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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글을 써서 사커월드 운영자님께 메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카페 대문에 있는 ‘잔류’라는 말을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운영자님에게 메일을 쓰지 않은 것은 마땅한 대안, 즉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글을 꼭 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왜냐 하면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는 수많은 스포츠 언론 매체들이 ‘잔류’라는 용어를 아주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제목 말이지요.
‘잔류 확정’ 구자철·손흥민, 소속팀 생존 이끌다
(베스트일레븐 제목)
이렇게 ‘잔류’라는 그릇된 용어가 횡행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커월드의 대문만 고치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운영자님께 살짝 귀띔만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문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K리그 승강제안 2013년 최상위리그 14팀 잔류 2014년 12팀 잔류 연맹총회 통과.
사커월드를 접속하면 매일같이 보는 익숙한 제목입니다.
이 제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잔류’라는 용어입니다.
그러면 ‘잔류’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잔류’의 ‘잔(殘)’은 주되게 구성되는 큰 덩어리가 아니라 소수를 차지하는 일부를 뜻합니다.
국어사전에 있는 잔류라는 말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잔류[殘留] 【명사】뒤에 처져 남아 있음.
잔류 부대
잔류 병력
그들은 더이상 평화 유지군의 잔류를 원하지 않았다.
보다시피 잔류라는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예는 ‘잔류부대’, ‘잔류병력’과 같은 단어에서입니다. 본진이 떠나고 나서 남은 잔여 병력을 뜻하는 그런 말입니다.
그런데 올해 K리그가 끝난 후 ‘잔류’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팀은 전체의 일부를 이루는 소수 집단이 아니라 절대 다수입니다. 그러니까 16개 팀 가운데 14개 팀이라는 절대 다수가 1부에 남게 되는데, 그것을 잔류라고 하면 안 됩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내년에 창설되는 최상위 리그를 프리미어리그라고 부르고, 2부리그 격인 리그를 K리그라고 한다면, 그러면 강등 대상인 2개 팀이 잔류하게 된다고 할 수는 있겠죠.
분데스리가도 마찬가지입니다. 18개 팀 가운데 15~16개 팀이 1부에 그대로 남아있고 2~3개 팀이 강등된다면, 절대 다수를 이루는 15~6개 팀은 잔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존속하거나 유지된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로로로님식으로 표현하자면)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스포츠 매체들은 예외 없이 ‘잔류’한다고들 합니다. 아마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스포츠 매체의 기자들은 기사에서 틀린 표현을 한 개라도 하지 않으면 기자로 ‘잔류’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매일같이 접하는 스포츠 신문의 기사들마다에서 어법이나 문법에 틀린 표현을 한 개라도 찾지 못 하는 날이 거의 없는 지경입니다.
스포츠 매체들은 그렇다 치고, 사커월드의 대문에 잘못된 표현이 몇 개월 동안이나 걸려있고, 앞으로도 거의 1년동안 그대로 있을 것인데 지금까지 여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가능한 마땅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음 국어사전을 뒤져가면서 조금 연구를 해 봤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대체 단어는 ‘존치’입니다.
존치【명사】제도, 시설 따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둠.
강등되지 않는 팀은 그 팀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아니라 1부라는 제도의 유무가 주된 대상이므로 존치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존속.
존속 【명사】어떤 대상이나 현상이 그대로 계속 존재하거나, 그 존재의 자취가 남아 있음.
오늘자 스포츠 매체 기사들이 사용해야 할 정확한 명칭이 바로 ‘존속’입니다.
‘함부르크, 1부리그 존속 확정’과 같은 제목을 사용해야 합니다.
아니면 ‘상존’이라는 용어를 쓸 수도 있겠네요.
상존【명사】어떤 일이나 상황, 사물 따위가 아직 그대로 있음.
그런데 문제는 분데스리가가 아니라 K리그입니다. 현재 K리그 참가 팀들은 1부리그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팀들의 다수가 내년에 1부리그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잔류가 아님은 물론이요, 존치도 아니고 존속도 아니고 상존도 아닙니다. 새로 생기는 1부리그에 처음으로 소속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무엇이라고 할까요?
