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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토론방

[야생화팀] 5.15 영혼의 수호신 바리공주

작성자7기 장재경|작성시간26.06.13|조회수65 목록 댓글 7

토론일:2026.5.15. 금요일
토론책:영혼의 수호신 바리공주(백승남 글 / 류준화 그림, 한겨레아이들)
참석자:권정옥, 김현영, 장재경, 정은미
발제자:장재경

 

<감상글>

 

영혼의 수호신 바리공주

백승남 글, 류준화 그림 / 한겨레아이들

2026.5.12.

장재경

 

이 글은 흔한 옛이야기 중 하나로만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굿 현장에서 구송될 정도로 제의성이 큰 서사무가의 하나이다.

 

나에게는 왜 오구대왕이 존재하지 않는가.

 

이야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길대부인의 출산 서사를 보며 언급되는 태몽에 부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모든 꿈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딸들이 모두 대단한 인물이 되겠구나...짐작했다.

태몽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나의 태몽은 기억에 없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아빠의 미안하다던 말이다. 너는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인물은 안될 것 같다고.. 보통으로 살 것 같다고... 그에 반해 오빠와 여동생의 태몽은 대단했다. 옛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용이 나오고 거북이가 나오고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땅을 가르기도 하고 그런 꿈들이었다. 아이를 낳고는 더욱 많이 움츠러든다. 미안한 맘이 하늘을 찌른다. 아이를 가진 것을, 내가 태몽을 꾸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나는 내 괴로운 과거를 지우듯 태몽을 지웠다. 그러나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는 얼른 맘을 고쳐먹자고 노력하며 겨우겨우 떠올려 다행히도 무언가를 나무에서 딴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나 아무리 떠올려도 그것은 형태도 색깔도 알 수 없는 검은 어둠 같은 무엇으로만 내게 남아 있고 실제 꾼 꿈속에서는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나는 아이의 삶이 태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 나는 거기에서부터 버려진 것 같아 내 아이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지 않으려 내가 꾼 태몽은 탐스런 과일이다.

 

길대부인이 읍소하며 일곱째 공주를 버리라는 오구대왕에게 매달린다. 그러나 바리공주는 버려진다. 여기에서 나는 오구대왕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결국 공주를 포기한 길대부인을 조금은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뒷동산에 버려진 바리공주 주위가 눈부시고 까마귀 까치 요란하여 나라에 경사 있을 징조로다. 저기 무엇이 있는지 가 보고 오라.”고 한 오구대왕, 바리공주임을 확인하고 나라가 편치 못할 아이라...”라고 하는데 역시 무감하게 받아들였다. 그럼 그렇지..라는 맘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자기 병환을 낫게 하고자 다시 찾은 바리공주를 보고 네가 미워서 버렸겠느냐? 싫어서 버렸겠느냐? 분을 참지 못해 그리한 것이란다. 홧김에 내버린 것이란다.”라는 오구대왕의 이 말에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 말은 어떠한 가치도 없었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나의 적의는 길대부인에게 조금이나마 향해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조금 놀랐다. 그렇게 여태까지 나의 적의가 아빠를 향한 적은 없었다.

 

얼마전에 어버이날 용돈을 아빠의 빈방에 놓아두고 캠핑을 떠났다. 늘 직접 드렸는데 캠핑이 잡혀있어 그냥 두고 갔다. 매번 용돈을 드리면 엄청 좋아하며 미안해하며 받으신다. 그 장면은 너무도 당연하게 존재했다. 캠핑 중 아빠에게 톡이 왔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우리딸 사위라고 왔다. 순간 역겨웠다. 그 느낌에 너무 놀랐다. ‘왜일까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그런 말들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었다. 물론 말로는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난 그걸 그저 인사치레로만 여겼다. 그리고 나는 아빠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빠는 나에게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받은 적이 없었다. 그저 감정면에서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인식만 남아있다. 다른 면에서는 헌신적이라 할 만한 부분도 꽤 있다. 그러나 나는 이성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것이 나를 힘들게도 슬프게도 한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우리 집에 없는 존재였던 것 같다. 엄마가 드러나는 불이라면 아빠는 잠재되어 있는 불이었다. 언제 무슨 일을 몰고 올지 모르는 나의 공포의 근원이었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무해하게 갇혀있기만을 빌었다. 그래서 아빠는 그 빗장을 풀지 않는 이상 내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고 아무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게 오구대왕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잊혀져버렸다.

