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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cxxxx]우울증을 방패막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걸까요

작성자서한솔|작성시간22.12.16|조회수6,319 목록 댓글 14

출처 : https://m.pann.nate.com/talk/368519489?currMenu=today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 이혼과 각종 사건들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혼자있는 엄마한테 힘이 되고싶어서 억지로 웃으면서 지냈어요
주변에선 다 너처럼 밝은애는 처음 본다, 너랑 있으면 즐겁다 했었고 저는 그 말이 듣기 좋아서 혼자있을땐 펑펑 울어도 남들 앞에선 늘 웃으려고 애썼어요
학교에선 고민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또래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제 속얘기는 아무한테도 한적이 없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더이상은 살고싶지 않아서 친구 아버지의 수면제를 훔쳐 먹었어요
정신차려보니 병원이었고 엄마와 담임쌤이 울고 계셨어요
그때도 속내를 말하지 못했어요
엄마는 아빠랑 이혼 후 양육비 받지 못해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도 저에게 늘 미안하다,사랑한다고 얘기해주셨거든요
선생님은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신규 교사였고,
혼자서는 왕따인 친구들을 케어하기 힘드셨는지 교우관계가 제일 좋던 저에게 고민상담소 운영을 부탁하셨어요
그래서 두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약은 호기심에 먹었다고 거짓말 했어요

그때 힘들다고 얘기하고 치료 받았다면 지금보다 나은 어른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우울증은 그렇게 늘 제곁에 함께였고 저는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늘 남들의 고민만 들어주는 그런 어른으로 자랐어요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특히 요즘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은거 같아요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자신이 얼마나 불행하고 힘든지 얘기하는걸 좋아해요
'이 나쁜 세상이 착한 나에게 시련을 준다' 가 그들의 주된 얘기에요
나도 우울증이 있어서 웬만한 얘기에는 공감하고 안아주지만
간혹 정말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로남불, 그리고 우울증을 방패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다른 사람이 의미없이 한 말에 열을 내고,억울해하고,상처받고, 분노하지만 정작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말해요
제가 보기엔 그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똑같이 말하는데 자기가 말하는건 괜찮고 남이 말하는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한 말에 누군가 상처받으면 "뭘 그런걸로 상처받아? 난 그런 뜻으로 말한거 아닌데 너 정말 이상하다. 왜 그렇게 받아들여?" 라며 어이없어 하지만,
정작 자기가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할수 있어? 너같은 애들 때문에 살기 싫어져. 나처럼 착한 애들만 존재하는 세상에 가고싶어." 라는 식이에요

본인이 우울하다고 해서 본인들의 모든것들을 남들에게 이해받고 용서받길 원해요

난 우울해서 안돼, 난 우울하니까 니가 날 달래야해, 니가 날 챙겨야해, 니가 나한테 맞춰야해, 왜? 난 우울하니까. 우울증 환자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아. 세상은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그런식으로 하루종일 땅굴파면서 위로받길 바라고 이해받길 바래요

나는 착한데 세상이 나쁘다, 난 공감능력이 있어서 남들 아픔에 공감하지만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안해준다, 저 사람은 이유없이 나만 싫어한다 같은 피해의식도 지천에 깔려있어요

보고있으면 정말 피곤해요
나도 우울증 환자지만 같은 우울증 환자를 이해 못하겠어요

왜 그럴까.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어요

항상 '나'만 피해자고 '나'만 억울한 일을 겪는거라고 생각하면 더 우울해지지 않나요?
왜 '나'만 그런 일을 겪는다 생각하는걸까요

나도 겪고 너도 겪고 우리 모두 겪는 일이에요
그리고 억울한 일이 나한테만 계속 생긴다면, 그건 세상이 잘못된게 아니라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게 보편적인거 아닐까요?

저도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으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게 힘들때가 종종 있어요
갑자기 말이 입밖으로 안나올때도 있고 책 한권 읽는것도 힘들어지고
혼자 있을때면 자꾸 세상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거나 대교 위에서 아래를 보고 한참 서 있거나 하는등의 상황도 생겨요
20살 이후로 독립하면서 손목 아대는 외출할때 빼본적이 없어요
남들은 제가 손목이 약해서 늘 아대차고 다니는줄 알아요
사실은 흉칙한 상처들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 뿐인데요

그래서 누구보다 우울증 앓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내 아픔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면서 징징 거리고 싶지는 않아요

우울증을 말하지 말고 혼자 앓고 있으란 얘기가 아니에요
주변에 털어놓는건 좋아요
주변인들이 알면 언행에 조금 더 신경써줄 수 있고 위험한 순간에 달려와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방패로 쓰면서 주변인들을 입맛대로 부리려는 이기적인 우울증 환자들을 보면 너무 화가나요

평소에 잘 웃고 잘 놀다가도 조금만 수틀리면 우울증 핑계 삼아 힘든일은 남에게 떠맡긴다거나
'나는 그래도 되지만 넌 안돼!' 식의 내로남불 태도는 우울증 때문에 나타나는게 아니라 그냥 내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런거라는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나에게 속내를 털어놓는다는거 알아요
나를 의지해준다는 것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나에게 얘기하고 속을 털어놓음으로써 조금이라도 슬픔이 가셨으면 해서 얘기를 들어주지만, 간혹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면 화가나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편견이 생기는게 아닐까요?

우울증과 내 자신만 아는 이기심은 전혀 다른것이니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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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winnie the Pooh | 작성시간 22.12.16 누가 우리엄마 얘기하네
  • 작성자가을느낌 | 작성시간 22.12.16 우울전시 하는인간들 그래서싫어함
  • 작성자실효성있는 | 작성시간 22.12.16 우울한거랑 착한거는 별개인거임 우울증 착한사람만 걸리는 병 아니야 그걸 구분해야돼 다들어주다간 진짜 착한사람이 병생겨
  • 작성자벼와쌀을분리해주마 | 작성시간 22.12.16 왜 남에게 이해를 강요하는지
    부정적인 감정도 옮는다고 생각해서 난 현생 인간들한테 우울하다는 말 남한테 절대 안 함.. 내 감정을 왜 해결해 줄 수 없는 애먼 사람에게 표출해서 같이 가라앉게 하지 싶어서 정신과 의사한테만 진단을 위해 그냥 이번달 우울했다 어쨌다 얘기하지
    근데 살다보니 에너지 뱀파이어들이 있더라 ㅠ 우울해 속상해 슬퍼 울고싶어 아니 상담사를 찾아가.. 병원도 안다니면서 ㅜㅅㅂ 위로도 한두번이지 나도 힘든데
  • 작성자랄령 | 작성시간 22.12.19 해결책 제안해줘도 그대로면 불행전시를 즐기는거임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나를 연기하는것
    안타까운 시선을 받는것을 즐기는 것
    그럼 따뜻하게 대해지니까 그래서 좋았어
    나도 걸려봐서 안다
    하지만 거기에서 머물러만 있으면 진짜 1도 도움안돼
    그래서 내 우울한 상태 밖으로안드러내
    지금은 안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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