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돈노우님,
사실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성격이 아니라 전에 글 쓰셨을때 읽기만 하고 지나쳤는데 조금 걱정이 되어 이 답글을 답니다.
저는 만 20대 중반을 안 넘긴, 캐나다 남자와 결혼한 여성입니다. 저희는 2년 4개월정도 연애하다가 결혼했고, 그 2년 4개월이라는 기간중에 총 3번, 1년 6개월 동안 장거리 연애를 했어요. 장거리 연애를 하는 동안 서로 캐나다-한국을 오가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오붓하고 달콤한 시간을 보냈고, 항상 그 시간을 등지고는 다음에 만나는 순간을 기약하며 상대방을 보내줘야했답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공항에서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고, 그 사람의 게이트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는 건 정말이지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둘다 어린 나이이지만 일찍 결혼했어요. 참고로 제 남편은 저보다 두살 많아요.
장거리 연애하는 동안에 엄청난 시차를 극복하고, 서로 깨어있는 시간동안은 (좀 과장해서) 1분,1초를 놓치지 않고 연락했어요. 문자, 전화, 화상통화, 페이스북으로요. 그러다 저희 부모님께서 인터넷 전화를 마련해주셔서 캐나다에 한대, 한국 저희집에 한대 놓고 하루죙일 통화한 적도 많아요. 어느날은 (그당시 남자친구인)신랑이 PS3로 게임하는 거 같이 보다가 저도 재미 붙여서 게임도 같이 했구요. 이제는 같이 붙어있기도 하고, 게임에 흥미가 떨어져서 안하지만 그때는 주말마다 같이 게임하며 보낸 시간도 참 즐거웠답니다. 그만큼 옆에 붙어있지만 않았지 마치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항상 받았어요. 남들이 보면 '진짜 유별나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처음에 연애를 시작할때부터 익힌 습관이라 이렇게 하루라도 안하면 뭔가 마음이 빈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서로 닿으면 코닿을 거리에 살던 (둘다 한국인인)제 친구 커플보다 이역만리 떨어진 저희 커플이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더 잘 알정도 였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서로의 사생활이 없어보이는데, 네 없었습니다. 서로에게 오픈되어 간섭받는 게 오히려 저희에겐 아무렇지도 않게되더라구요.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그게 장거리 연애의 원동력이었다 생각해요.
둘다 대학교 4학년일때 만나서 이렇게 알콩달콩, 건전하게 연애 시작하고, 결혼하고, 이제 결혼생활도 1년 반개월이 되었는데 아직도 그때와 변함없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지내고있어요. 워낙 서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관심분야와 관심사도 비슷해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적도 없구요. 제가 이렇게 오픈된 커뮤니티에 용기내어 제 연애사를 시시콜콜 적은 이유는 제가 했던 (외국인과의)연애가 한국인의 그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거에요. 그리고 앞으로 님께서 한국에 돌아가시게 되면 (두분의 관계가 진전이 된다는 가정하에)장거리 연애가 시작될텐데 아직 님께서는 상대분 남자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정하는데에만 급급해보여요. 나중에 캐나다에 이민을 오더라도 가족과 함께 오고싶다는 발언은 제가 보기엔 너무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남녀관계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게다가 아직 제대로된 연애도 시작 안하셨는데 나중에 캐나다에 이민을 오더라도 가족과 함께 오고싶다는 발언은 너무 앞서나가려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다른 분들께서 조언해주신 것처럼 그 남자분 얘기중에 돈얘기가 빠지지 않은 것이 없어요. 물론 그 분의 성격에 대해서 본인이 더 아는 부분이 있을테지만 (그저 글에 담지 않으신 것 뿐이라고 믿고싶지만), 그동안 글에 표현한 그 분의 태도에 미루어 보아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주겠다고, 님의 마음을 뺏기위해 부추기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심산?
너무 급하게 마음 먹지 마시고, 어짜피 한국에 가는 거 정해진 이상, 천천히 생각하시기 바래요. 한국에 가서 이 분이 정말 진실된 사람인지, 나에게 믿음을 주는지, 나를 보러 온다는 약속은 지키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지금 본인도 어떤 마음인지 헷갈려 하고 계시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으시고요. 그리고 경제적 지원은 받지 않는게 좋을 거에요. 나중에 나는 너에게 이만큼 해주었는데 돌아오는게 고작 이것뿐이냐 혹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만을 들으실 수도 있고, 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붙잡아두려는 구실로 쓸 수도 있으니까요. 결혼한 사이라면 모를까 특히 여기 남자들 독립적인 여자를 더 선호하는데 이것저것 사주겠다, 돈을 지원해주겠다 하는 거는 제 3자가 봤을때 그 저의가 의심스러워요.
만약 제 친구가 님과 같은 경우라면 솔찍히 엄청 뜯어 말리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좋다고 하면 일단 지켜보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이 그 사람에 대해 다 파악할테까지요. 친구가 잘될까봐 질투나서 말리려는게 아니에요. 혹시나 친구가 크나큰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서죠... 님께 생각해볼만한 질문 두가지 드리고 싶은데 하나는 "(다른 배경은 그대로두고)만약 이 남자가 돈이 없더라도 난 이 남자를 택할 것인가?" 와 "과연 나는 이 남자에 대해 얼만큼 알고있는가?"에요.
부디 제 부족한 글이 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끝마칠게요.
힘내세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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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1.13 아이고 쑥스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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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토로라인 작성시간 12.01.13 나도 추천. 같은 장거래연애인데 제것과는 좀 달라서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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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1.13 장거리 연애는 정말 힘든 거 같아요. 지나고보면 그래도 장거리 연애를 했기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더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애잔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어떤 방면으로는 좋았다싶어요. 나중에 그분과 함께 계실때 이렇게 생각할 날이 올거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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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미영이76 작성시간 12.01.13 님의 글을 읽고, 마지막 부분에 너무 깜짝 놀라 글 남깁니다. 저도 케네디언 남편과 결혼한지 1년 반 되는데요. 어제 그 여자분의 글을 보고 덧글을 쓰다, 그만둔게 있는데, 님이 그 글을 데신 써 주셨네요. "그 남자의 배경과 조건을 모두 제외하고, 한 인간으로써만으로도 그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지 보라고 쓸려고 했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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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1.14 오 반가워요! 저도 지나칠까 하다가 조심스럽게 쓴다고 답글을 남겼는데... 그래도 이렇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맞아요. 사실 외국인이라 해도 한국인과 똑같은 인간인데 가끔씩 선을 긋고 달리 보려는 분들이 계셔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