 

나는 신랑에게 감정을 다스려 아이를 대하기를 요구했다. 매일 아이와 부딪히며 사는 나도 10년 걸려서 겨우 어느정도 가능해진 일을 주말에나 마주치는 신랑이 단시간에 그것을 성취해낼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나는 요구한다. 그러지못하는 신랑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준다. 내가 나를 상처내며 다독였기에 나는 그 방법밖에 몰랐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신랑에게 포기해간다. 내가 우리 엄마를, 아빠를 포기했듯이 그렇게 또 포기하려한다. 그동안 그들의 모든 잘못은 홧김에 벌인 것임을 알고 있기에 그런 인간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내게 신랑은 오구대왕이 되어가고 내 기대는 아이에게로 쏠린다. 이제는 아이에게 어떤 일에 화를 내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라고 냉혹하게 말한다. 아이는 사춘기 아이치고는 화를 잘 내지 않고 내 말을 잘 이해한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다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떤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지 문득 공포가 몰려왔다. 나는 우리 아이를 감정도 없는 인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인가... 나의 행위들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다.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모르겠다. 이제는 모두를 놓아주자. 두려워말고 아이를 대하고 빈정거림없이 신랑을 대하고 그러자. 홧김에 잘못을 저지르지만 회복할 여지가 있음을 열어두자. 너무 하나의 감정에 갇히지 말자. 그래야할 것 같다.

 

여기까지 감상을 쓰고 나서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속시원함이었다. 내가 아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직접 마주한 것이 처음이라 놀랍기도 하면서도 원인을 알고 나니 그 어떤 감정도 내게 머무르지 않고 그저 속 시원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아직도 어린 내게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에 놀랐다. 가여웠고 안타까웠고 우스웠다. 그런 내 모습을 또 알게 되고 거기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이렇게 나를 감싸고 있던 껍질이 다 벗겨지고 나면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극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무언가를 기대해본다.

 

<나눈 이야기>

1.이 이야기를 어떤 방향에서 보았나?

-발제자는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본 부모를 다루었다.(듣는 입장에서는 아직 사랑을 받고 싶다의 반증으로 들렸고 용서하고 싶다?분노, 원망을 해소하고 싶다?로 들림.)

-개인적 이입보다는 각 나라마다 있는 성장담을 담은 여성영웅신화로 보았다.

-부모가 지은 죄를 내가 덕을 쌓음으로써 품는 이야기로 보았다.

2.그 외 나눈 이야기

-그림책은 효를 강조하더라.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 분노라 다루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연극 '경숙이 아버지'를 추천한다.

-오구대왕은 많은 이들의 조언을 받았으나 자기 맘대로 실행하고는 결국 그들의 말대로 되었음에도 본인의 잘못을 모른다는 것이 어이없었다.

-한 집안에서 남녀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권위는 nono

-바리공주는 서천으로 가는 과정, 무장승 밑에서 9년동안 노동을 하고 그와 결혼하여 일곱 아들을 낳고 기르는 과정, 다시 부모를 만나러 가는 과정 동안 부모에 대한 원망이 옅어졌으리라고 본다. 그만큼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인듯...

-구전된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니 이런 일들이 흔했나보다~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적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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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2기 정은미 | 작성시간 26.06.14 다른 동화나 그림책에 나온 바리데기 이야기보다 개인적으로 이책이 가장 좋았어요. 이런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는 것도 너무 놀라웠고. 여성영웅신화로 본 내 입장에서 이책이 가장 신화의 원형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 답댓글 작성자7기 장재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이 이야긴 무가쪽에서 전승되어온 것이다보니 일반 구전과는 다르게 스토리도 탄탄하고 완성된 형태로 전승되어왔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언니가 느낀대로 신화의 원형에 가까운거죠~ 그림책은 사실 아이들 대상이다보니 원형을 옮기기엔 무가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시킬 수 없어서 효사상으로 귀결되는것 같아요.. 언젠가는 무가사상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작가가 나오겠지요..기대^^
  • 작성자5기 김경은 | 작성시간 26.06.17 심란해서 위로받으려고 들어왔다가...여러분의 일기장 훔쳐본 느낌...내가 여기 있었어야되는데....나도 바리데기 시절 얘기하고 이런 깊은 감상 나누고 싶다 ㅠㅠㅠ 잘 보고 갑니다요!!!!
  • 답댓글 작성자7기 장재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왜 심란해요...나도 한참 심란하긴 한데..ㅠㅠ 만나서 회포함 풉시다!!! 경은님이 울 토론에 있었으면 아주 또 기가 막혔을텐데..아쉽긴 마찬가지요~~~
  • 작성자5기 김경은 | 작성시간 26.06.17 한참 심란 ㅎㅎㅎ 이와중에 웃겨주기까지..내가 가면 진짜 깊어서 우물파지 또 ㅎ 주차방법 찾아서 곧 만나러 가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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