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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관련 기고문

그분의 작은 몽당 연필이 되어 - 2020년 5월호 생활성서 원고 – 선한 영향력 (음성녹음포함)

작성자송사도요한|작성시간20.04.24|조회수225 목록 댓글 6

20205월호 생활성서 원고 선한 영향력

 

 

그분의 작은 몽당 연필이 되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못을 지적하고 부정적인 면을 보기보다 칭찬과 긍정의 힘이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말입니다. 저는 짧지만 본당 사제로 살면서 감동을 받았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고해소에서 진실된 고백으로 회심의 눈물을 흘리는 신자를 만날 때였습니다. 고해소 문고리를 잡기까지 용기를 내준 신자들에게 고마움도 있지만, 영혼의 상처를 남김없이 드러내고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는 신자들의 고해를 듣는 사제에게도 고해소는 하느님의 용서와 치유를 체험하는 공감의 장소가 됩니다. 고해 끝에 선포되는 사제의 사죄경은 단순한 성사적 의례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힘이 악을 이기고 선의 승리를 선포하는 것임을 교회가 표징으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의 모습 속에서 신자들은 감동하고, 열심히 준비한 강론을 듣는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의 힘을 느낍니다. 신자들이 미사 후에 강론에 감동했다고 엄지척을 해주는 때를 돌아보면 제가 열심히 준비한 강론을 하면서 스스로 감동할 때였습니다. 그런 강론에 공감해준 신자가 많을수록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신자들의 얼굴에서 복음의 기쁨이 느껴집니다. 몸이 불편한 신자들에게 정기적인 봉성체를 하거나 갑자기 위중한 병자들을 방문하여 병자성사를 집전할 때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한 미소와 손길, 상투적인 기도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기도로 그들의 고통에 공감했을 때 사제로서 신자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신학교 상주교수로 살던 때 시험 성적이 나쁜 학생들에게 학기 말에 재시험을 공지하고, 걱정을 가득 안고 구두시험을 보러 들어온 학생들에게 시험 대신에 간식을 잔뜩 내어놓고 즐겁게 먹고 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의아해하는 신학생들에게 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공부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제 말에 함박웃음을 짓던 신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모든 것이 서로가 선한 의지를 나누면서 얻어지는 성령의 열매들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제 삶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준 힘은 사랑과 질책으로 곁에 머물러준 선한 의지의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내 몸 안에 가시를 숨기고 오히려 남을 찌르기도 했던 제 약점을 감싸주고 치유해준 신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홍길동 같이 바쁘게 살면서도 신자들의 교육과 단체 활성화를 위해 내 몸 아끼지 않고 열정을 보여준 신부님으로, 낡은 성당과 교육관을 예쁘게 고쳐주고 훌쩍 떠나 지금도 천사 같은 신부님으로 기억해주는 신자분들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제 따뜻한 미소와 열정을 그리워하고, 오래된 방송 강의를 듣거나, 매일 미사에 남겨진 묵상글이 좋았다고 기억해주는 분들도 계십니다. 부끄럽지만 성령께서는 제 나약함에도 제 안에 남겨진 선한 의지를 사람들 마음에 뿌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기에 지금도 사제로 살 수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라고 합니다. 인간은 본래 태어나면서부터 공감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와 피부로 느끼며 소통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사회의 친교 영역으로 넓혀지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치며 살아갑니다. 우리 안에는 거울신경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어떤 말과 생각을 하든 결국 남의 생각과 말을 내 거울처럼 비춰보며 말하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결코 홀로 살지 않습니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공감하며 삽니다.

 

한국 사회가 공감 능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표징들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진지한 대화나 친교가 사라지고, 소유와 탐욕의 가치들이 삶을 공허하게 만들지만, 여전히 우리는 선한 의지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악을 선으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아름다움과 선함, 거룩함을 찾아내는 본능과 같은 감각을 우리에게 심어주셨습니다. 이 신앙 감각으로 우리는 세상의 속됨 속에서도 일상의 거룩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옆집의 성인들이 보여주는 삶의 아름다움입니다. 무한한 사랑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가정을 부양하고자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남녀들, 고통을 감내하며 하느님을 잃지 않는 병자들, 삶 속에서도 미소를 않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열정 속에서 그들이 세상에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을 만납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복음화하는 하느님의 작은 도구입니다. 각자의 처지와 능력은 다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유익이 되는 선하고 아름다우며 진실된 가치들을 지키고 살아가며 영향을 미칩니다. 짜증과 분노대신 인내와 온유함을, 악의와 복수보다는 선으로 악을 이겨내려는 겸손과 사랑을, 내 실속과 자존심 챙기기보다는 다른 이의 기쁨과 행복을 먼저 생각해내는 담대함과 열정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필립 4,11)을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사도 20,35)하다는 것을 체험해본 사람만 압니다. 하느님께서 내 약점을 통해서 복음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시기에 우리는 그분의 작은 몽당연필이 되면 되는 것입니다.

 

제게 남은 사제로서의 삶이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모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제 본분을 다할 수 있는 겸손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작은 용기를 내어봅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 사람들이 제 몸 안에 가시에 찔리는 일없이 저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훗날 제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사제로 살게 해주신 것에 조금은 보답을 하고, 그분 앞에서 살포시 고개를 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송용민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https://www.biblelife.co.kr/goods/view?no=1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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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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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빛과 소금 | 작성시간 20.04.24 지금보다 좀 더 빛과 소금 같은 말과 행동으로 신앙공동체의 빛과 소금같은 사람이 꼭 되고 싶고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빛과 소금 같은 말과 행동이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지구촌 세계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련과 실패과 와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노력할겁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성호경을 그으며 기도 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송사도요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4.26 빛과 소금님의 좋은 마음과 열정, 그리고 회심의 의지에 작은 보탬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기쁩니다. 행복한 신앙 생활 되시길 빕니다.
  • 답댓글 작성자빛과 소금 | 작성시간 20.04.26 송사도요한 네~^0^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구체적이고 친절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샐리마리 | 작성시간 20.04.29 신부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한별이 | 작성시간 20.05.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밑에서 세째단락 마지막문장
    미소를 잃지 않는 ...’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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