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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고생의 뉴욕여행기^^

작성자오드리|작성시간13.10.17|조회수1,859 목록 댓글 16

떠나온 순간 다시 가고픈 도시, 뉴욕!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전 세계의 미술관을 다니면서

고대, 중세, 근대의 서양미술을 만나 본 것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다.

 이제 남은 곳은 현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우는 뉴욕이었기에 부모님께 가족 여행지로 강력 추천했다. 하지만 현대미술을 감상하겠다는 고상한 명분 뒤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본 뉴욕의 화려함을 엿보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고3인 오빠를 남겨두고 오는 것이 좀 미안했지만

정작 본인은 미국에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의연한 척 했다.

 분명 오빠의 심정은 이솝우화 속 ‘여우와 신포도’ 일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우리가 머물던 맨해튼 호텔 근처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어서

짐을 풀자마자 걸어서 미술관에 들어갔다.

 오후 5시반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괜히 마음이 바빠져 5층 회화와 조각 방부터 감상했다.

1880년대부터 1940년대 활동했던 폴세잔, 달리, 프리다칼로, 마티스,모네,피카소, 고흐 의 작품이 있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고흐나 세잔, 모네의 작품은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도 많이 본 작품이라 감동이 덜했는데

피카소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 놀랐다.

교과서나 그림으로 보던 것과 달리 실제 명화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다. 뭉크의 스크림 앞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오빠가 초등학교때 명화전시회에서 뭉크의 스크림 사진앞에서 스크림과 똑같은 표정으로 사진찍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혼자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건지...집에선 늘 티격태격이지만 오빠를 남겨두고 오니 참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4층에는 1940년부터 1980년대 작품들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작가는 잭슨폴락과 앤디워홀밖에 없어 조금 지루했다. 잭슨폴락의 추상작품은 솔직히 어린아이의 장난 그림같은데 엄청나게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앤디워홀은 대중매체속 인물이나 대량생산된 공장제품을 소재로 한 기발함이 돋보인 작가였다.

어릴 적 리움미술관에서 본 마크 로스코의 색채추상도 큼지막한 크기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화가의 그림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찍기가 미안했다.

 현대미술은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도 보면 볼수록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은게 사실이다.

각 층마다 인포메이션 부스가 있어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미술관의 노력은 좀 높이 평가할만한데 오히려 미술관안에서 떠드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조용한 관람을 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했다.

 

다음날은 센트럴파크에서 추위를 뚫고서 마차를 타고 한 바퀴 구경한 후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향했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규모는 세계최대라고 했는데 진짜 들어가서 보니 어디가 어딘지, 어디부터 관람 동선을 잡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한국관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막상 한국관의 전시 유물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라 보기도 힘들어 실망스러웠다.

바로 옆의 중국관이나 일본관에 비해 규모면에서도 많이 밀렸다.

우리나라 문화재청에서 수시로 점검해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우수 문화재를 전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트로 폴리탄은 마치 루브르박물관처럼 고대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이나 회화들도 정말 많았는데 식민지에서 뺏어오지 않은 이상 이 많은 소장품을 유치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을 것 같았다.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미국이지만 문화에 대한 안목과 사랑이 대단한 것에 놀랐다.

더군다나 입장할 때 '도네이션'한다고 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 제도도 특이했다. 뉴욕에서의 일정이 하루만 더 있었더라도 메트로폴리탄을 한 번 더 갔을텐데...많이 아쉬운 마음에 대학생이 되면 꼭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뉴욕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은 뮤지컬을 보고 오는 것이었는데 맘마미아를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보고 싶었지만 이미 한국에서부터 표가 마감되어 ‘시카고’를 보게 되었다.

영어로 공연이 진행되고 자막도 없기 때문에 여행 전에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DVD로 미리 보고 왔다. 복잡한 브로드웨이에는 카네기홀부터 시작하여 라디오시티 등 정말 크고 작은 극장들이 즐비해있었다.

시카고가 공연되는 극장은 앰배세더 극장이었는데 우리나라 대학로에서 자주 보았던 티켓 장사꾼들이 브로드웨이에도 있어 좀 웃겼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은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규모가 큰 극장에서 상연되는데 브로드웨이의 극장은 그보다 훨씬 규모가 작고 건물도 많이 낡아있었다. 다만 뮤지컬의 대한 열기는 엄청 뜨거워 우리가 본 공연도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형 공연장의 엄숙함과는 달리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도 입장하는 관객들이 많았고 그걸 제지하지도 않아 공연관람에 방해가 되었다.