이 경우 가장 적절한 표현을 구사할만한 곳은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자료에 대해 중층의 결재절차가 있는 관료적 조직이라고 봅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네티즌들은 자신의 글을 점검할 데스크가 없고, 살벌한 인터넷 세상에서 속보경쟁을 펼치는 인터넷 매체들 또한 글을 제대로 썼는지 살필 겨를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프로축구연맹의 공식 발표입니다.
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에서 올해 프로축구 대회요강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위권 팀의 탈락에 관한 조항이 없더군요. 그래서 보도자료를 살펴봤는데, 괜찮은 단어를 한 개 발견했습니다.
‘입성’이라는 단어인데,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쓰였습니다.
내셔널리그팀의 프로 2부 입성 팀에 3년간 30억원 지원
‘입성’을 사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제목도 괜찮겠습니다.
창설되는 1부리그에 14개 팀 입성 허용, 2개 팀은 강등
그러다가 궁금해지는 것이 문제의 승강제 계획 발표에서 연맹은 어떤 표현을 썼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보도자료가 있는 게시물을 봤습니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사커월드 대문에 있는 글과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제목에 ‘잔류’라는 말을 썼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이 보도자료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사회, 총회 결과
짐작컨대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담당직원이(그리고 그 자료를 보고 발표를 승낙하는 결재권자가) 이 제도에서 ‘잔류’에 해당하는 표현이 무언지 (존속인지 승격인지 자격유지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위와 같은 제목을 썼고, 이것을 요약하여 발표해야 하는 언론사에서는 잔류라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보도자료의 본문에는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향후 도입되는 승강제는 1부팀을 12팀으로 하되 2013년 1부 14팀, 2부 6~10팀, 2014년 1부 12팀, 2부 8~12팀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저는 여기에 있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성’ 말입니다. 구성이란 새로 생기는 조직을 이룬다는 뜻에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사커월드 대문의 제목도 다음과 같이 바꿨으면 합니다.
변경 전 : K리그 승강제안 2013년 최상위리그 14팀잔류 2014년 12팀잔류 연맹총회 통과.
변경 후 : K리그 승강제안 2013년 최상위리그 14팀 구성 2014년 12팀 구성 연맹총회 통과.
그래야 앞으로도 거의 1년동안이나 잘못된 표현이 대문에 걸려있는 것을 날마다 봐야하는 불편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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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구덕의추억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4.29 사월님께서 이렇게나 즉각 반응하시고 글도 고쳐주셔서 황송하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제 인터넷 인생에서 최고의 날로 기려야 하겠습니다. 일단 공지사항과 대문에서 헛갈렸네요. 혹시 더 좋은 표현이 있는지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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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edcorea 작성시간 12.04.29 운영자님도 언제나 세심한 배려 감사합니다!! 두 분 다 정성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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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대구애향청년 작성시간 12.04.30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잔류"가 대세라서 그냥저냥 있었더랬는데요.
"잔류"라기보다 "존류"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존류(存留) [졸류]
[명사] 남아서 머묾. 또는 남아서 머물게 함.
잘 쓰지 않아 생소 할지 모르겠지만 사견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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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KTKIM 작성시간 12.04.30 '잔류'라는 단어는 일본의 승강제에서 쓰는 단어죠.
하지만 쓰는 대상은 '하위팀이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몇몇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10위팀에게 '잔류'라는 단어는 쓰지 않죠. 14~15위팀같은 턱걸이 팀에게는 '잔류'를 씁니다.
분데스리가도 함부르크가 시즌 마지막에 턱걸이로 살아남았다면 '잔류'를 써도 무방합니다.
구덕의추억님이 국어사전에서 언급하신 '뒤에 처져 남음' 이라는 뜻과 일치합니다.
다만 올시즌 K리그처럼 '14팀 잔류'라는 뜻은 맞지 않겠지요. 이 부분은 '구성'으로 바뀐게 적절했다고 봅니다.
'잔류'라는 표현은 시즌 막판의 하위권 팀에게만 쓰여져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