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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의 존엄한 삶 (통찰남의 상담 정독하면 잼납니다.)

작성자맹구스|작성시간26.06.23|조회수88 목록 댓글 2

[인터뷰] 아빠들의 헛된 상상과 존엄한 삶


통찰남
: 자, 반갑습니다. 오늘 아주 묵직한 사연이 하나 들어왔네요. 서른 중반에 토끼 같은 자식 둘 키우는 아빠인데, 10년 하던 사업 엎어지고 새로 기술 배우려다가 악덕 사장 만나서 때려치웠다. 그래서 지금 소득이 ‘제로’다. 밤마다 불안해서 미치겠다… 뭐 이런 사연입니다.

일단, 사연자분 나오셨는데… 절대 쫄지 마세요. 그 나이에 새로운 거 시작하는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십 후반에 대기업 잘려서 길거리 나앉는 양반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그래요. 타이밍 아주 좋아. 결단 잘 내린 겁니다.

 


사연자
: 아… 예, 감사합니다. 사실 전기차 정비를 새로 배우려고 5개월 교육 과정을 잡아놨는데… 수료해도 첫 월급이 250에서 300만 원 정도더라고요. 냉정하게 4인 가족 먹고살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내한테는 애들만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최소 400은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일 숨이 막힙니다.

 


통찰남
: (허허 웃으며) 거 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게 바로 대한민국 가장들의 치명적인 착각이자 오버페이스예요. 잘 들어요. 돈이라는 건 인간이 백 퍼센트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내가 회사 들어가서 얼마 받겠다, 이건 통제가 되지. 근데 ‘우리 가족을 완벽하게 보호하려면 무조건 매달 플러스알파로 얼마가 더 필요해!’ 이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영역이거든? 통제도 안 되는 숫자에 스스로 목을 매니까 당연히 숨이 막히지.

더 심각한 건 뭔지 압니까? 본인의 그 쥐어짜는 불안감이 고스란히 자식들한테 전염된다는 거야. 애들은요, 부모 영혼의 센서를 기가 막히게 캐치하는 초능력이 있어요. 가족을 지키겠다는 그 과도한 책임감과 헛된 욕심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식들을 매일 불안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있는 거라고. 본인만 몰라, 본인만.

 


사연자
: 하지만… 남들만큼 풍족하게 지원해 주지 못한다는 결핍감이나, 가장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통찰남
: 그놈의 남들 타령! 월급 오십만 원 더 많고 적고는 인생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짜 무서운 차이는 ‘아빠의 태도’에서 나오는 거야. 맨날 600, 700 벌면서도 대치동, 강남에서 불안해 미쳐버리는 집구석이 천지에 널렸어요.

돈이 많지 않아도 아빠가 매일 당당하게 일 나가는 꼴을 보여주는 게 자식한테는 최고의 교육입니다. 자식들은 아빠의 통장 잔고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야, 우리 집 돈 별로 없다. 근데 아빠가 결단 내려서 성실하게 기술 배우고 일하니까 우리 굶을 걱정은 없잖아? 우리 집 이만하면 괜찮은 집이야!" 이렇게 아빠가 중심을 딱 잡고 당당해져야 애들이 그늘 없이 밝게 크는 겁니다.

 


사연자
: 제가 완벽한 가장, 행복한 가정이라는 고정관념에 너무 갇혀 있었던 걸까요?

 


통찰남
: 정답! 완전 갇혀 있었지. 온기종기 모여서 토끼 같은 자식들과 영원히 평화로운 가정? 미안한데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TV 광고 속 자본주의가 만든 판타지, 허상이야.

진짜 인생은 원래 흔들리는 배 같아요. 어떨 때는 배가 난파돼서 마누라가 나가서 돈 벌고 남편이 집에서 뻗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애들이 중2병 걸려서 담배 피우고 가출해서 속을 홀라당 뒤집어 놓을 수도 있는 거야. 나도 아플 수 있고 마누라도 아플 수 있지. 내가 만든 기준이 너무 끈질기고 단단하면요, 현실이 조금만 삐끗해도 세상 전체를 원망하게 돼요. 인생은 원래 '불확실성' 그 자체라는 걸 쿨하게 인정해야 편해집니다.

