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롤리롤
이전글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LxCT/323249?svc=cafeapp
4. 법원 단계
쨘. 이제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2023고단000
2023은 년도인건 알겠는데 고단은 뭐고 고합은 뭔지, 사건번호에 어떤 뜻이 있는지 궁금하지?
우리나라 재판은 3심제라고 다들 배웠잖아. 혹시나 있을 오판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오도록 하기위해서. 1심2심3심 사건번호는 각각 고->노->도 순이야. 1심은 전부 '고'로 시작되고, 범죄의 죄질에 따라 나머지가 결정돼
고정 : 경범죄/ 구약식 벌금으로 끝났는데 피고인(또는 판사)이 결과에 의문을 품고 정식재판을 요구했을 경우
고단 : 중범죄/ 판사가 한명인 단독재판부/ 실형 1년 이하
고합 : 중대범죄/ 판사가 세명인 합의재판부/ 실형 1년 이상
내 사건이 징역 1년 이하짜린지, 아니면 1년 이상짜린지 사건번호만 보고 알 수 있어
강재추행은 대부분 고단이야. 근데 여기서 강추 말고도 카촬이라든지 상해라든지 협박이라든지 다른 여죄가 더 있거나, 아니면 강제추행인데 친족 간 강제추행이거나 그러면 고합이 되는거지
법원 사건번호 부여받으면 일단 "대한민국 법원" 어플 설치하는게 좋아. 이거 편해. 여기서 내 사건번호 검색하면 사건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피고인은 어떤 서류를 제출했는지 알 수 있거든
보이지? 나(&검사)랑 가해자가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내가 중간중간 엄벌탄원서 낸 것도 전부 기록되어있고
4-1. 첫공판
재판 모니터링을 요청하자
첫공판이 시작됐어. 0월 0일에 열린대. 직접 참석해서 내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가해자와 마주치는게 무섭다, 법원이 굉장히 멀다 등 이유로 공판 참석이 여의치 않을수도 있어. 괜찮아 직접 안가도 돼. 첫공판은 비교적 엄청 빨리 끝나. 5분 내외정도. 피고인의 인적사항, 공소사실 확인여부만 묻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없어. 이때 사용하는 게 재판 모니터링 제도야
피해자는 직접 참석하지 말고 대신 다른사람을 보내면 돼. 피해자를 도와주는 기관들이 엄청 많거든. 해바라기 센터, 스마일센터, 여성의전화 등등... 각 센터에선 재판 모니터링 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재판 모니터링을 요청하먼 공판때 센터직원이 대신 출석해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정리해서 보내줘. 그러니깐 공판을 앞두고 있으면 모니터링 제도를 꼭 요청드리자!
4-2. 두번째공판, 그리고 증인신문
공판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중요한 날이야
첫 공판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 검사가 구형을 하고 그대로 종결되겠지만
부인하는 경우엔 증인신문이 열리게 돼.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판사님 앞에서 상세히 설명하는 거야. 나도 가해자가 무죄를 주장했기에 증인으로 소환돼서 증인신문 가야만 했어
정말 중요해. 피해자의 증언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거야.
증인신문 전에 해야 할 것
피고인이 뭐라고 주장하는 지 알아야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잖아. 일단 법원에 열람복사 신청부터 하자
법원 가면 신청서 있어. 양식도 있고. 보고 적으면 돼
복사할 부분에 잘 몰라서 기록물 일체 라고 적는 사람들 많은데 그렇게 적으면 안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허가될 확률이 더 높아. 구체적으로
고소장
피해자 진술조서
피의자 신문조서
참고인 진술조서 (참고인이 있다면)
경찰수사보고서
송치결정서
공소장
피고인 의견서
피고인 변호인 의견서 (변호인이 있다면)
공판조서
등 본인이 열람하고 싶은 기록물을 적고, 인지대 500원 붙여서 제출하면돼. 허가되면 오른쪽 상단에 '허' 란에 도장 찍어 줄거야.
