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 안 도 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이 시는 1학년 때 수업을 통해 접했던 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 많은 시를 접했지만 가장 인상깊은 시가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었다. 모성애가 절절하게 느껴지면서 읽을 때마다 숙연해지는 시이다. 마지막 두 행에서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라고 알들에게 말하는 부분이 이 시에서 가장 마음이 아파지는 부분인 것 같다. 1학년 때는 이 시와 관련된
영상을 보았는데 나와 같은 나이또래 학생은 이 시를 듣고 별 감흥이없는 반응을 보였는데 아이를 가진 배우는 이 시를 듣고
눈물을 글썽였던 것이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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