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cjs5x5의 штрафбат

[오..누네띠네]<예정된 전쟁> 독후감 - 샴쌍둥이는 되고 싶지 않다.

작성자cjs5x5|작성시간23.03.24|조회수114 목록 댓글 4

독후감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대학에서 맨날 쓰곤하던 쪽글같은 것에 가깝습니다. 교재건 참고자료건 보고나서 교수님께 그 요지를 매우 가볍게 보고하는 그런 물건이었는데, <예정된 전쟁>을 다 읽고나니 간만에 그런걸 써보고 싶었습니다.

-

 

 

  일단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전쟁은 왜 일어나느냐는 구조적 시각을 접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 말할때는 이런것들을 대곤 합니다. '히틀러의 욕심', '베르사유조약의 부당함', '1차대전 이후의 경제난' 등등의 1차원적 원인들 말입니다. <예정된 전쟁>은 1차적 생각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치 아인슈타인이 E=mc²라는 자연법칙을 발견하였듯이, 앨리슨은 신흥세력의 부상과 지배세력의 불안감이 전쟁을 유발해온 사회법칙의 존재를 제시합니다. 마치 '비행기가 바람에 난다'라는 문장을 '비행기가 양력에 의해 비행한다'라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자연법칙에는 예외가 없으나 사회법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엘리슨도 16번의 '투키디데스의 함정' 사례들 중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4번의 예외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외의 원인은 사회는 자율의지를 가진 인간에 의해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점에 의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사회법칙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필연적이지 않습니다". 전쟁이나 아니냐라는 양자택일외의 선택지를 모색할 수 있는 상상력과 난감함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하지만 말입니다.

 

  생경하지만 기억에 강렬히 남는 표현도 있습니다. '샴쌍둥이'라는 비유였습니다. 앨리슨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에 놓이게 된 두 국가를 표현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핵전쟁에는 오직 공멸만이 있기에 '심장 하나가 멎으면 두 생명이 멎는다'는 겁니다.

 

  저자는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열전'으로 비화되지 않았던 이유중의 하나로 핵무기를 꼽았습니다. 소련이 미국의 핵무기 독점을 깬 뒤 양측 모두 핵전쟁은 공멸임을 깨닫자, 전쟁을 제외한 모든 수단으로 경쟁하게 되었으며 그 시기가 바로 냉전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샴상둥이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같이 살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요즘 한반도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그 투발수단과 탄두의 소형화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누구 말마따나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할까요.

 

   혹자는 우리가 핵이 없으니 북한에게 끌려다닌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한이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무장을 하게되면 남한은 북한과 샴쌍둥이가 되어버리니까요.

 

  샴쌍둥이가 되는 순간 남한은 북진통일조차 말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왜 그런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핵을 가진 국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핵입니다(물론, 최근에는 향상된 비핵능력이 핵에 대한 억지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남한과 일본에게 제공해주는 핵우산nuclear umbrella은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가 되었습니다). 자기 정권의 보위를 위협하는 상대가 핵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 정권의 입장에선 핵무기의 실제 사용을 전략적 선택지에 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제1격이 중요한 핵전쟁의 특성은 정책 결정자의 선택지를 더욱 줄입니다. 아국이 제1격을 먼저 성공시켜 적국을 무장해제시켜야 아국에게 피해가 없는 후속타격이 이루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핵전쟁의 특성은 북한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핵으로 무장한 남한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내가 먼저 타격하면 된다'. 공멸의 시침은 이런 매커니즘으로 12시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공멸 외의 꼴사나운 양보(그러나 용기있는 선택지)는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먼저 핸들을 꺾은 쪽은 겁쟁이의 오명을 쓰고 쓸쓸히 돌아가는게 치킨게임의 법칙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북한을 상대로 치킨게임에서 져주고 싶지도 않고 샴쌍둥이가 되는 못볼꼴에도 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저에게 우위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선택지는 유연성이고, 다양성이며, 상상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가 NPT를 탈퇴하면 쓰게될 패널티들과 핵무장국간의 공멸을 스스로 족쇄차듯이 선택해야할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핵보유국'의 의미도 도출할 수도 있습니다. 핵보유국이란 핵을 가진 아국이 샴쌍둥이가 되어버릴만한 핵점유국을 의미하는 겁니다. 즉, 미국과 러시아는 공멸관계이므로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나 미국과 북한은 공멸관계가 아니므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아닙니다. 그리고 공멸에는 꼴사나운 양보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샴쌍둥이니까요.