허/불허는 재판부 재량이야. 근데 대부분 90% 이상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이유로 불허돼. (그래서 경찰송치되면 경찰한테 물어보라고 한 거야) 그래도 밑져봐야 본전이니깐 신청하는게 좋아. 내가 그 10% 에 해당될 수도 있잖아
여기서 또 많이 나오는질문
Q. 재판기록을 열람하고 싶어. 근데 내 사건 관할법원은 서울법원인데 현재 내 거주지는 부산이야 어떡해?
A. 해당 관할 법원에서만 신청서 제출하고 받아볼 수 있어.
직접 방문제출이 원칙이나 요즘은 신청서는 우편이나 팩스로 받는 법원도 꽤 있어. 관할법원에 먼저 신청서 팩스로 보내도 되는지 물어봐.
대신 허가 떨어지면 기록물 열람 및 복사는 관할 법원에서 해야 해 팩스 안돼. 이럴 경우엔 서울까지 직접 가거나 서울 법원 근처 법무사한테 위임장 쓰고 대신 복사해서 보내달라고 하더라. 국선이든 사선이든 선임된 변호사가 서울 변호사면 변호사한테 부탁해도 되고.
++
이거 법원 바이 법원으로 원거리 등사 허가되는 곳도 있대. 관할법원에 한번 물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
자료 복기
피고인이 뭐라고 주장하는지 열람복사로 피고인 의견서를 확보했다면 가장 베스트야. 하지만 그거 확보 못했더라도 괜찮아. 내가 경찰조사때 작성한 고소장과 진술조서는 미리 확보가 됐잖아(정보공개청구)
그래서 경찰조사 끝나고 미리 진술서 정보공개청구해서 확보해놓으란거였어. 공판이 시작되면 모든 자료는 법원으로 가. 이젠 겅찰에 요청하는게 아니라 법원에 열람복사신청을 해야 하는데, 진짜 간혹 내 진술조서도 열람을 불허하는 또라이같은 판사들이 있어. 이러면 증인신문 준비하기 진짜 난감해져. 그래서 미리미리 확보해두란 거였어.
여튼 이걸 토대로 증인신문을 준비하는거야
첫번째로 내 진술조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며 당시 상황에 대해 복기를 하고,
시간이 나면 내 진술조서에 공백이 있는 부분, 공격이 들어올만한 부분을 파악하고 미리 예상질문과 답변을 만들어서 보고 연습하면 좋아.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자
다들 알겠지만 가장 중요해. 증인신문은 사실 이거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야. 변호사는 이걸 깨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할거고, 증인은 이걸 방어해야 하는거지
드디어 두번째 공판일,
법원에 출석하면 재판장 풍경은 이런 형태야
증인신문 전 피해자는 미리 가해자를 퇴정시키거나 가림막 설치 등을 요구할 수 있고
많이 떨리면 직접 대면 않고 화상으로 할 수도 있어
(근데 이건 추천은 안하더라. 미성년자라면 몰라도 성인이면 직접 판사, 변호사 보면서 증언하는 게 좋대)
또 신뢰관계인 동석이라고 변호사나 부모님, 상담센터 직원 등과 법원에 함께 갈 수 있어. 그분들은 증인 우측 뒤에 착석해. 하지만 그분들은 발언권이 없어. 발언은 오직 증인만 할 수 있어.
순서는
선서-> 검사 신문-> 피고인 변호사측 신문(반대신문)
으로 진행돼. 판사는 중간중간 아무때나 질문할 수 있고
검사는 내편이니깐 걱정하지 마. 곤란한 질문 안하셔. 그냥 엄벌탄원서 등 제출한 자료 있으면 해당 기록물 본인이 쓴거 맞나, 또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정도로 물어봐
문제는 피고인 변호사가 하는 반대신문이지
떨리겠지만 너무 걱정 안해도 돼. 변호사들도 생각하는 거 다 거기서 거기야. 막 남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허를 찌를 만한 질문 이런 건 안나오더라. 그냥 변호사 질문 잘 듣고 맞는건 맞다. 아닌건 아니다. 기억이 안나는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답하면 돼
*증인신문시 유의할 점*
대답은 간단하게 하자
변호사: 추행이 발생하고 다음날, 증인은 어디에 있었나요?
