사.

작성자cjs5x5|작성시간22.02.03|조회수213 목록 댓글 5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는 푸틴과 그의 러시아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중의 한명이란 것을 어제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체첸 그로즈니 출신의 모순으로 가득차보이는 이 사람에 대한 것들이 궁금해서 저녁먹고 좀 찾다가, 수르코프와 파이낸셜타임즈의 한 기자가 식사하면서 나눈 인터뷰 기사를 찾았습니다.

 

https://www.ft.com/content/1324acbb-f475-47ab-a914-4a96a9d14bac

 

지금의 푸틴과 러시아를 이해하기에 매우 좋은 자료 같아서 기록해둘겸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전부 영어라는게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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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푸틴으로 대두되는 러시아의 현 집권세력의 세계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유는 일정부분 조절되어야 한다.'

 

“We had to give diversity to people. But that diversity had to be under control. And then everyone would be satisfied. And at the same time, the unity of the society would be preserved . . . It works, this model works. It is a good compromise between chaos and order.”

 

“An overdose of freedom is lethal to a state,” he says. “Anything that is medicine can be poison. It is all about the dosage.”

 

이게 수르코프 자신이 만들었던 '주권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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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권민주주의가 튀어나온 배경은 역시 소련말과 민주정 초기 옐친 대통령시기의 쿠데타와 혼란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수르코프는 푸틴과 현 러시아 체제를 로마 공화정이 끝나고 제정이 시작된 시기로 비유합니다. 푸틴은 시저가 죽은 직후 새로운 국가형태로써 제정을 시작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황제)이라고 말입니다.


He tells me that Putin, with his help, created “a new type of state”. He describes his former boss as a modern-day Octavian, the Roman ruler who succeeded Julius Caesar.

 

“Octavian came to power when the nation, the people, were wary of fighting. He created a different type of state. It was not a republic any more . . . he preserved the formal institutions of the republic — there was a senate, there was a tribune. But everyone reported to one person and obeyed him. Thus he married the wishes of the republicans who killed Caesar, and those of the common people who wanted a direct dictatorship,” he says.

 

저도 언젠가 쓴 비유지만 트럼프를 시저에 비유하는 사람이 있었던게 떠올라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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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경제학에서의 수요-공급곡선 그리고 균형가격과 같이, 수르코프에게 현제 러시아 체제는 자유와 질서의 균형지점위에 있습니다.

 

“Putin did the same with democracy. He did not abolish it. He married it with the monarchical archetype of Russian governance. This archetype is working. It is not going anywhere . . . It has enough freedom and enough order.”

 

이러한 관점에서 나발니와 같은 민주화 인사들은 현재의 균형지점으로부터 러시아 사회를 이탈시키는 동시에, 러시아의 주권 그 자체를 위협해오는 서구사회에게 좋은 구실을 가져다줄뿐인 반체제 인사로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That man is not acceptable. Navalny is not acceptable,” he says. “He should not be part of Russian politics. Germans love him, let him be elected to the Bundestag . . . They can give him a German passport.”

 

다소 요란해기 때문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푸틴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독살시도들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푸틴의 입장에선 자국의 주권을 위협해오는 서구사회와 반체제 인사들에게 본보기를 제대로, 눈에 띄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The second requirement is that they do not work for foreign governments. If they do that, they cannot represent Russians . . . it breaches our sovereignty,” he says. “How to exclude it is a matter of taste, and depends on the temper of certain people.”

 

Navalny’s organisation has been designated as a “foreign agent”, and its members will be banned from participating in elections. It denies receiving foreign support.

 

인터넷에서 밈처럼 떠도는 러시아의 강경진압들도 수르코프의 세계관 속에서 '어느 국가나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집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어느 국가나 현존 근대국가는 이러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만큼 강경하게?'라는 반박지점은 있습니다. 다만,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써 차마 부정하긴 힘든 한마디네요.

 

“The state protects itself, everywhere,” he retorts. “Sorry, I’m saying simple things like a Kremlin propagandist, but this is obvious. In all countries, illegal rallies are crushed by force. Why should we be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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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르코프의 민주주의 담론의 가장 큰 비판점은 민주주의는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며, 관리의 주체는 정권이라는 지점에 있습니다.