 

  공멸하기 때문에 미국은 양보의 한 형태로써 소련과 냉전을 치루었으나, 공멸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는 냉전을 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요 며칠간 한미연합훈련을 하였고 언제나 북한과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Fight Tonight'이라는 주한미군의 표어가 의미 그대로이듯이.   

 

  핵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나아갈 길을 단 두개로 줄일 뿐입니다. 하나는 공멸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꼴사나운 양보의 길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북한에 대해서 양보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리고 남한의 핵보유는 곧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남한 핵보유의 구실은 북한의 핵무장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차라리 북한을 다루기 위해 지도자로써의 위신을 보위해야만 하는 김정은 개인의 처지를 노릴겁니다. 전제적 지도자의 위신은 남성성이라는 표현형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남성성의 특징으로 이해되는 요소중의 하나는 바로 직설적인 태도입니다. 마치 쿠데타 당시 옐친이 탱크위에 올라타서 일장연설을 했듯이 대중앞에서 상대방에 대한 직설적인 언행만큼 지도자 남성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번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북한이 다음 미사일 발사를 했을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확인한 즉시 최대한 빠른 시간내로 동해의 해수욕장에 연단을 설치한 다음, '김정은 당신이 계속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는 당신의 위신에 상처를 줄 것이다'는 내용의 짧은 연설을 할 겁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말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마양도 남쪽 2km 해상에 탄도미사일 3발을 지금 즉시 발사하겠다. 내용은 상관없으니 당신이 남자라면 가용한 모든 채널을 통해 우리쪽에 연락을 취하라. 나는 남자답게 당신과 직접만나서 그동안의 모든 개판을 정리하겠다'고 발언한뒤 곧바로 해수욕장에 최대한 가까이 잠항해있던 도산안창호급에서 현무 4-4 SLBM 3발을 해당위치로 발사하고, 그 장면을 TV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나가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쇼맨쉽의 목적은 어떻게든 대화의 기회와 공간 그 자체를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핵무장을 꿈꿀까요. 단 한가지의 가설은 있습니다. 바로 두려움이라는 겁니다. 신흥세력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지배세력의 두려움. 핵을 가지지 않던 상대가 핵을 가지게 된 현실에 대한 두려움. 투키디데스의 함정. 그레이엄 앨리슨이 400여 페이지동안 설명한 바로 그 사회법칙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정된 전쟁>은 단순히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주장하는 책일뿐만 아니라 전쟁을 보는 시각 자체를 제공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여긴 전쟁에 흥미있는 분들이 많으니 추천드리고 싶네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23.03.24 확실히 정치인이란 지지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그 만족이란것에는 퍼포먼스, 쇼맨쉽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정치인이 아무리 잘나고 가방끈 길고 똑똑해도 지지층이 멍청하면 그 수준을 벗어나기 힘든거고.

    용산 총독께서도 그 고정상수 30%의 함정을 벗어나기 힘드시겠습니다 그려.
  • 답댓글 작성자cjs5x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3.24 그래서 무너진 사례로 저자는 리콴유의 고르바초프 평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경제개혁 이전에 정치개혁을 허용했습니다. 고삐풀린 대중과 올리가르히들은 규칙없는 정글속에서 각자의 잇속만 챙기며 사회전체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말았다. 이 혼란이 고르바초프 정권의 경제개혁을 위한 동력을 와해시켰다고 말입니다.

    반면에 중국 공산당은 덩샤오핑부터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경제개혁을 실행해왔어도 사회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절대 놓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권위주의 정권과 민주주의 정권은 작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고르바초프와 중국공산당 비교사례에서 도출되는 결론이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권에서도 지도자 개인의 자질과 카리스마라는 요소는 존재하고 작용합니다.

    카리스마 없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라 끌려다니는 사람으로 전락하겠지만,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로써 작동할 겁니다. 여기서 대중은 개인으로써는 현명하나 집단으로써는 다른 성질을 가진 상수로 생각해야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23.03.24 cjs5x5 안티문의 테제로써

    정치판에 등단하신 법기술자가 얼마나 비전을 가지고 사람을 이끄실 수 있을지는 ㄲㄲ
  • 답댓글 작성자cjs5x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3.24 ▦무장공비 아. 그 이야기라면 뭐. 비전때문에 대통령이 됐나요. 그저 문재인이 아니니까 대통령이 된 사람이죠. ㅎ

    하지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사실은 사실로써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래야 뭔가 생산적인 생각을 쌓아 올릴 수 있을테니까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