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픔은 거기까지다. 문제는 엄마였다. 양지가 떠난 건 12월 1일. 딱 일주일이 지났다. 엄마의 이상행동에 비하면 먼발치의 객인 기자의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다. 엄마의 슬픔은 가족들이 예상하고 걱정한 이상이었다.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안 오고, 가슴통증으로 숨도 잘 못 쉬겠다고 했다.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못 잤다. 양지를 양지 바른 곳에 묻고 온 다음 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자 엄마는 커다란 우산을 들고 양지 무덤에 갔다. “우리 양지 추위 많이 타잖아. 눈 맞지 않게 우산 씌워줘야지” 하면서. 또 이런 말도 했다. “내가 벌 받을지 모르겠는데,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힘들어. 엄마는 땅에 묻었지만, 양지는 내 가슴에서 떠나질 않아. 숨 쉴 때마다 아파.”
엄마에게 양지는 우울증 치료사였다. 엄마는 15년 전 ‘빈둥지증후군’으로 힘들어 했다. ‘빈둥지증후군’이란 자녀를 독립시킨 중년의 여성이 겪는 극심한 정체성 상실감을 말한다. 엄마는 당신 이름으로 산 분이 아니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이 전부였다. 자녀가 장성해 하나둘 서울로 떠나버리자 엄마는 빈자리를 못 견뎌했다. 불면증과 무기력증, 심한 우울감으로 생에 대한 의욕을 잃고 힘들어했다. 그럴 때 나타난 양지는 우울증 특효약이자 구세주였다. “애완견을 물고 빨고 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던 분이 달라졌다. 이보다 더한 친구이자 연인이 또 있을까. 엄마는 양지와 언제 어디서든 함께했다. 양지 역시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봐주며 세 자녀의 빈자리를 아주 충실히 채워줬다. 그것도 절대 배신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충성심으로.
김선아 센터장은 “사람과 반려동물과의 유대관계는 사람과 사람 이상일 수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애견인들은 15~16세가 된 반려동물을 ‘아기’라고 표현한다. 애완견이 죽으면 어린 자식이 사망한 것과 같은 기분을 겪는데, 자녀보다 더 큰 단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녀는 성장하면서 분리과정을 겪지만 반려동물과는 심리적 분리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자녀는 소위 ‘중2병’, 사춘기, 이성친구과의 교제 등을 거치면서 부모와 어느 정도 독립된 존재가 돼 가지만, 반려동물과의 애착관계는 절대적이다. 온전하게 나만을 신뢰하고 나만을 믿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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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undefined 작성시간 21.08.22 아이고..ㅠㅠ 댓글읽는데 눈물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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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짓기졸라귀찮다 작성시간 21.08.22 나…우리 첫째 허망하게 내 품에서 보내고 숨헐떡이는 애 무릎에 앉히고 운전했던 차 운전대도 못잡겠더라 집에들어가면 나한테 오는 찹찹찹소리도 안들리고 현관에서 멍하니 서있던게 한달 방에들어가면 있는 쿠션보고 오열하고 쿠션끌어안고 울고 쿠션 어렵게 치웠는데 쿠션있던 자리에서 누워서 울고있더라 아무것도 못먹고 애기가 입고있던 옷냄새맡아야 잠을 겨우 잘 수 있었고 사진첩보면서 울고 미친사람처럼 산지 몇달째에 기적같이 그 시점에 나한테 온 둘째 ㅠㅠㅠ둘째로 인해 치유와 상처와 죄책감이 공존하면서 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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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뻘건익절길만걷는여시 작성시간 21.09.17 못 읽겠다 본문도 댓글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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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Catemara 작성시간 21.12.14 언젠가 나도 이런 날을 경험할 거 같아 읽어두는데 힘드네.. 상상이 안 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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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키알관련만대답하는여시 작성시간 23.01.14 산아 너무 보고싶다 벌써 엄마는 너를 그리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