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배터리3퍼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932630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933958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934128
미안하다, 라일락이여
깨진 유리를 밟고 서 있는 한때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여
라일락을 쏟았다 / 박지웅
한 남자가 잠깐 동안 임대한 세계가 나라는 사실에
만족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썼지만
헛수고임을, 나 여기 묘비에 적듯 적어두노라 가거라
멀리 가거라 머뭇거리지 마라
뒤도 돌아보지 마라 씹새끼
혁명 개인적인 / 김소연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장이지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붉고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 권혁웅
보고 싶었어요. 애타게요.
하지만 이토록 오랜만일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악마의 묘약 / 신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