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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시등 감상

키르케고르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현기증의 맛/김분홍

작성자시냇물|작성시간22.10.19|조회수490 목록 댓글 1

출처: 철학의 책 194p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의 철학은 19세기 중반 유럽대륙을 지배한 독일관념론사상, 특히 게오르크 헤겔의 사상에 대한 반응으로 전개되었다. 키르케고르는 인간을 필연적 역사 발전의 일부로 규정짓는 헤겔사상을 논박하려고 좀더 주관적인 접근법을 옹호했다. 그는 거대한 철학체계의 일부가 아니라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개인으로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키르케고르가 믿는 바에 따르면, 우리 삶은 자기 행동에 따라 결정되고, 그 행동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우리 삶에 대단히 중요하다. 헤겔과 마찬가지로 그는 도덕적 결정을 쾌락주의와 윤리 사이의 선택으로 여긴다. 그러나 헤겔은 이런 선택이 대체로 해당 시대의 역사적 · 환경적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 반면, 키르케고르는 도덕적 선택이란 절대적으로 자유로우며 무엇보다도 주관적이라고 믿는다. 우리 판단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뿐이다. 그러나 선택의 완전한 자유는 행복의 원인이 되기는커녕 우리 마음속에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개념』에서 이런 기분을 설명한다. 그는 일례로 절벽이나 고층건물 꼭대기에 서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이 사람은 언저리 너머를 내려다볼 때 두 종류의 공포를 경험한다. 하나는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이고, 하나는 거기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낳는 공포다. 두 번째 유형의 공포, 즉 불안감은 뛰어내리고 말고를 선택할 절대적 자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이 공포는 현기증만큼이나 아찔하다.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우리는 도덕적 선택을 할 때도 그런 공포를 항상 경험한다. 그때 우리는 가장 끔찍한 판단마저 내릴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런 공포를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표현하고는 이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현기증이 절망을 낳긴 하지만, 그것 덕분에 우리는 선택 가능한 범위를 더 잘 인식하고서 경솔한 반응을 삼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유의 현기증은 자아와 개인적 책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를 높여준다.

실존주의의 아버지

키르케고르의 사상은 대부분 동시대인들에게 거부당했지만, 결국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선택의 자유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후대가 의미와 목적을 부단히 추구한 덕분에 실존주의의 틀이 형성되었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마르틴 하이데거가 발전시킨 이 철학은 나중에 장 폴 사르트르에 이르러 확립되었다. 실존주의에서는 신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가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런 세계에서는 자신의 탄생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선택이다.
이런 후대 사상가들과 달리 키르케고르는 신앙심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의식과 아울러 절대적 자유의 '현기증'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이었다.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

이른바 덴마크문화의 황금기에 속하는 서기 1813년에 코펜하겐(Copenhagen)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이던 아버지는 신앙심이 돈독한 동시에 우울했는데, 아들도 이런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는 나중에 그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키르케고르는 코펜하겐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지만 주로 철학 수업을 들었다. 그러다 상당한 유산을 상속한 후 평생 철학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1837년 레기네 올젠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3년 후 약혼도 했으나,이듬해에 자신이 우울한 성격 때문에 결혼생활에 부적절하다며 약혼을 파기했다. 그는 신앙심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덴마크 교회의 위선행위를 끊임없이 비판했다. 1855
년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은 키르케고르는 불과 한 달 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주요 저서
1843년 공포와 전율
1843년 이것이냐 저것이냐
1844년 불안의 개념
1847년 사랑의 작품


현기증의 맛/  김분홍

아찔함은 어떤 맛일까

아찔함에 푸른색이 들어 있다
나는 푸른색을 펼쳐놓고 난간을 생각한다
그 난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난간에서 당신을 바라보니 어지럽다

잠시 혼란이 시작된다
혼란을 들고 나는 외출을 서두른다
문구점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어지럼증

회전은 나를 무자비하게 혹사시킨다
호객하는 훌라후프는 속이 비었고
빈 속에 들어가 빈 속을 돌리고 있는 바람개비
한 사람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배고픔은 우로보스처럼 둥글고
꼬리를 물고 있는 골목은 구수하다
오늘의 꼬리가 어제의 꼬리를 잘라먹는
허기는 주머니 안에 갇혀 사는 입이 큰 짐승이다

