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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레깅스 코르셋 논쟁에 대해서 운동광인 탈코인의 주저리 (진짜긴글주의)

작성자제주시조천읍|작성시간23.05.04|조회수1,968 목록 댓글 2

레깅스가 코르셋이냐 아니냐, 어떤 상황에서는 코르셋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아니다 이런식으로 수학처럼 답을 정하려고 하기보다는 '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실루엣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한다고 봄.
나 운동 진짜 오래 몇년 했고 레깅스가 기능성 의류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이견이 없어. 이건 팩트야 레깅스가 운동할 때 정말 편하고 더 나아가서 근육을 잡아주고 압박해주기때문에 운동 효율을 높여주기도 해.

근데 남자들은 정말 레깅스를 정확하게 기능성 옷으로만 소비하거든? 어떤 종목이든 운동초보 남자들은 레깅스를 거의 안입어. 왜냐? 레깅스가 주는 기능성에 대해 체감하기에는 너무 초보거든. 운동에 대한 지식도 열의도 그닥인 수준에서는 레깅스의 기능성보다는 민망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시기란말이야 운동 초보 시절에는. 그러다가 운동에 진심되고 펄럭거리는 옷이 불편해지고 근육 잡아주는 옷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즉 운동 고인물이 되면 남자도 민망함보다는 기능성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레깅스를 소비하기 시작해. 레깅스를 치마나 화장처럼 명확하고 심플하게 코르셋이라고 땅땅 하지 못하고 매번 논쟁이 일어나는 이유지. 남자가 치마를 입으면 '미쳤어 너 여자냐?' 화장하면 '너 여자냐? 게이냐?' 하지만 남자가 레깅스 입으면 헬창이라고 생각하거든. 여자로 패싱되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레깅스가 여자에게만 강요되는 패션, 즉 코르셋이라고 보기는 애매한거야.


그런데 신기한건, 남자랑 비교해서 여자는 레깅스를 아주아주아주 쉽게 선택해. 운동을 처음 시작하려는 여성들은 당연히 운동복으로 레깅스부터 사야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나도 운동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레깅스 어디 제품이 좋냐고 물어보더라고. 난 레깅스 안입어서 모르는데. 초보부터 고인물까지 전부 흔하게들 레깅스를 입는단말이야 운동하는 여자들은. 그래서 이게 나쁘냐?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지 또. 왜냐 레깅스가 운동에 도움되는 옷은 맞잖아. 초보든 고인물이든 장비 좋은거 쓰겠다는데 그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가지는건.. 왜 여자들은 자신의 신체 실루엣을 드러내는 것에 이렇게도 거부감이 없을까? 라는 지점인거지.
딱히 운동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든 취미에 대해서 고인물 농담을 해. '와 쓰는 장비 많은 것좀봐ㅋㅋㅋ고인물이다', '수영복 패턴 화려한거 좀 봐 쌉고인물ㅋㅋㅋㅋ' 어떤 취미든 거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많은 시간을 쏟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미의식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인단말이야. 운동도 마찬가지거든? 그런데 남성에 한해서만 그러잖아. 레깅스 입은 남자는 굉장히 운동에 미친사람같지만, 레깅스 입은 여자는 그냥 너무너무너무 흔하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여자야. 우리는 이 지점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한다는거지...


사람은 누구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려고할 때 내적 갈등을 겪어. 그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되고 이득이 되더라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의 눈치를 본단말이야. 레깅스도 마찬가지야. 레깅스가 운동에 도움주는거 맞아. 근데 몸 실루엣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민망함을 주는 옷이잖아? 그럼 사람이 당연히 이게 기능적으로 좋은걸 알면서도 내적 갈등을 겪는단말이야? 그런데 이 갈등이 남자에게는 엄청 크게 다가오고 여자에게는 작게 다가가는 이유 자체가..이미 여성의 신체만 기형적으로 많이 대상화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단순히 레깅스가 코르셋이니 아니니를 떠나서 이미 여성들은 본인의 몸을 '가리면서 노출하는 것'에 익숙해.
남자처럼 아예 자유롭게 상탈을 하거나 노브라로 다니는 노출, 즉 신체의 자유를 추구하는 노출은 여자에게 금기시되잖아. 그런데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동시에 여성의 몸을 파편화하고 대상화시키는 방식으로 '가리면서 노출하는 것'은 주체적섹시라는 이름으로 오직 여성들만 수행하고 있는 사회야.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레깅스를 소비하는 현상에 대한 의문점이 코르셋 논쟁과 이어지는 듯해.