증인:
- 그날 약속이 없어서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배달 시켜먹었어요(X)
- 집에 있었어요 (O)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상대방에게 주게 되면, 상대방은 그 정보를 기초로 해서 증인이 거짓말을 하는 중인지 아닌지 검증하려고 시도해. 단답형 질문은 예/아니요로만 답변하고, 개방형 질문이어도 그냥 간단하게 대답하는 게 좋아
또 변호사들 특징이 실제 있었던 사실과 없던 거짓을 섞어서 교묘하게 질문을 해
변호사: 피고인이 물을 갖다주며 엉덩이를 만졌죠?
여기서 물을 갖다줬다는 사실은 없고 엉덩이를 만졌다는 사실만 있을 경우
증인: 정확하게 물을 갖다주진 않았으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은 있어요. 라고 답해야 해
증인이 본인이 의도한 로드맵으로 이끌려오지 않을 겅우, 변호사는 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하고 또 해
변호사: 피고인이 침대에 넘어진 사실이 있습니까?
증인: 피고인은 넘어지지 않았어요.
변호사: 피고인이 침대로 넘어졌을 때 증인은 뭘 하고 있었나요?
증인: ...
변호사는 증인한테 피고인이 침대로 넘어졌다 라는 대답이 듣고 싶은거야. 이 대답을 얻어내려고 말의 앞뒤를 바꾸며 계속 질문을 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답 잘해야 해.
증인신문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야. 때문에 증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선 안돼
변호사: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증인: 제 생각을 물어보시는 건가요?
이와같은 질문이 나오면 원칙적으로는 판사가 제지를 해야해. 근데 혹시 제지하지 않는다면 "제 생각을 물어보시는 건가요?" 라고 되물어봐. 그럼 변호인도 그 질문이 잘못된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거야
증인에 대한 2차가해, 증인의 생각 물어보기, 물었던 질문 계속해서 묻고 또 묻기
전부 법정에서 해선 안되는 내용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않아. 변호사는 어떻게든 증인의 멘탈을 터트려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가려고 해. 증인이 당황하고 멘탈이 무너지면 횡설수설할거라고 생각하나봐. 때문에 멍청한 변호사들은 서스럼없이 2차가해발언도 하지. 대부분은 판사에게 제지받지만, 제지받지 않을 경우 제지를 요청해야 해
증인신문을 마치고
증인신문이 끝난 뒤엔 다시 한번 열람복사신청을 하자. 복사할 부분에 피해자신문조서 라고 작성하고 다시한번 열람복사신청서 제출해. 이게 뭐냐면 피해자가 그날 증인으로 출석해서 신문한 내용을 전부 기록한 문서야. 판사님이 직접 들으셨다지만 워낙 처리하는 사건수가 많가 때문에 그거 일일이 기억 못하셔. 재판장님은 당시 증언을 기록한 속기록을 보고 판단하시거든. 그러니깐 그거 열람신청해서 혹시나 잘못 기록되어있는게 있으면 정정해야해. (물론 이것도 허가 안날수도 있어)
또 증인신문을 마치고 나면 변호사 질문에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말, 판사님께 미처 하지 못했던 말, 판사님께 하고 싶은 말 등등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이 생길거야. 떨려서 말도 잘 못한 피해자들 많을거야. 괜찮아. 증인신문은 어디까지나 뼈대를 잡는 거고, 이제 거기에 의견서로 살을 덧붙이면 돼. 살을 덧붙이면서 판사님께 하고 싶은 말 전부 다 적어. 전부 다 적어서 의견서 또는 엄벌탄원서 형식으로 보내면 돼
모든 자료는 선고기일 2주전, 늦어도 열흘 전까진 보내야해. 그래야 판사님이 보고 판결에 참고를 할 수가 있어. 판사님들 당일까지 선고 고민하는 거 아니고 대부분 판결문은 일찍 써 놓으셔. 너무 늦게 보내면 이미 판결문 다 써놔서 보내봤자 소용없으니깐 미리미리 보내자
4-3. 구형
증인신문까지 다 끝났어.
