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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컴접근금지][비밀 독서단]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작성자비밀 독서단|작성시간16.10.29|조회수1,460 목록 댓글 20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비밀 독서단
































그들의 울음과 비명을 극화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울음과 비명이 아닌, 극화 자체가 더 중요해질 테니까



삶 대신 문학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릴 테니까. 이 일이 워낙 그렇다


"문학보다 앞서는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스스로 형식을 파괴한 거란 말이에요"



우리 감방에 쇠창살이 쳐진 작은 창이 하나 있었어. 창밖을 보려면 누가 들어올려줘야 가능했지. 그래봐야 보이는 거라곤 하늘은커녕 감방 지붕, 그것도 한쪽 귀퉁이가 고작이었지만. 게다가 우리는 서로 누구를 들어올려주고 말고 할 힘도 없었어. 우리 중에 낙하산병인 아냐라는 어린 아가씨가 있었어. 비행기로 후방 직전에 투입됐다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됐지. 아냐가 속한 낙하산 그룹 전체가 놈들의 매복에 걸렸거든. 그런데 아냐가 죽도록 매질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갑자기 사정을 하는 거야.


'나를 좀 들어올려줘요. 밖을 보고 싶어요. 나가고 싶어!' 아냐의 바람은 '나가고 싶다' 그게 다였어. 우리가 다 같이 힘을 모아 아냐를 들어올리자 아냐가 소리쳤어.

'저기 꽃이 피었어요…….' 그러자 너도나도 창밖을 보겠다며 아우성이었어. '나도……''나도……' 그리고 다들 어디서 힘이 났는지 돌아가며 서로를 들어올렸지. 보다가 정말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 있더라고. 어떻게 지붕까지 날아와 꽃을 피웠는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지. 모두 그 민들레를 보며 앞날을 점쳤어.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 '과연 아냐가 이 지옥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를 점쳤지 않았나 싶어.








"이백여 명의 여성들이 내 귓가에 이 모든 이야기를 직접 증언하는 것 같은…

그건 정말 희귀한 경험이었거든요?"









"그들이 증언을 주저하는 마음, 그 안 행간에 있는 아픔들을 이걸로 표현한 게 아닌가"








글쎄, 고대 그리스…… 그리고 스파르타의 역사에서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을 예로 든다면……  


"남자들의 그런, 호탕한 이야기? 좀 허풍스러운 이야기? 

영웅심리, 죽음 … 이런 식으로 포장해왔던 남자들의 영웅담이었는데


자신은 그런 게 궁금하지 않다는 거예요"




「나는 그 당시 사람들이 집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고, 또 어떻게 나눴는지 알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전쟁터에 나갔을지 궁금하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마지막날, 마지막 밤에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어떻게 전사들을 전쟁터로 떠나보냈을까. 또 어떻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을까…… 영웅도 장군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내 전공은…… 그렇니까 내 전공은 남자 머리를 깎는 일이었어……아가씨가 왔는데……어떻게 잘라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머리가 구불구불한 게, 정말 탐스럽더라고. 지휘관이 막사로 들어왔어

'남자 머리'처럼 이발해.

-하지만 아가씨인데요.

아니지. 아가씨가 아니라 군인이지. 아가씨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 하면 돼.

하지만 매한가지였어…… 아무리 짧게 이발을 해도…… 머리는 금세 다시 자랐어. 나는 밤마다 어린 소녀병사들의 머리를 구불구불하게 말아줬어.  파마용 클립 대신 솔방울을 써서…… 전나무에 떨어진 마른 솔방울들로…… 비록 앞머리만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주고 싶더라고……」











<군인이 필요하다는 거야…아직은 더 이쁘고 싶었는데…>
















「나는 벌을 받은 거야…… 무슨 죄냐고? 아마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나이가 들어서는 부쩍 더 그래……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아침에 일어나면 무릎을 꿇고 창밖을 바라봐. 그리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지…… 내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남편에 대한 원망은 없어. 오래전에 용서했거든. 딸아이를 낳고 누워 있는데……남편이 우리 모녀를 보더니……잠깐 있다 가버렸어. '정산인 여자라면 과연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까? 총 쏘기를 배우고? 그래서 당신이 정상아를 낳을 수 없는 거다'라고 나를 비난하며 가버렸지. 나는 남편을 위해서도 기도해……

어쩌면 남편 말이 맞는지도 모르잖아? 그런 생각이 들어…… 다 내 죄라고……

나는 조국을 세상 무엇보다 사랑했어. 정말 사랑했지…… 이제 와서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 그래서 딸아이한테 해…… 오로지 그 아이한테만…… 내가 전쟁을 추억하면 딸아이는 내가 동화를 들려주는 줄 알아. 아이들을 위한 동화. 무시무시한 아이들 동화……

