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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문장이 천지를 창조한 뒤
하늘에는 천하궁과 천지왕이,
지하에는 지하궁과 지부사천대왕이,
이승의 바다에는 용궁과 용왕이 생겨났지만
이승과 저승에는 아직 질서도, 왕도 없었다.
한편, 인간 세상에서 사나운 짐승들을 길들여
막강한 힘을 가진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쇠멩이다.
쇠멩은 소, 말, 개를 각기 아홉마리씩 거느리고 있었다.
짐승들이 워낙 사나운지라
사람들은 쇠멩에게 욕을 봐도 어찌하지 못했다.
하루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하늘의 천지왕을 바라보며 쇠멩이 도발했다.
'이 세상에 나를 잡아갈 자가 있으랴!'
이에 천지왕은 쇠멩을 괘씸하게 여겨
번개장군, 벼락장군, 화덕진군, 풍우도사와 1만 군사를
이끌고 쇠멩을 벌하러 이승에 내려왔다.
참고로 천지왕은 새 깃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다닌다.
천지왕은 쇠멩의 집 밖 청버드나무에 앉아
쇠멩의 기를 꺾고자 조화를 부려
소가 지붕에 올라 울부짖고 가마솥이 집 밖으로 나와 걸었다.
하지만 쇠멩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자
천지왕은 자신의 숭엄을 쇠멩에게 씌웠다.
머리가 깨질듯 아프자 쇠멩은 종을 불러 시켰다.
'내 머리가 너무 아프니 도끼로 깨라.'
쇠멩에게 질린 천지왕은 '참 지독한 놈이로다.' 하며
숭엄을 벗겨 자신이 쓰고 뒤돌아섰다.
천지왕은 천상계 가는 길에 백주할망의 집에 하루 묵고자 했다.
'오늘 밤에 여기 유숙해 가겠노라.'
'이런 집에 천지왕을 모실 수 없습니다.'
'그는 관계없다.'
백주할망이 1만 군사를 먹일 쌀이 없어 걱정하자
천지왕이 쇠멩에게 가면 쌀을 얻어올 수 있다 하였다.
천지왕이 밥을 먹고 자던 밤중에
어디선가 옥얼레빗으로 머리를 빗는 소리가 들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천지왕이 백주할망에게 묻자
백주할망이 자신의 딸, 총멩아기라 답하였다.
천지왕이 보니 선녀같은 아가씨였다.
한눈에 반한 둘은 그날 밤 배필을 맺어 부부가 되었다.
사흘 후, 천지왕이 천상계로 올라가려 하자 총멩부인이 말했다.
'천지왕께서 올라가버리시면 저는 어찌 살며,
만약 자식이나 낳으면 어찌합니까?'
이에 천지왕이 답하였다.
'부인은 바지왕이 되어 인간세상을 차지하시오.
형제를 낳거든 이름을 대별왕과 소별왕이라 짓고,
자매를 낳거든 이름을 대별댁이, 소별댁이라 지으시오.
나를 만나겠다고 하거든 증표를 줄테니 전해주시오.
정월 축일에 박씨 두 방울을 심으면 사월 축일에 줄기가
천상계로 뻗어 오를테니 그 줄로 해서 천상계에 보내시오.'
서로 작별하여 떠난 뒤 열 달이 자났을 때 총멩부인이
두 아들을 낳아 이름을 대별왕과 소별왕이라 하였다.
형제의 나이 일곱이 되자 어머니에게 가 물었다.
'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신 누구입니까?'
'천상계의 천지왕이시다.'
'그러면 어찌해야 찾아가 뵐 수 있습니까?'
'이 증표를 가지고 올라가거라.'
형제가 박씨 두 방울을 정월 축일에 심자
사월 축일에 그 줄기가 순식간에 천상계로 뻗쳤다.
줄기는 천지왕의 용상을 감싸 왼쪽 뿔을 부려뜨렸다.
형제가 줄기를 타고 천상계로 올라가
천지왕을 찾아가자 왕이 물었다.
'너희들 이름은 무엇이고 어머니는 누구냐.'
'우리 이름은 대별왕 소별왕이고 어머니는 바지왕입니다.'
형제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증표
옥얼레빗 한짝, 붓 한짝, 실 한발을 내보이자 천지왕이
'내 아들이 분명하다. 그래, 세상 살이가 어떠하더냐?'
'세상에 해도 둘이고 달도 둘이어서
햇빛에는 사람이 타 죽고 달빛에는 사람이 얼어 죽습니다.'