 


사연자
: 주변 친구들은 다 자리 잡고 떵떵거리는데, 저만 마이너스 통장 쓰면서 부모님 도움받는 이 상황이 솔직히 창피하기도 합니다.

 


통찰남
: 친구들이 잘 살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꼴 보기 싫으면 당분간 만나지 마요. 내 얘기 하나 해줄까? 나도 내 주변 친구들 중에 제일 좁은 집에서 월세 내고 살아요. 내 차는 범퍼 앞니가 빠져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봐. 그래도 난 집에 손님들 무조건 초대합니다. "야, 집이 좁으니까 애들이 한눈에 다 보여서 청소하기 짱 편해!" 이러고 농담 따먹기 하면서 살아요. 내가 당당하면 남들이 개소리를 하든 말든 아무 상관없는 거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인이 지금 겪는 그 '부끄럽고 결핍된 시간'이 나중에 엄청난 자양분이 될 겁니다. 만약 아빠가 20대부터 흠 하나 없이 자수성가해서 성공만 하잖아? 십중팔구 나중에 꼰대 됩니다. 자식이 나중에 좀 부족하거나 힘들어하는 배우자 데려오면 인간 취급도 안 할 걸? 근데 아빠가 지금 이 바닥을 굴러보면, 나중에 자식들이 흔들릴 때 "야, 괜찮아. 아빠도 네 나이 때 돈 못 벌고 찌질했어. 마음만 올바르면 같이 땀 흘려 살면 돼" 하고 품어줄 수 있는 아주 쿨하고 넓은 인간이 되는 거라고. 이거 엄청난 자산이에요.

 


사연자
: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5개월 동안 이 악물고 교육 수료해서, 다시 떳떳하게 돈 벌기 시작할 때 당당한 가장으로 고개를 들겠습니다.

 


통찰남
: 에이, 마지막에 또 헛소리하네. 왜 당당함을 5개월 뒤로 미룹니까? 돈을 벌어야 당당해진다는 거, 그거 지독한 노예근성이에요. 당당함은 ‘지금 당장’ 선언하는 거야.

비록 지금 마이너스 통장 쓰고 소득이 없어도, "야, 내가 지금은 새로운 기술 트레이닝 기간이라 돈을 못 벌어서 미안하다! 대신 내가 집안일 청소, 빨래 마스터하고 애들 확실하게 케어할게!" 하고 내 자리에서 롤(Role) 책임을 다하면 그게 가장 당당한 아빠인 겁니다. 인생,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거예요. 쫄지 말고, 지금 당장 어깨 펴고 당당하게 기술 배우러 가세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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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해인재인강인》아빠 | 작성시간 26.06.23 사람 잘 안바뀜.. 머리는 이해를 하는데 몸이 잘 안움직여줌..
    괴롭게 성격개조 하니라 또다른 고민을 추가하지 말고
    타고난 데로 걱정하며 사는것도 괜찮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듦.
  • 작성자아알못 | 작성시간 26.06.24 new 사무직일을 내려놓고 육체적인 일 구직하고 있는 제 상황같아요. 그나마도 안 될 고스펙이고 사무직만 있는 경력이래요. 열심히 살고 픈데 그게 안되서 에너지풀곳 못 찾고 하루 루틴이 없어지면 그만큼 답답한 인생이 없어요. 경험상 집에 손님초대도 안하는게 좋다고 느껴요. 만약 합격하면 6시에는 일어나야는데 집에서 칩거하다가 그게 잘 될지도 걱정입니다. 단지 자식앞에서 성실한 모습 보이는거, 모범을 보이는거는 중요한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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