나는 나를 방목하는 짐승에게 질질 끌려다닌다

내 현기증에 누가 삼겹살을 구워줄까


현기증 / 김해준

세상이 사라질 때까지 수프를 끓인다
휘휘 감겨든 사물이 젖빛으로 녹아
원시가 심한 새벽에는 먼 곳을 본다
무너져야 완성이 되는 도미노를 하듯
물질은 흔적을 잠그며 혈관을 풀어 놓는다
한 떼의 열목어가 파문을 횡단해
소름으로 잉태한 아이들을 산란할 것이다
가마는 달빛을 다스릴 줄 모르고
불길이 닿는 곳마다 소금 깨지는 소리
시력에 바람이 들어 안개가 서린다
삭아가는 국자의 목이 언제 떨어질지
그리운 것들이 모두 녹은 하류의 수면
연탄이 꺼진 장판 위로 요의가 선다
코끝의 한기를 감싸며 꿈에서 깬 뒤
벽을 따라 일어서는 노인의 그림자가
어둠에 먹혀 끓어 넘치는 것을 본다
열어둔 창에서 불어온 신록이 진하고
뒤란에 흐르는 물이 크게 운다


  
불안의 사생활
   이린아

누군가의 변기나 빨간 다리미와는 다르죠

이 작품은 당신이 가고 싶은 모든 곳에 데려다 줄 수 있어요

13각 기둥을 가진 고대 신전에 현대식 금고를 가져다 놓을 수도 있고 온갖 낙심의 숫자들을 돌돌 말아 담배처럼 후! 불어 보낼 수도 있지요 내가 가진 중독들을 한데 모아 태우고는 빼앗긴 시늉을 할 수도 있어요

불안은 그렇게 네일숍으로 가고
물어뜯어 울퉁불퉁해진 손톱에 영감을 받아
아무개 화가의 누드로 가요
벌거벗는 일이 우아해질 수 있는 건 보석들의 조건이죠
누드는 또 남자에게 가고
턱수염이 자랄 동안 여자에게 가지만
환심은 언제나 모든 방향으로 가죠
여자는 콧소리를 내며 콧수염으로 가요
콧수염은 음악을 받아쓰기 위해 극장으로 가지요
바흐나 멘델스존의 음악을 들으며 성스러운 아침을 떠올리다가
이불 속으로 이불 속으로

모두가 기립할 때 앉아 있게 된다면
Lascia Chio Pianga!*
아무도 모르게 무대의 중앙으로 가지요
관중은 관종이 되고 모두가 웃을 때 날 울게 하소서!*

테두리가 낡은 패션잡지를 모아 한 방에 태워 비리면 더 멀리
욜로(You Only Live Once)라 불리는 길목에서
정신과 의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아 자존감으로 데려다 줄 거예요
누군가는 신의 계시를 외치며 언덕 너머 산타페로 가자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낮에는 갈 수 없지요
하드락 카페와 벌레스크극장 간판에 불이 켜지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의 몸은 모든 사람의 냄새가 되고
밤새 정원을 할퀴는 고양이들의 등짝 위로 점프!

사랑이라 쓰고 꺼내먹는 노래로 가요
누구의 미움에도 뻔뻔해질 용기를 갖겠다며
결국, 책장 속으로 가지요
끊임없이 주소를 옮기는 일,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나를 읽고 나를 옮길 수 있나요?

오리농장 주인을 찾아가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고 하소연하거나 60층이 넘는 빌딩의 담을 넘겠다며 허리가 휘어져라 요가를 하거나 비행기 속에서 잃어버린 이틀을 위해 다시 비행기를 타거나 매일 오고가던 언덕의 오르막만 기억하는 일,

진실을 찾는 일은
불행이 정해진 장소만 찾아다니지요 
⸻⸻⸻⸻⸻⸻⸻⸻⸻

*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서 십자국전쟁의 영웅 리날도의 연인 알미레나가 적의 궁전에 갇혀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며 풀려나기를 기원하는 비탄의 노래다. 이탈리아 시인인 타소(T.Tasso)의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 한국어로는 “울게 하소서”이다.