아무튼 결론은 단순히 코르셋이니까 입지마 vs 남자도 입는데 왜안돼? 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라고 봄.. '왜 여자들만 레깅스를 이렇게나 쉽게 보편적으로 입지?'라는 의문이 들었으면 그 '왜'에 집중해서 파고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결론적으로는 레깅스를 잘 입지 않아. 레깅스가 기능적으로 운동에 도움이 되는건 분명하게 알지만, 애초에 안 입으면 운동 못하는 필수적인 옷은 아니고 충분히 레깅스를 대체할 조거팬츠 상품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내 몸매를 드러내지 않기를 택했어. 반대로 누군가는 기능성 좋은 운동장비로서 레깅스를 소비하겠지. 존중해. 하지만 '왜 나는 이리도 쉽게 레깅스를 선택하는가? 왜 남자보다 여자인 나에게 레깅스가 쉽게 노출되고 권유되는가?' 라는 질문은 꼭 해보고 스스로 곱씹어봤으면 좋겠어. 특히나 운동 처음 할 때.

페미니즘은 수학이 아니야. 커뮤에서만 페미를 접하면 좀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 아무래도 사람들이 빠르게빠르게 결론을 내고싶어하니까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정답을 내고싶어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걱정되는건 내 글을 또 누군가는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레깅스가 코르셋이래' 혹은 '레깅스 코르셋 아니래' 라는 단순 주장의 근거로 쓸 것 같다는 점?.... 그러지 말고 속성으로 남의 의견만 듣고 결론내기보다는 꼭 스스로 현상을 분석하고 생각하고 파고드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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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지아 | 작성시간 23.05.04 옷에 관련해서 코르셋이다/아니다 남녀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게 여자들은 '성적대상화' 되길 원하지 않지만 남자들은 원함.
    (물론 여자들 일부는 성적대상화 즐기기도 하겠지. 그데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남자로 느끼는 사람들한테지 막 아저씨들한테도 할아버지한테도 대상화되길 원하는게 아님)

    근데 남자들은 자기가 성적대상화 되길 원함. 누구든 상관없이. 혹은 구체적으로 원하지않아도 기꺼워해. 그 대상이 할머니라도 불쾌해하지않아. 애초에 '입장바꿔'생각하기가 안된다는거야.
    레깅스도 만약 남자들이 성적대상화 되는 거였으면 남자들 다들 엄청 입었을거야. 근데 다리가 근육질 아니면 레깅스 안어울리거든. 안어울리니 안입는거.게이취급이고뭐고
    어울리고 유행되면 입음. 예전 스키니진처럼. 여자들이 실루엣 노출에 거리낌 없는것도 난 아니라 생각함.남 헬창들은 대부분 엄청 짧은 바지 입는 경우가 더 많아.
    그리고 거의 젖이 보일거같은 나시티. 근데 여자 헬스강사나 진짜 몸매좋은 여자라도 짧은바지나 나시티를 입고다니진않지. 그냥 몸매를 드러내는 방식이 다른거지. 여자가 더한건 없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생각하는 진자 코르셋은 운동하는 곳 외 장소에 있음.
  • 답댓글 작성자조지아 | 작성시간 23.05.04 왜 '셔츠' 라는것도 건전한 패션 아이템이지만, 여자들이 남친셔츠같은거입으면 섹시하니까 셔츠방 이딴거 생겼잖아. 그런맥락으로 '레깅스룸' 같은거 생기고... 뭐든 여자가 뭐만 자주 입었다하면, 혹은 여자가 뭐 예쁜거 찾았다하면 그걸 성산업화 시키는게 제일 문제같아. 참고로 레깅스도 초반엔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 극혐패션' 이런거였음. 쫄바지같다며. 근데 여자들이 레깅스 편해서 많이 입기 시작하니까 '섹시레깅스' 같은게 생기고, 남자들이 그런거에 또 눈을 뜬거지ㅡㅡ지금 코르셋아닌 수많은 패션 템들. 나중에 여자들사이에서 유행되고나면 언제든 섹시 붙어서 코르셋이될 수 있단 얘기야. 고로 지양해야할건 그 패션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그관련된 성산업이라고생각해. 하다못해 집게핀 같은것도 집게핀방 이런거 생기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언제어떻게될지몰라 요즘세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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