검사가 바로 구형을 내릴 수도 있고, 다툴 쟁점이 있으면 공판을 더 할 수도 있어. 공판이 길어지면 사건이 복잡하고 치열하단 뜻이야. 알아서 하라지. 증인신문이 끝났으면 이제 피해자는 더이상 법원에 가지 않아도 돼. 신경끄고 피해회복에만 집중하자. 아니면 재판모니터링을 통해 무슨 내용이 오갔는지 간단하게 체크하면서 엄벌탄원서 계속 보내도 되고
다만 결심공판일에 검사가 구형 몇년 하는 지 구형은 알아둘 필요가 있어. 왜냐면 실제 선고는 구형의 반 정도 나오거든. 검사가 5년 구형했으면, 선고일에 선고는 2년 6개월 정도 나와. 여기서 합의 유무/반성유무/공탁유무에 따라 형이 가감돼
구형 1년 : 실형 확률 미미
구형 2년: 단기실형 가능성 있음/합의유뮤, 반성유무, 공탁유무에 따라 형이 확정됨
구형 3년이상: 실형 가능성 높음
물론 구형 5년 나왔는데 집유를 선고한다거나, 아니면 구형보다 더 높게 선고하는 경우도 정말 가끔 있어. 흔하진 않아. 그냥 일반적으로 구형의 반 정도 생각하면 된다는 거야
참고로 내 사건은 구형 2년이었어. 징역 6월 선고됐고
여담이지만 선고시각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갖고도 형량 예측 많이들 하더라
오전엔 죄질이 가볍고 벌금~집유 사건이 많이 배정되는 반면
오후엔 죄질이 무겁고 집유~실형이 많이 선고된다고 해.
신빙성은 없어. 근데 간절하니깐 이런 지라시도 다 찾아보게되더라고. 그냥 참고용, 재미용으로만 봐
선고 일주일 전부터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은 쓰고 있어야 해. 왜냐면 이때부터 가해자가 공탁할 확률이 높아지거든. 기습공탁에 대비해야해.
피해자가 합의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경우, 가해자가 법원에 난 합의에 이만큼 힘썼다 라는 의미로 일정 금액을 공탁할 수 있어. 이거 양형 사유에 들어가. 피해자가 합의 안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법원에 돈을 맡겨 버리면 감형받는다는 거야. 피해자가 미처 대응하지 못하도록 선고기일 코앞에 두고 공탁하는 거지. 제일 악질이야.
피해자에게 알람문자가 오긴 하는데, 법원 직원 바쁘면 문자 늦게 발송돼. 안그래도 기습공탁인데 문자 늦게 확인하면 진짜 손 쓸수가 없어. 대법원 나의사건검색하면서 가해자가 공탁했는지 안했는지 꾸준히 조회해봐야해.
그렇게 조회하다 상대방이 공탁한게 확인되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해. 공탁회수동의서 & 엄벌탄원서를 작성하자. 쉽게 말해 돈 안받는다는 서류야.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탁은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만 한다. 가해자의 공탁금은 받을 생각이 없으며 피해회복은 민사로 하겠다는 취지의 회수동의서랑 엄벌탄원서 작성해서 제출해.