내 성은 쓰지마. 그럴 필요 없어……

클라브디야 스-바, 저격수 」








「


저녁에 다들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데 시어머님이 내 남편을 부엌으로 데려가더니 우시는 거야. '지금 누구랑 결혼하겠다는 거냐? 전쟁터에서 데려온 여자라니……너는 여동생이 둘이나 되잖아. 이제 누가 네 동생들하고 결혼하겠니?'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어땠는지 알아? 시댁에 음반을 하나 가지고 갔거든. 내가 무척 아끼는 음반이었지. 그 노래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어. '당신은 가장 멋진 하이힐을 신고 다닐 권리가 있다고……' 전선의 여자병사를 위한 노래였지. 내가 음반을 틀자 남편의 큰여동생이 오더니 내가 보는 앞에서 그걸 부숴버리는 거야. '당신들은 그 어떤 권리도 없다'면서. 남편 식구들은 전선에서 찍은 내 사진들도 모두 찢어버렸어…… 그 일에 대해선 뭐라 말을 할수가 없어.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어……

그 당시 우리는 무료배급표로 살았어. 한번은 남편과 함께 무료배급표를 챙겨서 물건을 구하러 갔는데, 특별창고 같은 곳에 벌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더라고. 우리도 줄을 섰지. 그런데 내 차례가 되자 판매대에 있던 어떤 남자가 판매대를 뛰어넘어 나한테 달려오지 않겠어. 와서는 나에게 입을 맞추고 얼싸안으며 소리쳤지. '이보시오들! 이보시오들! 드디어 찾았소. 드디어 만났소이다.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얼마나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오. 여러분. 바로 이 여자가 내 생명을 구했단 말입니다!' 남편이 옆에 서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계속 내가 자기를 불길 속에서 구해냈다고 그러는 거야.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와서 자기를 살려냈다고.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내가 구한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무슨 수로 그 많은 사람들을 다 기억해. 또 한 번은 기차역에서 어떤 불구자가 나에게 '자매!'라고 부르며 알은체를 하더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말이 '언젠가 당신을 만나면 무릎을 꿇으리라……' 생각했다는 거야. 그 사람은 한쪽 다리가 없었어……」





「- 그 때가 몇 살 때였나요?

- 전쟁이 막 끝났을 때니까, 스무 살이었어. 물론, 그때 나는 결혼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어

- 왜죠?

- 너무 지쳐서. 내가 동갑내기들보다 훨씬 나이든 것 같았고, 어떨 땐 늙은이가 된 것 같고 그랬지. 친구들은 춤추러 다니고 즐겁게들 사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어. 인생을 나이든 사람의 눈으로 바라봤으니까. 다른 세상의 시선으로…… 노파의 시선으로! 젊은 남자들이 구애를 해왔어. 아직 어린애들이었어. 그들은 내 영혼을 보지 못했어.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지. 아까 내가 어떤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했잖아…… 셉스크 전투에 대해서…… 기껏해야 하루였는데…… 그날 밤 내 양쪽 귀에서 피가 흘렀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꼭 중병을 앓고 난 사람 같더라고. 베개는 온통 피로 물들고…… 병원에서는 어땠냐고? 병원 수술실에 가리개로 칸막이를 친 곳이 있었어. 그곳에 절단한 팔과 다리를 담은 커다란 통을 놓아두었거든…… 취전선에서 대위 하나가 부상당한 자기 동료를 데리고 벼원에 왔어. 어떻게 수술실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대위가 그 통을 본 거야……보고는 그대로 기절해버렸지.

기억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끝도 없이……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나는 전쟁의 소리를 기억해. 사방에서 으르렁, 쾅쾅, 쨍쨍 불을 뿜어대던 그 소리들……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영혼마저 늙어버리지. 전쟁이 끝나고 나는 다시는 젊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지. 내 생각엔 그래.

-결혼은 하셨나요?

-했지. 아들 다섯을 낳아 길렀어. 아들만 다섯. 딸은 하늘이 주시지 않더라고. 나 스스로도 가장 놀라운 일은 그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겪고 도 예쁜 아이들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야. 게다가 좋은 엄마에 좋은 할머니까지 되었다는 사실이지.

이제 와서 모든 걸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어느 다른 소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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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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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굿끼제먹 | 작성시간 16.10.30 책힘들더라...근데 진짜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어...이책이나오기까지힘겨웠다는게안타깝고...
  • 작성자크리스토퍼존나놀란! | 작성시간 16.10.30 이 책 감정이입돼서 진짜 읽기 힘들었어
    ㅠㅠㅠ
  • 작성자디디디디디디디디 | 작성시간 16.10.30 마지막 사람 누구야 한쪽의 시각을 부각하면 다른 쪽과 대립하게될수도ㅋㅋㅋㅋㅋ 이게 모든 한남의 논리 아니냐며

    이책은 진짜 추천 위에 다른 여시들 말처럼 전쟁을 진짜 직접적으로 체험하는느낌이야... 살아있는 전쟁...
  • 작성자배 주 현. | 작성시간 16.10.30 이 책 소장했음 ㅠ
    이랬을거야 라고 생각했던것보다 더 처절하게 다가와
    정말 전쟁은 모두에게 고통을 남겨
  • 작성자흡,이럴수가 | 작성시간 16.10.30 나도 사서 보고싶어졌어!! 글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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