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193
길어도 상황설명이 매우 자세하게 되어 있어서 관심있다면 한번쯤 전문 읽어보길 추천함
지난 3월, 대구시에서 17세 학생이 4층 건물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지점을 중심으로 5㎞ 인근에는 병원 응급실 7곳이 있었다.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는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22분 만에 최단거리에 있는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대구파티마병원(이하 파티마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환자는 대구시 반대편인 달서구의 한 병원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그 과정에서 구급차는 병원 응급실 4곳을 전전했다. 또 다른 4곳은 전화로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사건은 ‘구급차 뺑뺑이’ ‘응급실 표류’ 같은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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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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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오후 2시34분 파티마병원에 도착했다. 파티마병원은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은 아니지만 대구 동쪽 권역에서 가장 규모 있는 종합병원(2차 병원)으로 병상수가 700개가량 되는 큰 병원이다. 소방 구급활동 일지에 따르면 파티마병원은 그 당시 정신과 진료가 불가해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수용 곤란 이유를 밝혔다. 3월30일 〈매일신문〉 보도에서 병원 관계자는 외상 치료와 정신과 진료가 병행돼야 하는 상태로 판단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밝혔다.
구급차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파티마병원에서 약 3㎞ 떨어져 있는 경북대병원 응급실. 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 지역의 거점이 되는 상급종합병원이다. 전국에 진료권별로 17곳 지정돼 있는 권역외상센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 환자처럼 낙상이나 교통사고로 골절, 출혈 등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에게 신속한 치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시설이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 경북대병원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는 거의 ‘풀 베드(full bed)’에 가까웠다고 한다. 게다가 그 시각 산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가 경남 밀양 인근에서 닥터 헬기를 타고 경북대병원으로 오고 있었다. ‘환자 포화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경북대병원 응급실 역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오후 3시5분부터 구급대는 경북대병원 주차장에서 환자를 태운 채로 대구 지역의 나머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외상성 CPR 환자 처치 중(심폐소생술)으로 수용 불가’라고 사유를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진료 불가’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남대병원은 ‘외상 환자 3명 대기 중’이라 응급실 접수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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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 관계자는 “4층 건물에서 떨어진 환자라고 연락을 받았다면 응급실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수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직후 사고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구급대로부터 환자가 약 2층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추정되며 상태는 경증이라고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송 과정에서 구급대가 환자의 상태를 오판했고 결과적으로 재빠른 조치를 어렵게 한 셈이다. 그렇다고 구급대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119 구급대에게 정확한 중증도 분류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이 아닌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는 데다 응급환자의 상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현장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어야겠지만 환자 중증도 판단은 응급실에서 하는 것이 맞다.” 대구 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병원에 왔을 때 적어도 CT(영상학적 검사)를 찍어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처음에는 4층이 아니라 더 낮은 곳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았어도 추락 사고는 지연성 뇌출혈 같은 것이 생길 가능성을 늘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난의 화살은 응급실에 돌아가야 할까?
②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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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의료계 인사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지역의 응급의료 현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적절한 조치였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말로 계속해서 (환자가) 터져나가는 응급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티마병원은 대구에서 가장 많은 응급환자를 보는 곳이다.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 펴낸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파티마병원의 응급실 방문 환자 수는 5만7000여 명이다. 규모가 더 큰 상급종합병원들(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보다 더 많은 응급환자를 받았다. 두 번째는 경북대병원으로 5만2400여 명이었다.
앞의 전문가는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조사 결과가 파티마(지역응급의료센터)나 경북대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자격을 취소하는 조치로 귀결된다면 대구 응급의료체계는 거의 마비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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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과밀화지수의 전국 평균이 0.75인 반면 경북대병원은 1.82, 파티마병원 1.41, 대구가톨릭대병원 1.32, 영남대병원 1.09, 계명대 동산병원은 2.2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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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원이 많으면 그만큼 의료자원이 풍부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예방의학과 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 바람에 지역 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를 담당해야 하는 2차급 종합병원들이 거의 괴멸했다. 300병상 이상 되는 규모 있는 2차 병원들이 다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다시피 한 곳이 파티마병원이다.”