4-5. 선고
선고
뜨거운 눈물 😭
선고 후 7일동안 양측 항소가 없을시 1심의 형은 확정되며 사건은 종결돼
이렇게 종결됐으면 좋겠지만.... 유죄받은 피고인은 항소해. 특히 1심에서 실형받고 법정구속된 항소인은 항소해. 무조건 해. 이땐 검사실에 전화해서 감사인사 드리면서 맞항소 부탁드려봐
피고인 혼자 항소했을 경우엔 형이 내려치기~기각
검사 혼자 항소했을 경우엔 기각~올려치기
피고인 검사 쌍방항소일 경우엔 내려치기~올려치기
되거든. 보통은 기각된다지만 혹시나 피고인 혼자 항소하면 형이 내려치기 될 수도 있다는 위험에 떨어야 하잖아. 그래서 그냥 쌍방항소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야. 부탁드리면 웬만하면 해주시더라. 피해자가 요청 안해도 본인 판단으로 항소하시는 검사님도 계시고. 선고결과가 너무 낮다 판단되면 하시겠지?
5. 항소, 그리고 종결
이제 사건번호는 고-> 노로 바껴. 2023노0000 이렇게.
담당검사도 바뀌고 재판장도 바뀌지. 이제 재판담당부도 합의부야. 1심에서 단독부(고단)로 진행됐더라도 2심은 무조건 합의부야. 피고인은 3명의 판사님을 마주해야 하지.
지금까지 달려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푹 쉬어. 항소심은 1심처럼 열심히 준비 안해도 돼.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항소심에서 형이 바뀔 확률은 극히 드물어. 방청가보면 알겠지만 거의 다 기각이거든. 혹시나 엄벌탄원서 쓰고 싶으면 써서 보내도 좋고. 그것 이외엔 별로 할 거 없어
6.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Q. 국선변호사를 선임할지 사선변호사를 선임할지 고민돼
A. 난 국선이었어. 어차피 국선이든 사선이든 본인이 열심히 뛰어다녀야해. 변호사는 그냥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이고, 본인이 얼마나 사건에 진심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가해자의 형량이 바뀌어. 난 그렇게 생각해. 국선이고 사선이고 별로 안중요한것 같아
Q. 합의의향은 있는데, 합의금을 얼마 요구해야 할 지 모르겠어
A. 합의금에 정해진 액수는 없어. 피해자는 자기가 피해입은 만큼 요구할 권리가 있어. 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합의하는 그 선이라는 건 있고, 강제추행의 경우 수위에 따라 1000~3000사이에서 많이들 하는 것 같더라.
근데 진짜 말하지만 합의금에 정해진 액수는 없어. 피해자가 부르는 게 곧 시세고 적당선이야. 그러니깐 눈치보지 말어. 내가 이만큼 요구하면 혹시 나를 꽃뱀으로 보지 않을까? 합의금헌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 안해도 돼 정말로
Q. 증인신문때 내 진술조서를 보면서 대답하거나, 아니면 미리 적어둔 종이 보면서 대답할 수 있어?
A. 아니, 그렇게 못해
Q. 증인신문을 앞두고 당시 작성했던 진술조서를 다시 읽어봤는데 내 기억과 달라. 어떡하지?
A. 제일 난감해. 이건 변호사마다 의견이 다르더라.
내 담당 변호사는 관련해서 질문이 들어오면 그냥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그랬어. 진술조서에는 ○○하게 쓰여 있으나 실제 사실은 □□이다라고. 왜냐면 나는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계속 ○○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이 엉킬 수밖에 없대
근데 다른 변호사님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진술조서에 있는 그대로 답변하라고 하시더라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퇴색될 수밖에 없고, 본인이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고. 사건이 일어나고 가장 먼저 작성한 진술조서가 맞다고. 또 그게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에도 좋다고
Q. 증인신문 안가면 안돼?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가기싫어
A. 절대 안돼. 무조건 가야해
이건 내 가해자 담당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야. 부동의 내역 보이지? 무죄를 주장하는 가해자들은 졸렬하지만 이런 식으로 증거인부를 부동의해. 경찰조사때 피해자가 여러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가해자가 부동의하면 판사는 해당 기록물에 대해 열람할 수 없어. 전부 리셋이 되는거야.