거기다 음식물 반입은 물론 공연장안에서 팔기까지 하니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시차때문에 졸음이 쏟아졌지만 부모님이 비싸게 마련해준 티켓값이 아까워서라도 눈을 부릅뜨고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화려한 의상과 춤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가수들의 노래실력이 뮤지컬 영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 무대를 압도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고 앵콜을 외쳤는데 배우들이 나와서 달랑 인사만 하고 들어가 정말 서운했다. 우리나라였으면 배우들이 테마곡 한 두개 정도는 불러주고 관객들도 따라 부르고 이럴건데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런 관행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뮤지컬과 연극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았다는 거 자체가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거 같았다.

 

여행일정이 짧았기에 미술관과 뮤지컬 관람부터 숙제처럼 후딱 해치우고 나서야 크리스마스 장식이 요란한 맨해턴의 풍경을 즐겼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바쁘게 오가는 뉴요커들 속에서 어쩌면 길모퉁이에서 앤 해서웨이가 프라다나 구찌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막 튀어 나올 것 같은 착각에 빠져도 보았다.

아빠에게 말하면 된장녀 소리를 들을까봐 참고 있는데

엄마가 ‘티파니에서 아침을’ 에 나온 오드리 헵번 처럼 오번가를 구경해보고 싶다고 한 바람에 아빠의 화살이 엄마에게로 날아갔다.

아빠를 비롯한 남자들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구경하냐고 하지만 우리 여자들에게는 눈으로 구경하는 것, 귀로 듣는 것도 직접 사는 것 만큼이나 행복한 일인데 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까?.

 

이렇게 볼거리 많고 화려한 예술의 도시지만 안타까운 면도 내 눈에 들어왔다.

 왜 뉴욕사람들은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지 않는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제약이 없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뉴요커 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쓰레기들이 언젠가는 이 화려한 도시를 망가뜨릴 것만 같다.

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오빠에게 메신저로 이 사실을 전했더니 역시 분개해 했다. 가족여행에서 처음 오빠를 두고 온 지라 가는 곳마다, 먹는 음식마다 평소에는 그렇게 밉상이던 오빠가 자꾸만 떠올랐다. 뉴욕스테이크의 엄청난 크기앞에서도 유난히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오빠 생각이 났기에 센트럴파크 건너편의 애플사 몰에서 이어폰을 선물로 샀다.

 

뉴욕에서의 정신없이 바빴던 여행 일정을 끝내고 서울에 도착하니 나의 걱정과는 달리

오빠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삼겹살파티까지 열어 집을 어질러 놓았다. 거기다 내 방에 침입해 로션을 쓴 흔적마저 발견된 순간 뉴욕에 오빠를 빼놓고 간데 대한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은 싹 사라졌다. 이렇게 우리 남매의 우애는 서로 눈앞에 없을 때만 한시적으로 유지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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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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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아프로만 | 작성시간 13.10.18 leastory /

    [ 미국을 가보지 않고 미국을 말하지 말라! ] - 공감 ~!
    더구나 본성 드러내는데 - '돈거래' - 만한것도 없죠

    미국과 유럽상대 오랜동안 장사질 해본 바
    미국과 유럽에 대한 통념 180도 거꾸로 인게 한국엔 너무 많아요.

    미국사람들 오히려 순박하고, 유럽사람들 오히려 닳아빠졌죠
    그럼에도 유럽인들 정치 사회적 각성 수준이 높은 건 그만큼 오랜 이웃끼리 전쟁에 부대껴온 역사가 길다는 얘기
    - 사회는 이념 아니라 생태적 면역기제 -

    그리고.. 순박한 층이 보수적이고 닳아빠진 층이 진보적인 게 오히려 잘 들어맞죠
    '여촌 야도' 라고 하지요 - 동서고금 진리 입니다

    거꾸로 통용되는 통념이 한국엔 너무 많아요
  • 작성자으뜸벗 | 작성시간 13.10.17 아! 뉴욕, 이 글을 읽으니 더 가보고 싶어요
  • 작성자하니 | 작성시간 13.10.18 뉴욕라면 패션의 메카 이런 것만 생각나는데... 뉴욕의 미술관 가보고 싶네요^^
  • 작성자태은 | 작성시간 13.10.18 뉴욕제과 가서 빵이라도 사먹을려고 했더니 그마저도 없어지고...에잇 파리나 가야겠당^^
  • 작성자innercloudy | 작성시간 13.10.28 지수 파리도 한편 쓰라고 하시죠? 아이 성격이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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