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대리.
어린 시절부터 남의 시선을 즐기는 자.
요즘 말로 관종.
오늘은 이 남자가 대학에서 한복을 입은 썰을
몇가지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2008년
모든 대학생은 싸이월드를 했고,
이런 ASK 후드티를 입었고
이런 패션이 유행이었다......
특히 이런 패션은
멋쟁이 문과 형들보단
패션찐따의 비율이 높은 공돌이들에게 많이 나타났는데,
패알못인 내가 봐도 진짜 봐줄 수가 없더라.
내츄럴본 촌놈인 김대리는
대학이 개성 넘치는 자기표현의 장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개성은 개뿔 이놈이나 저놈이나 면바지 셔츠 조끼에 페도라까지
몰개성한 사람들 투성이였다.
이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던 나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라도 개성을 발산하고자
나의 개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1. 캐릭터가 겹치면 안됨. (※개중요)
2. 조달이 수월해야함
3. 남들의 이목을 끌어야함 (※제일중요)
4. 나의 삶이 녹아들어있어야 한다.
아, 한복이 있다.
내 할머니께서는 살아 생전 포목점을 하셨고,
돌아가시기 전
내새끼 입을 한복 해놓고 가셔야 한다며
제일 좋은 옷감으로 내가 다 커서도 입을 한복을 모두 지어 놓으셨다.
그래, 그것이 있다.
본인은 초,중학교 시절
서당을 다녔다.
또,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듯이 서당을 갔는데
실제로 그곳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서당만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청학동처럼.
머리도 땋고, 개량한복도 입고, 훈장님에게 회초리도 맞고.
이때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래서 주말에 고향에 내려가서
집에 있는 한복이란 한복은 모두 가져왔고,
인터넷에서도 개량한복을 주문했다.
공대 한복남은 그렇게 탄생했다.
1. 공대에는 저승사자가 산다.
날이 아직 쌀쌀하던 3월.
남들은 코트에, 바람막이에, 과잠을 입을 때
나는 두루마기를 걸쳤다.
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다니자
2공학관에 저승사자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2. 혹시.... 무슨 과세요....?
정말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아 한문교육과에요~^^
국악과에요~^^
이렇게 장난을 치고는
사실은 전자전기공학부에요^^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끝나는데
어느날 학생회관에서 모르는 여학생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학생 : 저... 진짜 죄송한데.... 혹시 과가 어떻게 되세요....?
김대리 : 하핳. 국악과입니다!! ㅋㅋㅋㅋ
(내리기 전에 실은 전자전기공학부라고 해야징 ㅋㅋㅋ)
여학생 : 제가.... 국악과인데요....?
김대리 :
1층에서 5층까지 올라가는 그 시간이 얼마나 억겁같이 느껴지던지.
띵동- 5층입니당.
김대리 : ㅈ...죄송합니다 전자전기공학부에요 ㅠㅠ
여학생 : 앟ㅎㅎ 넿ㅎㅎㅎㅎ거짓말 하고 다니시면 안돼요~
ㄹㅇ 국악과 만나서 참교육 당했자너 ㄷㄷ
3. 갑분싸
강의실에 들어가면
모두가 조용해진다.
심지어 학기가 좀 지나서 익숙해질법도 한데
조용해진다.
교수님 아니에요..... 저승사자 아니에요..... 미친놈 아니에요.....
4. ㅅ....사숙...?!
동아리 친구중에 한문 교육과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 : 야 우리과에 너처럼 맨날 한복입고 다니는 선배 있어
김대리 : 아 뭐야 캐릭터 겹쳐 ㅡㅡ
친구 : 근데 그 선배는 머리도 땋는다? XX아 너도 머리 땋아봐라
김대리 : ....진짜가 나타났네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서울, 경기권 대학은 추석이 되면
학생들을 위해 명절 귀향버스를 제공한다.
내츄럴본 촌놈인 김대리도 귀향을 위해 버스에 올랐는데
세상에 머리를 땋고 한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김대리 :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한복남 : 아....네....안녕하세요....
김대리 : 드디어 만나뵙네요!! 저도 한복 입고 학교 다닙니다!!!
한복남 : 네 ㅎㅎ XX(동아리 친구)한테 들어서 알고는 있었어요
이렇게 한복남 두명이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고향에 내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 선배는
내가 어린 시절 다녔던 서당 훈장님의 사제였다.
(무협지 아님 ㄷㄷ)
김대리 : 헐.... 이거 굉장한 우연이네요!!!
한복남 : 그러네요 ㅎㅎ 앞으론 사질이라고 불러도 되죠?
(사질 : 스승 사, 조카 질. 사형제의 제자를 의미함)
김대리 : 당연하죠 사숙님!!!
이렇게 타지에서 사숙님을 한분 얻었다.
5. 짚신은 안신어? 갓은?
갓은 써봤는데 불편해서 오래는 못쓰겠더라.
강의때마다 벗어야하고,
사람들이 진짜 저승사자인줄 알아.....
짚신도 신어봤는데 아스팔트 바닥이라 너무 금방 닳아!!!
그리고 비오면 망함 ㅅㄱ;;
6. 미팅, 소개팅
캐릭터가 독특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누군지 아는 상황이 된다.
??? : 야 나 오늘 학교에서 한복입은 사람 봤어ㅋㅋㅋㅋㅋ
??? : 아 걔? 나 걔 알아 ㅋㅋㅋㅋ 공대 한복남ㅋㅋㅋㅋㅋㅋ
이렇다 보니, 사람이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기면
여학생 : 나 걔 소개해줘
이런 상황이 온다.
여친 없으면 한복이라도 입고 다녀라. 기회가 온다.
7. 거기, 한복 입은 학생이 대답 해보세요
이건 부작용인데,
교수님들 눈에도 띄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꾸 질문을 하신다.
까딱 잘못 했으면 대학원생 될뻔함 휴;;;;
뭐....
대충 요정도다.
한복 입고 다니면 재밌는 일도 많고 좋아요!!!
저도 아직 회사 출근 할 때 가끔 입어요!!!
한복 입고 대학 다니는 사람이 어딨냐고
거짓말 하지 말라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사진에 안나와서 그렇지 사실 두루마기에 청실홍실 수놓아져있음....
신발은 뉴발란스. (뒷광고 아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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