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기상청 예보가 맞는 날이 없는데 제가 기상청 일기예보를 크게 믿지 않는 이유를 올려봅니다..
1998년 제가 9살이었고 친누나는 10살 부모님은 두분 다 마흔 언저리셨어요.
아버지 본가가 전라남도 구례였고 큰고모는 경상남도 하동에 살았는데 여름휴가를 간다고 7월 말일에 지리산 뱀사골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큰고모네 가족은 다음날 아침일찍 오기로 했었고 사정상 저희 가족들만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요.
큰고모네 가족들과 다 같이 구워먹으려고 삼겹살을 사온 상태였고 4인가족이 먹기에 많은 양이었어서 옆에서 놀고 있는 대학생무리들에게 부모님께서 직접 고기를 나눠주셨어요.
입은 넷인데 고기가 많다면서 나눠먹자고 나눠주시고서는 저희는 일찍 방갈로위에 쳐놓은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대학생 또래는 이런 여행을 가면 또 일찍 잠들기엔 아쉽잖아요. 그래서 밤 늦게까지 놀았나봐요.
저희 가족은 단잠에 빠져있었는데 누가 텐트전체가 흔들리도록 거세게 텐트를 흔드는겁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거니와 누나랑 저까지 깨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대학생들이 빨리 짐싸서 올라가시라고 그러는거에요. 저희는 다 잠옷상태였는데 정신차리고 나와보니 방갈로밑으로 물이 빠르게 흐르는데 거의 그냥 방갈로높이만큼 이미 물이 차있었어요.
방갈로위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있어서...만약 대학생들이 안깨워주고.. 텐트에 물이 들어와서 저희 가족이 잠에서 깰 때 쯤이면 물은 이미 허벅지 높이가 넘었을거에요...
방갈로가 높지는 않았지만 종아리정도였고 저는 잠결에 눈비비고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온 가족이 잠옷바람으로 아버지차에 타서 아버지가 풀악셀을 밟으시는데 자동차가 정말 얼마 못가고 멈춰섰습니다.
저는 이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몰랐어요. 아버지가 내려서 걷자고 하시는데 제가 어머님께 업어달라고 땡깡을 피웠습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화를 내시며 내려놓으라고. 업고가다 넘어지면 둘다 죽는다고.
여기에서 아버님의 이 멘트를 듣고 9살인 제가 잠이 다 깼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대학생무리들 차량중에 번호판 임판이었던 차가 있었는데 저희가 차 버리고 올라갈 때 그 젊은 사람은 차를 못버리고 차 안에서 낑낑대고 있어서 아버지가 차 버리라고 소리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발을 한 쪽씩 신고 올라가다가 누나에게 신발을 양보하고 맨발로 산을 오르다가 동이 틀 때 쯤 뒤돌아보니 정말 소, 돼지들도 떠내려가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생각이 나요.
정말 화장실가려면 건너야했던 큰 다리도 물살에 부숴지고 저희가 자던 방갈로, 사람들이 타고 왔던 차량들 다 떠내려갔습니다.
그리고서는 지금은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어떤 절에서 며칠동안 절밥을 먹으면서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는 산에서 내려와 택시를 잡고 근처 큰고모네까지 가서 차비받고 올라왔습니다.
갑자기 야밤에 생각나서 글 써봅니다. 지리산 폭우 대참사 저 사건 때 지리산 계곡과 절 앞에서만 총300명 실종에 70명가량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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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자빱의개 작성시간 20.07.29 진짜 위험했다 ㅠㅠ 나도 어릴때 설악산갔는데 비가 많이 올 것 같아서 서둘러서 내려가는길에 갑자기 비가 막 쏟아지는데 어느정도냐면 빗줄기가 세서 우비가 다 찢어졌어;; 겨우겨우 내려왔긴한데 그거 생각해보면 물 불어나는 속도 장난 아닐것같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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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로이카폴리 작성시간 20.07.29 나도 저때 구례할머니집에 있었는데 진짜 장난아니였어 눈으로보고도 믿을수가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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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나보고어쩌라는거야 작성시간 20.08.08 의로우신 분이시네. 너무 안타깝다.. 저런 분을 데려가시다니... 좋은 곳에서 행복하시기를 기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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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고앵이는애옹애옹 작성시간 20.07.30 나 이때 초등학생이었고, 뱀사골에 아빠친구가족들이랑 캠핑갔는데 잠든지 얼마안돼서 아빠가 계곡물 불고있다고 일어나라고 자리옮겨야한대서 허둥지둥 지대 높은곳으로 피함.. 담날 비그치고 산청에 아빠친구분이 가게해서 잠깐 들렸는데 가는길에 논에 전복된 차 진짜 많았고, 아저씨 가게도 무릎까지 잠겼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