1·2·3차 의료 피라미드는 거칠게 분류하면 더 중한 환자를 진료하는 순서이다. 동네의원(1차)에서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보고, 입원 병실을 갖춘 2차급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규모에 맞게 경증·중등증 환자를 받고, 상급종합병원에서 난이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사전적인 기능이다. 그런데 대구는 상급종합병원의 접근성이 좋다 보니 그리로 환자들이 몰리고, 그 결과 2차급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고, 다시 이런 2차 병원 응급실에서 봐야 하는 경증·중등증 환자들까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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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형병원은 더욱 비대해지고 허리급 병원들은 고사 상태에 놓여 지역의 의료 생태계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은 한국 의료계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대구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났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내용을 살펴본 수도권 소재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아무리 바빠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현장을 아는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책임져야 할 환자가 이미 응급실에 잔뜩 있는데 ‘뒷단(응급실에 들어온 이후 관련 진료과와 연계)’이 풀리기 까다로워 보인다면 응급환자를 받아달라는 연락이 왔을 때 아무래도 유보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뒷단이 풀리기 까다로운 환자’라는 말은 또 하나의 공백과 이어진다.
③ 수술·시술·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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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한 전문의는 “다발성 외상 환자들은 받아주는 병원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재 한국 의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4층에서 떨어졌다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으니 일단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고, 골절이라면 정형외과, 피부를 봉합할 성형외과, 충격으로 장출혈이 있다면 외과, 코나 귀까지 손상됐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도 필요하다. 4~5개 과가 오케이를 해야 하는데 한 군데라도 전문의가 없으면 응급실에서는 ‘우리 병원은 안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일요일 같은 경우는 당직이 없는 과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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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일이었다면 이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을 받은 의료계 인사 그 누구도 ‘그랬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답하지 않았다. 당직 설 의사 이전에 환자의 생명과 연관된 수술을 하는 의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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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이 펴낸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구급차가 응급실에 갔지만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재이송된 사례는 총 7634건이었다. 가장 빈번한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31.4%)였다. 그다음으로 병상 부족(17.1%), 환자·보호자 변심(4.9%) 순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 분석에 따르면, 적정 시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는 중증 응급환자는 2018년 14만1316명(47.2%)에서 2022년 14만6543명(52.1%)으로 5%포인트 증가했다.
응급실 현장과 응급의료체계에 두루 밝은 한 전문가는 “안타깝지만 어떤 해결책 하나를 도입해서 앞으로는 좋아질 거다, 긍정적인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10대 응급환자가 추락 이후 숨을 거두기까지 ①이송 ②응급실 ③수술·시술·입원 단계 단계마다 단시간에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중첩돼 있었다.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도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지역의 응급의료를 구성하는 119 구급대와 응급실, 또 병원과 병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즉 호흡을 맞춰가는 일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2010년 4세 응급환자의 사망 이후 협력을 쌓아가려는 대구시 소방과 의료기관들의 노력도, 이번 사건으로 책임 소재 공방이 벌어지며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누구의 잘못일까? 꼬인 줄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질문만 자욱한 가운데 분명한 것은 17세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거리를 헤매다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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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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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givesharelose 작성시간 23.05.13 읽어보니까 이해가 되긴하네.. 정신과 부분은 좀 그렇긴한데 확실히 대구에 대학병원이 많이 잇다보니까 큰 2차가 달랑 파티마 뿐이라는게.. 파티마 뿐만 아니라 지역 거점 2차 병원 다 사라지면 언젠가 다른 병원에서도 저런 사고 터질듯..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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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리나.. 작성시간 23.05.13 칠곡경대는 안가봤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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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ourloveisgreat 작성시간 23.05.13 첫번째병원이 제일 이해안가는데.. 응급환잔데 고작 정신과 부재라니?? 정신과는 응급처치먼저하고 타병원보던지ㅜ하면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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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간호식이두마리치킨 작성시간 23.05.13 4층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봐줬다는게 뭔 개소리야 2층이나 4층이나 지들이 환자안보고 보낸거면서 핑계오져 결국 심정지 터지고 병원들어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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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번주로또당첨나야나 작성시간 23.05.13 와 난 그냥 일단 병원가면 끝인줄 알았는데 필요한 의사가 전부 있어야 하는거구나
이걸 다 갖춘 큰 병원은 사람이 넘쳐서 못받고 아닌데는 의사가 없어서 못받고 결국 환자 치료는 늦어지게 되는거네 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