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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시대 동인 소식

<박상은 원장을 떠나보내며> ⑥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11.17|조회수75 목록 댓글 3

<박상은 원장을 떠나보내며> ⑥

엔딩플래너는 사랑으로의 탄생을 돕는 산파(産婆)다. 장례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편의의 제공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떠남을 주관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함께한다. 고인과 남은 유가족을 사랑의 기억으로 묶어준다.
엔딩플래너는 정겨운 길벗이자 상담자가 된다. 때로 인생코치가 되어 최고의 인생을 살도록 돕는다.
엔딩 플래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는 특권을 누린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의 유일한 관객이 된다.
엔딩플래너와 임종감독으로서 내가 지켜본 명장면 4제를 뽑아보았다.

#. 유골함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조문객들.
마지막 작별의식은 영정사진과 유골함 앞에서 인사를 나누는 일이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유골함을 붙잡고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상은원장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었을 것이다. 유골함을 두 손으로 부둥켜안는 순간 그들은 다짐하고 다짐했을 것이다.
“나도 걸으신 그 길 따라 걷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다시 천국에서 만나요.”

#. 길고 긴 조문행렬
누구도 자리를 먼저 뜨는 이는 없었다. 안치예배 장소를 벗어나 안치할 장소를 향했다. 조문행렬은 ‘I Love Family’ 조각품을 끼고 돌았다. 이어 입구의 ‘송영의 추모탑’을 지나 안치장소에 이르렀다.
마치 출애굽하는 백성들의 하늘나라를 향한 행진만 같았다.

#. 쌍둥이 형제의 마지막 작별
박상은 원장은 쌍둥이로 태어났다. 박상진(한동대 석좌교수)가 그 짝이다. 허토를 할 때 그의 손이 한 없이 떨렸다. 놓지를 못해서였을까?
그의 조가가 가슴을 울렸다.
<쌍둥이의 조가(弔歌)>

우리는
그 조그마한 어두운 방에 함께 있었지.
어머니의 숨소리만 들리고
심장박동으로 흔들림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있었지.
탯줄을 통해 공급되는 어머니의 사랑을
우리는 함께 먹으며 자라갔지.
그러던 1958년의 어느 날.
우리는 응아하며 이 세상에 태어났고
주어진 이름, 은혜와 진리, 상은, 상진.

우리는 재(在)자 돌림의 형제들 속에서
상(相)자 돌림의 이름이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림 받았지만
서로 상(相),
서로에게 은혜가 되고, 서로 진리를 말하자고 다짐했지.
은혜는 의사가 되고, 진리는 교수가 되어
각기 의료와 교육의 터에서 소명의 삶을 살았지
쌍둥이라서 같지만 다른,
독특한 마이웨이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야.
베트남 다낭에서 들려 온 소식.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래서는 안되. 그렇지 않을 거야.
바람 빠진 풍선처럼 텅빈 내 삶의 반쪽에는
그날따라 시베리아 찬바람이 스며든다.
말이라도 해야지. 문자라도 남겨야지.
쌍둥이 반쪽을 그렇게 남겨두고 너 홀로 가면 되니?

그러나 누가 그분의 부르심을 막을 수 있으랴.
이 세상의 사명을 다하였기에
참된 안식에 초대되어 마감한 순례자의 길
의료선교, 생명사랑의 인생, 65년
영원한 나라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앞서간 믿음의 동지들과의 가슴벅찬 포옹

그래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어.
사람들은 우리를 그냥 형제라고 이촌 간이라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영촌.
서로 보이지 않지만 보이잖아.
서로 들리지 않지만 들리잖아.
우리는 여전히 쌍둥이.
영으로 함께 있는 쌍둥이.
지금까지 쌍둥이로 살아 온 평생처럼,
찬란한 그날 그곳에서 만나게 될
영원한 쌍둥이, 은혜와 진리.

#. 마지막 엔딩
가족들은 장갑을 벗은 채 맨손으로 허토를 했다. 우리도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엔딩은 Ending이 아닌 Anding이었다.

※ 마지막 사진은 다낭에서 사고 전날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딸 수정이가 생일 선물로 사 드린 티셔츠였다. 가방에 즐겨 입던 옷이 여벌 옷이 많았는데 골라서 입혀드린 수의가 바로 이 티셔츠였다고 한다.
이혜경권사는 말했다.“천국 가는 길이 맑은 하늘 구름처럼 푸른 바다처럼 저 하늘색 옷을 입고 행복했겠지요.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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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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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스티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17 강승철: 그립습니다.
  • 작성자스티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17 김성인: 쌍둥이 박상진교수의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마지막 사진처럼 천국의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 작성자스티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1.17 송길원: 이름을 지어주신 그대로 상은(의사) 상진(교수) 이 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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