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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기다려진다... 봉하 부모리더십 1박2일 캠프 후기

작성자규연|작성시간13.08.27|조회수265 목록 댓글 12

두 엄마

두 아이 모두 서울대에 보내고,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까지 패스한 자녀를 둔 한 엄마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아이 교육에는 일가견이 있는데다 양육의 경험들이 성공적이기까지 한 그녀는 어떤 주제에도 본인의 경험담을 자신 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독서, 논술, 영어, 수학, 학원, 영양, 식단, 체험활동, 예체능, 문화교육 등등등...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엄마로서 나는 행복할까? 그게 진정한 행복한 삶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본인의 입으로 "난 보수야" 하던 강원도 출신의 그녀는 훌륭한 점이 많았지만 내 멘토가 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리고, 받아쓰기 성적 20점에도 감동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아이들의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지금은 아이들이 대학생이지만 "앞으로 우리아이들의 미래는 잘 될 일만 남았다" 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또 한명의 엄마. 그녀의 교수라는 직책과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화려한 이력보다는, 본인의 논문 집필과 외부활동으로 둘째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지금도 꼭 안아준다는 따뜻한 모성 때문에 그녀를 나의 멘토 삼고 싶게 만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아이들과 나는 행복 할 일만 남았다

 

나는 7살 여자아이와 5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교사이기도 하다. 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 나름 교육 관련 책을 열심히 읽으며 아이들을 키웠으나 멀티플레이어(엄마, 아내, 며느리, 가사도우미, 친구, 교사 등)로서의 나의 삶은 여느 엄마들처럼 힘에 부쳤고 어느 때는 울기도 했고, 어느 때는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노무현재단의 부모리더십 학교를 알게 됐다. 부모리더십에 앞서 ‘노무현’에 끌려서 신청한 강좌는 한 달에 한번 노무현재단을 방문하게 하는 설레임과 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 뒷풀이의 즐거움을 내게 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외출이 쉽지 않았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7년만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그렇게 한 달에 한번 자유로운 외출을 하던 내가 이번에는 1박 2일 집을 비웠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다행히 본인의 출장과 잦은 술자리가 미안했는지 남편 역시 순순히 보내 주었다.

 

봉하 마을, 너무나 그리웠던 곳

 

둘째 아이를 낳고 한 달이 채 안되어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날짜를 보니 음력 4월 29일. 우리 아이는 양력 4월 29일 태어났다. 그 분의 기일은 평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다 보니 분향소, 서울 광장, 봉하,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한 채 TV로만 소식을 접하며 하루 내내 눈이 퉁퉁 붓도록 울기만 했다. 그 뒤로도 아이들 키우며 이래저래 가보지 못하던 봉하 마을. 8월 24일 캠프 첫째 날,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봉하 마을에서 그 분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묘역 참배 후 본격적인 수업. 장장 7시간에 걸친 4과목의 수업이었지만 강사들의 뛰어난 언변과 유머감각으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MBTI 성격유형 검사는 과학적인 분석과 진단으로 가족 행복의 발판을 삼고 싶어 하는 여러 참가자들의 많은 흥미를 끌었다. 본인의 성격과 배우자의 성격을 알고, 유레카(Eureka)를 외치던 분도 계셨다. 이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 동안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며 감동했다. 손미남 선생님의 유쾌한 강의는 명강사로 널리 알려진 김미경의 강의를 연상케 했고, 조만간 스타 강사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매력 있는 분이셨다^^ 정병훈 선생님의 과학 이야기는 생활 속에서 과학 호기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으며, 갈릴레이 온도계는 장식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모두들 갈릴레이 온도계를 갖고 싶어 했으나 중2를 자녀로 둔 가족과 몇 안되는 가족들만이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기숙 교수님. 말이 필요 없는 명강사이자 토론 논객이자 교수님이자 전 청와대 홍보 수석으로 이미 소문난 언변가이지만, 이렇게까지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는 줄 몰랐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는 공부를 잘하기 힘들다며 아이의 감성과 정서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셨다. 또한 엄마와 아이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일화를 예로 들어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그 어떤 뒷풀이보다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하고 피곤(?)한 뒷풀이... 오랜 수업과 알알알 게임으로 진을 뺀 참가자들은 봉하 막걸리와 치킨으로 간단한 뒷풀이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화포천

 

아침 식사 후, 노통께서 관심 가지고 생태 환경 살리기에 힘쓰셨던 화포천에 갔다. 한명의 작은 관심이 우리 자연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한명의 잘못되고 불순한 작은 관심 역시 우리 자연을 얼마나 훼손하고 우리의 미래를 이토록 암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비교 생각해 보기도 했다. 녹조라떼, 녹조그라탕, 알 분들은 알아들었으리라...