 

정권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고, 정권은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는 존재라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수르코프의 주권민주주의에서는 비록 선거라는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하고 있으나, 집권한 정권이 국민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특색입니다.

 

예를 들면 푸틴의 지원아래 생긴 청소년 조직인 나시(소련의 콤소몰과 같은)가 있고, 관영방송들의 보도경향에 당국의 입김이 많이 닿으며, 집회를 매우 강경하게 진압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러시아라는 현대국가, 거대한 연방의 존립입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시사하듯이 서구는 러시아를 군사적으로도 위협하지만, '러시아'라는 정체성과 '민주주의'로 찢어서 흐트려 놓으려는 위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르코프는 서구의 '민주주의'가 올 자리에 자기들만의 주권민주주의를 대신 채워놓은 셈입니다. 마치 요오드를 미리 섭취하여 갑상선의 방사능 축적을 막는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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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르코프의 주권민주주의는 서구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방어적인 입장에만 서있진 않습니다.

 

서구의 민주주의가 러시아의 주권민주주의를 공격하듯이, 러시아의 주권 민주주의도 우크라이나와 발트삼국의 서구 민주주의를 공격합니다. 심지어 서구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민주주의마저 공격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Throughout his time at Putin’s side, Surkov was deployed as a deft propagandist, and shrewd manipulator of public mood. He helped birth Nashi, a nationalist youth group that venerated Putin and harassed perceived enemies of the state. Much of the Kremlin propaganda spewed out by state TV and social media troll armies was drafted on his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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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흥미로운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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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나아가는자 | 작성시간 22.02.03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ㅎㅎ
  • 작성자돋네칙인 | 작성시간 22.02.04 왠지 모르겟지만 다민족연합체라는 점에서 동로마식 스타일같은 느낌도 들고....? 특수성을 생각하면 서구식하고는 다른 체제로 가는 상황이 아마도 맞을 거긴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cjs5x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04 그 지점에서 서구와 푸틴의 의견이 갈릴겁니다. 체첸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연방이라는 국가의 균열(cleavage)입니다.

    체첸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라는 정체성과 민족이라는 정체성의 회색지대에 속한 곳들입니다. 체첸과 우크라이나는 그들 자신만의 민족국가를 이루고 싶어하고 이루기도 했지만, 러시아는 그들을 연방의 테두리안에 넣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매우 강경한 군사행동을 동원하면서까지요.

    서구의 민주주의론이라면 그들을 그냥 내버두고 그들만의 민족국가와 자주권을 행사하라는 입장에 설겁니다. 인권이라는 입장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의 주권민주주의이라면 그들만의 민족국가는 곧 러시아라는 공동체의 와해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서구의 민주주의론은 외부세계의 주권침해를 찬동하는 사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전 푸틴과 주변 인물들이 이러한 생각을 진심으로 생각하느냐 마느냐는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상의 내용과 논리적 정합성보다는 2차대전이후 국력이 신장된 2개의 세계제국인 미국과 러시아간에 형성된 긴장구도가 이런형태로도 발현되고 있다는게 진정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서프라이징너글맨 | 작성시간 22.02.04 흔한 비서구 독재국가들의 '우리식 민주주의'랑 비슷해 보이네요. 사실 민주주의의 보편성에 대항할 무기가 그런 특수성 강조를 통한 공동체의 단합이라는 점에서 보면 정석적인 대응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체첸인이든 아시아인이든 다 같은 러시아라는 점에서는 통합적 단일민족 성향을 띄는 것 같은데 이건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밀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고요.

    흥미로워서 저도 파보고 싶은 부분이에요. 러시아 내 소수민족들의 정체성과 대우 같은 것들!
  • 답댓글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22.02.04 동감.

    우덜식 민주주의의 변형 일뿐입니다.

    그 '우리들'에 누가 해당 되느냐의 기준은 철저히 권력자과 권력자의 지지기반을 이루는 집단의 이익과 필요, 그리리고 기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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