그러자 천지왕이 형제에게 천근살과 천근활을
2개씩 내어주며 말했다.
'그것으로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라.'
대별왕이 앞에 떠오르는 해 말고 뒤의 해를 쏘자
해가 부서져 동쪽 하늘의 수많은 별이 되었고
소별왕도 똑같이 뒤의 달을 쏘자
달이 부서져 서쪽 하늘의 수많은 별이 되었다.
북두칠성, 견우성, 직녀성 등 28수 별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형제가 해와 달을 파괴하고 돌아오자
천지왕은 형제를 자랑스러워하며 새 과제를 내주었다.
바로 이승과 저승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형제가 모두 이승을 원하였으므로 소별왕이
수수께끼를 하여 이기는 자가 이승을 차지하자 제안한다.
'어떤 나무는 평생 잎이 안 지고 어떤 나무는 잎이 지느냐?'
'짧은 나무는 평생 잎이 안 지고 속이 빈 나무는 잎이 집니다.'
'아우야, 모른말 하지마라.
청대 갈대는 속이 비어도 잎이 지지 않는다.'
'그럼 아우야, 어떤 일로 동산의 풀은 짧아지고
구렁의 풀은 길어지느냐?'
'이삼사월 봄비가 와 동산의 흙이 구렁으로 가므로
동산의 풀은 짧아지고 구렁의 풀은 길어집니다.'
'아우야, 모른말 말아라.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간의 머리는 길고 발등의 털은 짧으냐?'
소별왕이 패배하게 되자 말했다.
'그럼 우리 꽃을 심어 환생하고 번성하는 사람이 이승을,
시드는 사람이 저승을 차지하는거 어떻습니까?'
형제가 어머니인 지부왕에게 가
꽃씨를 받아 은동이 놋동이 나무동이에 심었더니
대별왕의 꽃이 번성꽃이 된 반면,
소별왕이 심은 꽃은 시드는 꽃이 되었다.
이렇게 소별왕이 패배 위기에 놓이자
'보십시오, 형님. 잠이나 깊이 자보면 어떻습니까?'
대별왕이 잠에 들 적에 잠든척 하던 소별왕은 실눈을 떠
자신의 꽃과 대별왕의 꽃을 바꿔치기했다.
아우 소별왕의 훼이크를 알아차린 대별왕은
아우에게 이승을 내어주며 경고한다.
'아우야, 정 그렇거든 네가 이승 법을 차지해라.
인간세상엔 살인, 역적, 도둑이 많으리라.
자기 아내 놓고 남의 아내 탐할 이가 많고,
자기 남편 두고 남의 남편 탐할 이가 많으리라.
나는 가서 저승 법을 마련하마. 저승 법은 맑고 청량한
법이 될 것이다. 만약 네가 잘못하면 재미없을 것이다.'
대별왕이 저승으로 떠나자 소별왕은 쇠멩을 불러
'네가 사람들에게 포악무도한 짓을 많이 하니 용서할 수 없다.
앞밭에 형틀 걸어라. 뒷밭에 작두 걸어라.'
소별왕이 쇠멩을 거열한 후 뼈와 살을 갈아 허풍바람에 날리니,
쇠멩의 살과 피가 모기와 파리, 빈대와 각다귀가 되어 날아갔다.
이렇게 세상에 해충들이 태어났다.
소별왕은 쇠멩을 패가망신시킨 뒤,
사람들의 버릇을 가르치고 선악을 구별하며
복록을 마련하여 인간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하였다.
이승을 다스리던 바지왕은 아들 소별왕에게 이승의 왕 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은 물러나 있다가 인간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사람들을 깨우쳐 스스로 세상을 바로잡도록
인도해주며 소별왕을 종종 도와준다.
또한 지혜롭고 너그러운 대별왕이 다스리는 저승은
이승에 비해 질서가 잘 잡힌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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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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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염두리와는인연이깊어요 작성시간 24.04.01 그럼 이 세상 요지경인 게 다 소별왕 이새키 때문이구나 ^^ ㅋㅋ 이거 신과함께 에피일때 진짜 재밌었는데… 여샤 잘 읽었어 재미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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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널 울게 만드는 것들 작성시간 24.04.01 소별왕 대별왕으로 사각관계 웹툰도 있었는데... 그림이 기깔났었는데 제목 까먹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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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널 울게 만드는 것들 작성시간 24.04.01 love and freedom 우물에 잠긴 달 !!! 검색해왔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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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헬로베이비 작성시간 24.04.01 한국신화 흥미로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