검사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잖아? 이새끼가 범인이라는 증거 다 모아놨는데 판사가 그걸 볼 수가 없다니... 그럴때 검사가 증인요청을 하는거야.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해당 기록물들이 내가 제출한 거 맞다 증언해줘야지만 가해자가 부동의 한 증거물들이 판사에게 제출이 돼. 피해자가 증인신문을 가지 않으면 해당 자료를 판사는 볼 수가 없고, 때문에 무죄로 끝날 확률이 굉장히 높아. 증인출석요구를 받았으면 반드시 출석해야해 그래서
Q. 상대방 무죄 받아도 상관없어. 그냥 다 잊어버리고 싶어. 증인신문 안가도 돼?
A.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증인소환 거부시엔 무죄로 끝나는게 문제가 아니라 증인신청된 피해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돼. 그러니깐 꼭 가자.
Q. 증인이 2인 이상일 경우엔 어떤 식으로 진행돼?
A. 증인을 각각 다른 날 신문할 수도 있고, 둘을 한번에 부를 수도 있어. 하지만 둘이 같이 법원에 등원했더라도 증인신문은 따로 해.
Q. 배상명령제도가 뭐야? 배상명령신청하라는 문자가 왔어
A. 잘못을 저지른 상대방이 감옥에 가고 국가에 벌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본인이 받은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 보상받는 것도 중요하잖아. 합의는 하기 싫은데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받고 싶어. 민사소송하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들어서 망설여져.
그럴 때 신청하는 게 배상명령제도야.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위자료을 신청하는거지. 근데 성범죄는 대부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잖아. 위자료 산정의 자료도 부족하고 해서 배상명령신청이 적절하지 않아. 배상명령제도로는 내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 좀 번거롭지만 민사소송 하는 게 나아
Q. 가해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법정구속되지 않았어. 이거 뭐야?
A. 의외로 많아. 사실 1심때 바로 법정구속되는 케이스보다 아닌 케이스가 더 많아. 가해자는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가해자 피해자 둘 다 합의의사도 있는데, 다만 금액적인 부분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구속은 안시켜. 피해자랑 합의하고 오라 이거지. 가해자는 이제 정말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야. 구속을 면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피해자와 합의해야 해. 2심이 종결될 때까지 합의못한 상황이면 그땐 그냥 빼박 구속이고
내가 전하고 싶은 정보는 여기까지야
분량이 많아서 2편에 걸쳐 나눠 적었어.
가해자는 감형을 위해 정말 눈물겹도록 몸부림쳐. 고리짝 시절 고등학교 생기부까지 싹싹 긁어다 양형자료로 제출해. 나 가난하다 나 정신병있다 나 고등학교때 개근했다 나 헌혈 열심히 하고있다 등등 개소리 지껄이며 불쌍한 척이란 척은 다 하지. 피해자가 아무 말 하지 않으면 판사는 가해자의 이야기만 듣고 선고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가 가만히 있으면 가해자는 감형받아. 피해자는 가해자가 감형을 받아선 안되는 이유에 대해 계속해서 어필해야해. 그래야 제대로 된 선고를 받아낼 수 있어
이 글을 보고 피해자가 저렇게까지 해야한다고?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여시들도 있을거야. 이렇게 불꽃대응 안해도 돼. 내 방식이 무조건 정답은 아냐. 그냥 고소하고 신경 끄고 잊어버리고 살아도 돼.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서 그냥 잊어버리고 싶을수도 있어. 충분히 이해해. 피해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옳아.
다만 가해자가 엄벌에 처해졌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 노력할 의지도 충만한데, 단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그런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썼어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날이 올 수 있길,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꽃길만 걷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