불안의 형태 / 진은영

낡은 태양이 창유리에 던지는
여섯 번
무감한 입맞춤
그리고 문득
일요일이 온다

죽은 연인의 흰 목을
마지막으로 만질 때처럼
서먹하게

심장 안쪽으로
뒷걸음치던 누군가
피에 절은 팔꿈치로 치듯이

천장에 매달린
하얀 도기인형이 떨어진다
빛에 활짝 벌린
천진한 튤립 꽃잎 위로

느린 오후
술과 피 섞인 물에 잠겨 있던 생각 하나
희미하게 자라난다
세계의 무성한 끝을 향해


불안도 꽃인 것을 / 이규리

누가 알기나 했을까
불안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처음으로 붉은 피 가랑이에 흐를 때
죽고 싶다 할 때마다 조마조마 꽃이 피었던 걸

불안으로 한 아이를 낳고
불안으로 젖을 먹이고 몸을 씻기는 동안
불안 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네

불안은 불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속에 오래 있으면
기막히게 불안에도 쾌감이 있다는 걸
아이가 젖꼭지를 깨물었을 때라 할까
아니면 불륜, 불법, 불신, 불가능의 한 때라 할까

불안으로 시험을 치고 낙방을 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고
그때마다 불안의 꽃이 피었던 걸
그 다음 시절이 일러주었네

수많은 당신이 불안이었던 걸 말해도 될까
초경 때처럼 깜빡 죽고 싶었던 걸 말해도 될까
눈부신 구름 꽃 바람 꽃
비가 되었던 물의 꽃

꽃은 불안을 알지 못하지만 불안은 꽃을 알아보더군
천날 만날 내일이 불안하고 휴일이 불안하고
지나온 길
그 불안으로 꽃을 피웠으니
여기 이 꽃 무덤들, 이 불안의 무게들


불안 / 김 참

   부엌엔 양파가 자라고 있고 마루엔 양말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이끼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시계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당근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술병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거미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전화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배추가 자라고 있고 마루엔 인형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염소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침대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호박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신발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암소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아이가 매달려 있고 부엌엔 암탉이 자라고 있고 마루엔 계란이 흩어져 있고 침실엔 나무가 자라고 있고 천장엔 당신이 매달려 있고

 불안의 숲 / 박시하

슬픔을 가져와 바른다
붉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검은 돌멩이를 입에 넣는다

푸른색 옷을 입힌다
손목을 잘라낸다
저녁이면 커튼을 내리고
꿈속에 불타는 물을 쏟아붓는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나를 바라본다

