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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이슈

윤석열, 21세기 한국에 나타난 여포

작성자나아가는자|작성시간24.08.21|조회수325 목록 댓글 7

나아가는자

 

 요즘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이종찬 광복회장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 멘토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사적인 관계도 작용을 했는데, 이종찬의 아들은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데, 이철우는 윤석열과 초등학교 및 서울대 법대 동기로서 매우 절친한 사이이다. 

 

 이종찬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윤석열은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출마선언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윤봉길을 모신 곳인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었다. 이종찬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계속해서 윤석열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컨대 작년 한일 정상회담때에 전직 주일대사들을 만나 윤석열 정권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미진한 태도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권을 두둔하는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끝내 윤석열은 이종찬의 기대를 저버렸다. 윤석열은 정부 소속 역사관련 3대 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을 임명했다. 뉴라이트는 ,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를 '근대화'로 이해하고, 독재자인 이승만을 두둔하면서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매우 모순적인 주장을 하는 극우세력이다.  여기에 더해 독립운동을 선양해야할 핵심 기관의 책임자인 독립기념관의 이사와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를 임명하는데 이르자, 이종찬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과 대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윤석열에게 뒤통수를 맞은 사람은 건전 우파인 이종찬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때 윤석열이 파격적인 승진을 하며 일약 검찰총장의 지위에 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양정철이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사실 윤석열은 박근혜 정권때에는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벌였던 댓글공작을 열심히 수사하려던 사람이었고, 박근혜 정권을 무너트린 특검의 핵심 관계자였다. 게다가 이전부터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즐겨했다고 한다. 이정도면 윤석열을 친노-친문의 인사로 생각하고 깜빡 속아넘어간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속아서 윤석열을 검찰총장까지 앉힌 것은 두고두고 문재인 정권의 실수라 하겠다.) 

 

 결국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이 딱히 정치적 신념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저 낮은 계층적 배경에도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승부사 노무현이 멋있어 보였을뿐, 노무현의 민주주의 정신은 전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은 했지만, 윤봉길 의사의 성이 윤씨라는 것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은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윤석열이 노무현 정신이나 윤봉길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짓거리들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윤석열은 그저 느낌대로 사는 인물이고, 그의 신념은 텅텅 빈 백지와 같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머리에 지식이 든 사람들에게 윤석열을 오히려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주었다. 윤석열의 텅빈 머리에 자신의 신념과 정신을 주입한다면, 자신이 미처 실행하지 못한 이상을 대신 실현해줄 훌륭한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종찬이나 양정철 같은 나름 똑똑한 사람들도 바로 이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삼국지의 인물이 있다. 바로 진궁이다. 진궁은 조조와 함께 세상을 바로 세워보려고 했지만, 조조가 야심가득한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고 조조를 떠나갔다. 그리고 나서 선택한 인물이 바로 여포였다. 여포는 머릿속이 텅텅 비었지만, 뛰어난 무력과 군대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진궁이 자신의 이상을 달성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진궁은 여포의 텅빈 머릿속을 자신이 제대로 된 정신과 가르침으로 채워주면 세상을 바로잡는 훌륭한 칼이 될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진궁의 기대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여포는 정착할 곳을 잃고 떠돌아다닐 때에는 진궁의 말을 열심히 듣다가, 어느정도 근거지를 얻고 나자 자기 멋대로 굴기 시작했다. 결국 진궁은 뜻을 이루기는 커녕 여포와 함께 그대로 몰락하고, 그의 이상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윤석열과 여포라는 인물들은 옆에 훌륭한 사람이 붙어서 조언을 해주어도 세상을 어지럽히고,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 두 인물이 텅텅빈 머리통에 답이 있다. 나이가 들도록 머릿속이 텅텅 비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관과 신념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깨달음에 느리고 본능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능적인 욕망에 따른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나이를 먹도록 머리가 텅 비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인물들에게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줘봐야 정말로 마음을 바꿔먹고, 머리가 채워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기본적으로 뉴라이트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민족을 배반하고, 나라를 팔아먹은들 어떠하리오. '나'라는 개인이 이익을 얻고 출세하면 그만이라는 논리가 뉴라이트에 내재한 논리이다. 숭고한 이상이나 이념따위는 뉴라이트에게 존재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이익과 출세일 뿐이다. 그들에게 자유는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정치적 자유,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자유와 전혀 다르다. 뉴라이트에게 자유는 돈을 벌 자유, 이익을 추구할 자유다. 그러니 한국인들에게 전혀 정치적 자유를 주지 않았던 일본 제국주의, 독재를 펼친 이승만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윤석열과 같은 여포형 인간에게 아무리 좋은 가치와 이념을 말해줘도 그들의 텅빈 머릿 속을 그져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욕망과 이익의 이야기를 집어넣으면 그들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한다. 바로 그들의 삶의 태도가 욕망과 이익추구형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종찬이 100번 말해봐야 뉴라이트가 한 번 말하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이 결국 뉴라이트의 길을 가는 것은 필연적인 결말이었다고 하겠다. 다만 진궁이 여포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듯, 이종찬도 윤석열의 미래를 미처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탄생은 결국 21세기 한국에서 여포형 인간이 진궁형 인간들의 도움과 몇번의 행운에 의해 서주의 권력을 잡은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여포같은 인간을 걸러내야할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을 떠받들어준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에 의해 왜곡되었고, 국민들은 0.7%의 안타까운 표차로 끝내 지혜로운 선택에 실패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보수언론에 의해 권좌에 올랐던 독일의 히틀러와 달리, 한국은 당시의 독일 만큼 깽판을 칠 능력이 안되고, 윤석열도 당시 독일 국민들을 휘어잡았던 히틀러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윤석열이 아무리 깽판을 쳐봐야 천하를 못살게 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인들의 삶에만 못살게 굴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한국인들이 천하에 큰 죄를 짓지는 않게 되었다는 점이 다행이라 하겠다. 

 

 21세기의 여포형 인간인 윤석열의 정권은 아무리 용써도 5년의 임기 안에 내려올 것이다 요즘 하는 짓을 보면 그보다 더 빨리 내려올 가능성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여하튼 윤석열 정권의 탄생에서 얻을 수 있는 역사적 교훈은 먹물 든 지식인이 아무리 용써봐야 머리 텅빈 놈에게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그런 머리 텅 빈 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들이니 절대 권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 하겠다. 제발 이 교훈이라도 얻어서 다시는 윤석열 같은 여포형 인간이 권력을 잡는 무도한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없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겠다. 

 

추신: 윤석열을 여포형 인간이라 비유했으므로, 필자는 여포의 유족들로부터 사자명예훼손 소송을 당할까 두렵다. 여포의 유족들이 알지 못하도록 이 글을 절대로 중국어로 번역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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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으흐흐 | 작성시간 24.08.21 공자도 교화하지 못했던 제자가 있었죠. 결국 난을 일으키다 골로 갔지만..
  • 작성자황초롱이 | 작성시간 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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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해질녘달무리 | 작성시간 24.08.21 여포는 힘이라도 있었죠.제가보기엔 원술같은데요??옥새 하나 얻었다고 주변에서 떠받드러 주니 칭제까지 했다가 한순간에 가버린....
  • 작성자노스아스터 | 작성시간 24.08.21 여포보다도 못하죠. 여포는 힘이라도 있어서요.
  • 작성자집중호우 | 작성시간 24.08.21 좀 모자란 어느 부잣집 아들이
    얼떨결에 권력잡은 케이스같고
    그게 윤완용아닌가 싶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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