 

좋은 부모 되기 실습

 

이제 캠프의 마무리 수업이다. 사례를 가지고 부모․자녀 간 문제를 해결해 보는 실습을 했다. 한 참가자(심동화 분)의, 엄마의 차별로 한 맺힌 둘째 자녀 빙의 연기는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인식하고 제대로 공감, 지지만 해줘도 아이들의 독(毒)기는 사라진다는 조 교수님의 말씀, 그야말로 진리이다. 이제는 엄마 하기가 힘들어도 이길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다. 몸이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는 것 보다 아프기 전에 충분한 영양과 운동, 체력관리로 면역력을 키우듯, 아이들과의 갈등 혹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아이들과의 좋은 경험과 정서적 공감으로 문제를 예방해야겠다. 행여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별로 두렵지 않다. 몸에 힘을 좀 빼고 문제를 제대로 인식해서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되었고,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부모학교의 동료 부모님들, 조기숙 교수님 이하 운영진들로부터도 훌륭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제라도 함께 아이들을 키울 동료들을 만나 다행이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좋겠지만 아이가 커도 괜찮다. 함께라면 늦은 것은 없다. 이제 아이와의 행복을 위한 문을 두드려보자. 어느 곳에도 부모교육의 강좌는 많지만 가장 상식적이고 이타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노무현재단과 느림보학교에서 함께 배우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수료식

 

이번 캠프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캠프였나보다. 수료식 전, 한 아이가 “내년에도 올 사람 손 들어봐” 하자 서로 오겠다며 손을 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바라보던 어른들이 또 한번 크게 웃었다. 부모 교육 시간에 아이들은 박물관 견학, 떡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아이들 교육을 담당한 선생님(김도형 분)이 인기가 대단했다.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적인 소감을 전하던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캠프는 모두에게 알차고 감동적이며, 개개인에게 큰 전환점이 되는 캠프였다. 짧은 1박2일이라 못내 아쉬웠고 2박3일, 3박4일 좀 더 긴 캠프를 기대하며 단체 촬영 후 버스에 올랐다.

 

또 한번의 장례식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 대개는 소감문에 넣지 않는 여정이지만 우리는 버스 안에서 또 한번의 장례식을 치룬 기분이었다. 대통령 서거 1년 전 방송됐던 다큐 3일과 서거 후 방송된 다큐 3일, 두 편의 영상을 보며 버스 안 우리는 다시 한 번 그를 그리워했다. 여기저기 울음소리를 참아내는 ‘꺼이꺼이’ 하는 소리가 들렸고, 오드리(김미영 분)님은 “교수님, 이 캠프 너무 힘들어요. 장례식까지 두 번이나 치뤘어요.” (봉하로 내려가는 길에도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며 우리를 웃게 해 주었다.

 

다시 두 엄마 이야기

 

나도 아이들을 한 놈은 치대를 한 놈은 법대를 보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두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고 행정고시까지 합격한 딸을 둔 엄마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이번 캠프는 이런 나를 깨우치게 했다.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며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공부가 진짜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받아쓰기 20점을 맞아도 칭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받아쓰기 100점을 맞아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아이가 다시 받아쓰기 공부를 안 한다 해도 강요하지 않는 엄마,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키우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SKY 진학, 사회적 성공을 목표로 아이 공부에만 올인하는 매니저형, 네비게이션형 엄마가 되기보다는 목표 너머의 목표를 갖게 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고민하며 공감하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리더형 엄마가 되어야겠다. 이제 나도 우리 아이들과 행복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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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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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회귀본능 | 작성시간 13.08.27 저보다 빨리 들어오셨네요.. ^^ 캠프 마친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벌써 9월 넷째주가 기다려집니다.. ^^
    이렇게 글을 잘 쓰시다니...!!
    아.. 역시 버스를 타면 덤이 있네요.. ㅠ 내년엔 꼬옥 버스타는 걸로~~ ^^
  • 작성자하니 | 작성시간 13.08.28 소설같은 후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후기 읽으면서 또 한 번 배우고 갑니다.
  • 작성자웃음소리 | 작성시간 13.08.28 따뜻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 작성자freebird | 작성시간 13.08.28 시들마님, 글 잘 읽었어요..올라온 다양한 후기들 읽으면서 감동중입니다^^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게 얼마나 좋은지요 ^^
  • 작성자꿈꾸는 무지개 | 작성시간 13.08.29 잘 읽었읍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아이들과 나는 행복 할 일만 남았다" 이 글 너무 좋읍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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