눈으로 볼 수 없고
팔로 껴안을 수 없는
분명한 것이 있다
거대하고 끊임없는 비명이 있다

숲보다 더 커다란 것이 숲 속에 있다
파도치는 그림자를
만질 수 없다

 
부동(浮動)하는 불안 / 윤인미

벤치를 관념,
낙화를 질문이라 불러본다

관념은 떠올릴수록 딱딱하고
질문은 들먹일수록 분분하다

나무 벤치 위로
홑겹의 질문이 쏟아진다

관념은 나무의 어제에
미련이 많다

어제는 보폭처럼 익숙하게
그늘을 게워 놓는다

들숨과 날숨만으로
질문은 나무(南無)를 피해
나무에 닿을 수 있을까

앉지도 못하는 불안이
바람의 멱살을 거머쥘 때
기억은 순식간에 인화(引火)된다

그 사이,
벼랑으로 내몰린 꽃들은
점점 예뻐지고 있다


거미, 불온한 폭식 / 서안나

그녀는 날마다 수많은 풍경들을 제 앞으로 끌어당긴다.
앞발로 쉴새 없이 불온한 세상을 집어삼키는 그녀
끈적거리는 풍경을 가득 삼킨 어머니가
젖은 기억들을 재빨리 토해낸다.
젖은 상처들이 슬픔의 지형도를 나선형으로 그려낸다.
상처의 끈끈함으로 건설되는 도시는 타액의 힘이다.
제 몸을 찢어 상처의 집을 짓고
고단한 연속무늬를 자아내는 거미들.
어둠이 익숙해질 무렵 늙은 암거미 한 마리 도시를 삼킨다.
그녀 안의 기억의 손길들이
재빨리 풍경들을 저장한다.
상처가 가득 찬 몸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다.
슬픔은 언제나 외로운 각도를 유지한다.
외로운 나선형의 각도는 그녀의 힘이다.
끈끈한 상처를 건너는 자 만이
자신에게 다시 다다를 수 있는 법.
날마다 제 상처를 기어오르는 어머니
내가 다시 나선형으로 재생되고 있다.


 2003년 겨울호 <문학과 경계> 발표작


나는 불안한 샐러드다 / 강기원

  투명한 보울 속에 검고 파랗고 노란, 붉디붉은 것들이 봄날의 꽃밭처럼 담겨 있다. 겉도는, 섞이지 않는, 차디찬 것들. 뿌리 뽑힌, 잘게 썰어진, 뜯겨진 후에도 기죽지 않는 서슬 퍼런 날것들, 정체불명의 소스 아래 뒤범벅이 되어도 각각 제 맛인, 제 멋인, 화해를 모르는 화사한 것들. 불온했던, 불안했던, 그러나 산뜻했던 내 청춘 같은 샐러드, 샐러드라는 이름의 매혹적인 불화 한 그릇 입속으로, 밑 빠진 검은 위장의 그릇 속으로, 생생히 밀려 들어온다. 나, 언제나 소화불량이다. 그 체증의 힘으로, 산다. 나는. 여전히, 내내, 붉으락푸르락 샐러드. 나는 불안한 샐러드다.


불안한 상속 / 조창규
                                          
초승달은 지구의 공전이 깎아 놓은 손톱

할아버지는 매해 굴속에서 자식들을 낳았다
그의 핏줄을 따라 가계의 불행은 대물림되었다
갑상선암이나 탈모 같은 불안한 의혹들이
쑥쑥, 나의 안쪽에서 자란다 

볼록한 허물은 누군가 잠시 머물다간 집
나는 긴 장화 속에 새알을 숨기고 입구를 나뭇가지로 덮어 놓는다
알 속에 구겨진 부리는 바깥을 여는 열쇠 
아비의 출신은 자식에겐 신분증이었다

지구에도 이상한 상속이 있다
붉은 사막에 내리는 하얀 폭설
代가 끊기지 않는 지진, 전쟁
떠도는 계절의 종자들은 어느 기후의 혈통을 잇고 있다

아프리카의 겨울이 추울까, 시베리아의 여름이 더울까
나는 지구의 공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사람
죽은 할아버지는 내게 땅꾼인 아버지를 물려주었다 

부어오른 목에서 부화한 새의 울음
1월에 낙엽이 지는 적도의 나무들
깨진 유리창을 X자 청테이프가 붙들고 있는데,

알 껍질만 버려져 있는 불안한 그늘
삐-익, 나는 손가락 휘파람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뱀들을 불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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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냇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0.19 현기증의 맛/  김분홍

    아찔함은 어떤 맛일까

    아찔함에 푸른색이 들어 있다
    나는 푸른색을 펼쳐놓고 난간을 생각한다
    그 난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난간에서 당신을 바라보니 어지럽다

    잠시 혼란이 시작된다
    혼란을 들고 나는 외출을 서두른다
    문구점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어지럼증

    회전은 나를 무자비하게 혹사시킨다
    호객하는 훌라후프는 속이 비었고
    빈 속에 들어가 빈 속을 돌리고 있는 바람개비
    한 사람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배고픔은 우로보스처럼 둥글고
    꼬리를 물고 있는 골목은 구수하다
    오늘의 꼬리가 어제의 꼬리를 잘라먹는
    허기는 주머니 안에 갇혀 사는 입이 큰 짐승이다

    나는 나를 방목하는 짐승에게 질질 끌려다닌다

    내 현기증에 누가 삼겹살을 구워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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