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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 자랄수록 위태로워졌겠지. 그러기를 멈출 수도 없었겠지.

작성자표류|작성시간22.08.28|조회수1,935 댓글 7

출처 : 여성시대 표류



마음들은 끓는 용암 같아서 튀어 나가려 기를 쓴다.
말할 수 없는 것일수록,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수록 더 말하려 한다.






⠀초등학교 담벼락에서부터 붉은 등대와 후미진 다리 밑에 이르기까지 고백과 고발과 고함이 창궐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 주문은 알타미라 동굴 벽화처럼 아주 오래된 습성.







눈에 보이는 것들은 마음이 먼저 그은 것들이다.
마음이 한 짓으로 세상은 가득 차있다.
마음은 우묵한 형상,
무한히 담고 있으니 때때로 무거워지는 건 당연하다.
마음은 민감한 형질,
무수히 많은 것들이 스치니 때때로 아파지는 건 당연하다.
마음이 그은 것들이 너무 많을 때면 앞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
자랄수록 위태로워졌겠지. 그러기를 멈출 수도 없었겠지.
어떤 식으로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만날 사람들은 만난다.
긴박한 갈구로 서로를 호환한다.
서로의 유일에 몸을 던져 서로의 샤먼이 된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알 수 없었다.
'영원히, 너만을, 정말로' 같은 말들이 떠다녔다.
절대적으로 결격인 단어들이었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하고, 줄 수 없는 것들을 주는 척했다.
빌어먹을 거렁뱅이들의 시간이었다.







모두



김박은경 사진 산문집 홀림증

안에서




자신의 글들이 조각조각 유명해져도
누구의 글인지도 모른 채 소비되고
손에 잡히는 건 없어서 슬프다는 어떤 작가의 말을 봤었어


이 글 속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여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기를 바라
마침내 책으로도 만나길 바라


2012년, 그러니까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마음을, 기억을 자꾸만 건드리고
사람에게 기꺼이 약해지고 싶게 만드는
시인이 쓴, 아름다운 문장이 많은 산문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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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맨날배에가스차 | 작성시간 22.08.28 글귀가 너무 좋다. 완전 가슴에 훅 박혔어
    요즘 여시가 추천해주는 책들 하나하나 주문해서 보고있는 중인데 이 책도 장바구니에 넣어야겠다
    고마워
  • 작성자모기씌벌럼 | 작성시간 22.08.29 글 너무 좋다 집주변 도서관에 있으면 꼭 대여해서 읽을래 없으면 신청해야지...!
  • 작성자한현현 | 작성시간 22.08.29 와 다 너무 좋다 꼭 읽어봐야지
  • 작성자쫀득 | 작성시간 22.09.03 너무좋다 책 사야겠어 고마워
  • 작성자도깨비도수풀이웅앵 | 작성시간 22.10.10 너무 좋다.....고마워 여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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